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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009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상현씨 ''낯익은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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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익은 가방`

   김상현 

   캄보디아 어느 시골길을 김순임의 이름이 써진 책가방이 달리고 있어요.
 바나나 파초 잎 사이로 난 붉은 수채화길 위를 싱싱 달리고 있네요.
 소녀는 자전거를 탔어요.
 
 노오란 색 그 가방, 한국에서 온 거래요.
 김순임이라는 어린 아이가 쓰고 물려 준, 아주 멀리까지 던져 준,
 노오란 색 그 가방이 연둣빛 완두콩처럼 아직 여물지 않은 캄보디아 소녀의 마른 어깨에서
 황홀하게 흔들거려요.
 
 유골탑을 지나고 망고나무 아래서 자전거는 멈춰 섰어요. 유골탑에는 마을의사, 학교선생님, 안경을 낀 사람, 펜을 지녔다는 이유로 죽은 유골들이 동공이 사라진 더 큰 눈을 하고 김순임의 이름이 써진 책가방을 바라보네요.
 
 지뢰로 한 쪽 다리를 잃은 아버지가 목발을 짚고 망고나무 밑에 서 있어요. 아직 소녀는 뒷모습만 보여요. 이국 아이의 이름이 매직으로 커다랗게 쓰인 낡은 가방 속에는 딸아이의 꿈이 가득 담겨져 있다는 것을 목발의 아버지는 알고 있어요.
 
 소녀가 지나간 그 길 위로 노란나비 떼들이 날아가고 있어요. 아이들이 맨 노오란 가방에는 은하유치원, 샛별유치원이라는 한글글자가 선명해요. 유치원이 끝났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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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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