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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기던 미용실 여자가 말했다.
"아니, 귀가 어쩜 이렇게 잘 생겼더래요. 이런 귀는 복이 절로 굴러 들어올 운세라든데…"
"흐흐… 근데 왜 난 그런 거 같지 않죠. 좀더 기다려봐야 할까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내 어린 날의 심연엔 아버지 무릎에서 까무륵 잠이 든 어린 계집아이가 있고, 아버지는 그 아이의 귓볼을 만지작거리며
"이 녀석, 귀가 정말 복스럽게 생겼단 말야. 나중에 잘 될 거야."
라며 두런두런 어머니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셨지. 그래서 나는 잠결에 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주문처럼 외고 살았다.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
그러나 생활은 나를 속이고, 아버지는 가시고, 주문은 더 이상 효험이 없었다.
오늘, 상가지구 지하의 미용실에서 퍼머를 하다 당선소식을 들었다. 탱글탱글 말려 올라간 웨이브처럼 순간 기쁨이 달려 나왔다. `이제부터 잘 될 거야` 잊었던 주문도 입속에서 맴돌았다.
여학교 시절 좋아하던 선생님을 보듯 오래도록 소설과 간격을 두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제 풀에 지쳐 삐치기도 하고 다른 데를 바라보기도 하고……
그래, 이제 이것저것에의 눈돌림은 그만하기로 하고 내가 좋아하는 단어, `치열함`으로 나아가자.
미진한 작품을 거두어 주신 평화신문과 두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평소 상투적이라고 손사래쳤던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란 표현이 지금은 절로 우러나옴을 느낀다. 자주 먼저 잠들게 해서 미안했던 그에게 부쩍 힘이 나는 소식이라니 무엇보다 기쁘고, 새로이 뿌리 내린 곳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힘이 돼 주었던 `수리샘 문학회` 친구들에게도 밥 한번 사고 싶다.
▨약력=▲1965년 강원도 인제 태생 ▲동아대 국문학과(1988년) 및 같은 대학원(1994년) 졸업 ▲초ㆍ중등 글쓰기 논술강사 ▲군포 `수리샘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