2024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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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신춘문예] 창작동극부문 당선작 '춤추는 스크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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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박은경
 

▲ 그림=박은경

   <등장인물>
 황고비(65살, 남)
 찬미 친할아버지. 재래시장에서 소문난 지독한 자린고비로 시장상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일수를 찍는 고리대금업자다. 죽어서도 돈을 쌓아갈 모양인지, 한겨울에도 방안에 불을 지피지 않고 버티다가 폐렴에 걸려 죽을 뻔 한다.
 황수전(39살, 남)
 황고비 영감 아들이자 찬미 아빠. 10년 전 황고비 영감과 크게 싸운 후, 한 번도 만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 아버지 황고비 영감 못지않게 지독한 자린고비로, 중국집 배달부 김봉헌을 자동차로 치고도 큰 소리만 뻥뻥 친다.
 찬미엄마(35살, 여)
 남편 수전 못지않게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아줌마다. 딸 찬미를 통해, 결국 하느님께 용서를 빌게 된다.
 황찬미(10살, 여)
 주일학교도 열심히 다니고, 공부도 착실히 하는 천사표 소녀.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아버지 수전을 대신해, 봉헌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김봉헌(18살, 남)
 자장면 집에서 자장면을 배달하는 아르바이트생. 황고비 영감이 폐렴에 걸려 아프자, 약을 사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가 사고를 당한다.
 그 외 봉헌아빠, 시장상인 1, 2, 3 등


<1장>길음동 재래시장 저녁
 
 경쾌한 크리스마스 음악이 울리고, 손님들이 활기차게 지나간다.
 생선 파는 상인1, 야채 파는 상인2, 군고구마 파는 상인3 등이 물건을 팔고 있다.(배우들이 생선모양, 야채모양의 종이옷을 직접 입어도 좋다.)
 
 상인1 : 자자, 방금 막 잡은 팔딱 팔딱 살아 숨쉬는 싱싱한 생선이 4000원!
 상인2 : 밭에서 막 따온 무랑 배추 사세요~.
 상인3 : 입에서 사르르 녹는 군고구마 사려~~.
 
 손님들, 생선과 야채를 사간다. 그때마다 메리크리스마스~ 라고 인사하는 상인1, 2, 3.
 
 상인1 : 곧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정말 장사가 잘 되네요.
 상인2 : 그게 다 주님 은총이지. 우리같이 가난한 사람 행복하라고 내려준 사랑의 은총. 그나저나 군고구마 자네는 장사가 잘 안돼서 어떡해?
 상인3 : 그러게나 말이유. 이 군고구마가 잘 팔려야 할텐디.
 황고비 : 에헴!
 상인1 : 아이쿠, 저 지독한 황고비가 등장하는구만.
 
 상인들, 겁먹은 얼굴로 한 곳을 보면, 무대 한쪽에서 등장하는 황고비, 옆구리에 일수가방을 차고 거만하게 걸어온다.
 
 황고비 : 거, 시장이 왜 이렇게 시끄러워! 당장 음악 꺼!
 
 캐럴음악 꺼진다.
 웅성거리는 상인들.
 
 황고비 : 크리스마슨지 뭔지 당최 시끄러워 살 수가 없어. 가난하면 돈벌 생각들을 해야지, 배들이 불러가지고 그저 흥청망청 놀 생각이나 하구 말이야.
 (상인들에게)자자, 다들 가게 세들 내놔, 얼른.
 
 상인1, 2, 전대에 들어있던 돈을 다 털어 황고비에게 준다.
 하지만, 상인3은 안절부절 돈을 내밀지 못한다.
 
 황고비 : 야, 고구마! 넌 돈 안주냐?
 상인3 : 저, 황고비 영감님. 그것이…. 오늘은 군고구마를 팔지 못했구만유. 죄송하지만 낼 드리면 안될까유?
 황고비 : 뭐시! 내일 줘? 아니, 이 고구마가 이제 보니 미친 고구마 아냐!
 상인3 : 증말 지송하구만유.
 황고비 : 흥! 어디보자. 어제치 2만 원, 오늘치 6만 원. 그러면 합이 내일은 14만 원이다!
 상인3 : 아이구머니. 매일 2만 원씩이면 다 합쳐 6만 원인데 왜 14만 원이 되남유?
 황고비 : 이런 무식이 통통거리는 고구마 같으니! 넌 복리라는것도 모르냐! 어제 밀린 2만 원에다, 오늘꺼 2만 원을 더하면 을마냐?
 상인3 : 4만 원이지유.
 황고비 : 그렇지! 근데, 니가 내 돈 빌릴 때는 밀리면 2배를 문다고 했지?
 상인3 : 얘.
 황고비 : 그러니까, 어제 밀린 돈이 오늘은 4만 원이 된다, 이거지! 그리고 오늘 것은 2만 원, 해서 6만 원이 된다 이거지!
 상인3 : 아.
 황고비 : 그런데, 니가 또 낼 준다고 한 번 더 미뤘으니까, 2배가 되서 다시 12만 원이지. 거기에 내일꺼 2만 원을 더하니까 14만 원이 된다 이 말씀이야, 이 멍청한 고구마야!
 상인3 : (손가락으로 세보며 갸우뚱 하다, 울상이 된다) 하지만 그건 참말루 징하니 비싸네유. 지가 하루 종일 군고마를 팔아봐야 고작 3~4만 원인데. 14만 원은 넘 하는구만유.
 상인1, 2 : (동시에 맞장구 치며)넘하는구만유.
 황고비 : 뭐시? 뭐가 넘해! 그러면 당장 자리빼!
 상인3 : (황고비 옷자락을 붙잡고)아이구 한번만 봐주세유. 예?
 황고비 : 이거 놔! 내일까지 14만 원 안 내면 여기는 다른 군고구마 장수한테 넘겨 줄꺼다.
 상인3 : 아이구, 황고비 어른! 황고비 어른!

 황고비, 흥, 코웃음 치며 퇴장한다.
 울먹이며 쫓아가는 상인3
 
 상인1 : 군고구마가 펑펑 우네. 불쌍해서 어쩌누.
 상인2 : 으이구, 저 지독한 자린고비 영감탱이! 그냥 독한 감기나 걸려서 옴쭉달쭉 못했으면 좋겠네!
 
 무대 암전
 
 <2장> 황고비의 집
 
 담요를 뒤집어 쓴 채 의자에 앉아 주판으로 돈 계산을 하는 황고비

 황고비 : 흐흐흐. 고놈의 고구마장수, 쌤통이다! 내일 당장 내쫓고 다른 놈한테 자리를 줘야지. 그러면 하루에 3만 원쯤 받을 수 있다, 요거야.
 (갑자기 재채기 하며) 에취! 이, 망할 놈의 겨울 같으니라구! 추워 죽겠네! 도대체 쓸모없이 겨울은 누가 만든 거야! 아무리 그렇다고 내가 방에 불을 지필 줄 알아? 에취! 절대 그럴 수 없지!
 (꼬르륵 소리)아이구 배고파 죽겠네.
 (전화기 들고)어이, 짱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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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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