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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신춘문예] 창작동극 부문 당선자 김선주씨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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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가을, 세 번째 유산을 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던 시간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야근으로 혼자서 침대에 들었다 깊은 밤에 잠을 깼다. 한동안 무엇을 할지 몰라 어두운 천정만 바라보다 일어나 집안을 돌아다녔다. 부엌으로 작은방으로 어두운 밤눈을 밝혀 아무도 없는 방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27년 전 가을에 돼지고기 삼겹살 냄새를 풍기며 들어와 새 타자기를 내밀던 손이 생각났다. 그 사람 이름은 김.철.환. 내 아버지다. 그렇게 다시 글을 쓴다는 것은 아버지와 함께 추억처럼 떠올랐다. 항상 불만이 많았던 딸을 위해 말없이 타자기를 사주던 그분은 딱딱거리는 요란한 타자기 소리에 밤마다 몸을 뒤척이면서도 언젠가는 딸이 글 쓰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우리 집 셋째 딸은 글 쓰는 사람이라고 돌아가시면서도 그렇게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날 밤 난 다시 글이 쓰고 싶어졌다. 삶에 치여 허우적거리는 내게 타자기를 내밀며 위로하던 아버지처럼 언젠가 태어날 내 아이가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 더 이상 울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어두운 밤을 밝혀 새벽이 오도록 글을 썼다.

 당선 소식을 전해 들으며 아버지와 이름도 없이 먼저 간 세 생명이 생각났다. 기쁨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못 보여드린 아버지에 대한 죄송함과 힘없이 먼저 보내고 울 수밖에 없었던 세 생명에 대한 미안함이리라. 그래도 고마운 마음 하나는 그 아버지와 세 생명이 있었기에 위로를 얻었고 다시 한 번 글 쓸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늘에 있는 아버지와 세 생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내 어머니와 남편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광은 하느님에게 돌리고 싶다.
 
 ▨약력=▲1969년 서울 태생 ▲1991년 추계예술대 문예창작학과(소설 전공) 졸업 ▲2000년 LA시립컬리지(미술 전공) 수료 ▲1999~2000년 LA 한겨레방송위성 구성작가 ▲2000~2002년 JSTV(Jesus Satellite Ministry) 구성작가 ▲1999~2002년 한마음 토요일 한국어학교 교사 ▲2003년 LA폭동 10주년 기념연극 `Black America`(이자경 극본) 각색 ▲서울대교구 이태원본당(율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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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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