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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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수상소감·축사·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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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승혜 수녀의 대리 수상자 최현민 수녀, 연구상 수상 박준양 신부, 특별공로상 수상 백민관 신부
 

■ 수상 소감 ■

▧ 본상 수상 김승혜 수녀

"그리스도교 토착화 위해 힘써야"

‘사랑의 씨튼 수녀회’에 입회할 때 제 가방 안에는 성경과 함께 논어, 노자, 주역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전반을 동아시아의 영성적 뿌리에 접목시켜 서로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싶다는 토착화의 꿈이 있었습니다.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박사학위를 받고 강단으로 돌아왔을 때 학생들을 가르치는 책임 외에도, 토착화와 연결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주어졌습니다. 한국교회 200주년을 맞아 토착화의 미래를 제시했고, 주교회의 사목연구소 토착화연구위원회에서 상제례를 연구했습니다.

1990년부터 「영성생활」지의 편집을 맡으며, 이 잡지에 ‘논어의 그리스도교적 이해’와 ‘노자의 그리스도교적 이해’를 연재했습니다. 현재 ‘주역의 그리스도교적 이해’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입회할 때 갖고 들어온 고전 세 권을 읽고 공부하고 살면서 받은 힘과 통찰을 글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도덕경」에서 21세기 영성의 밑그림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노자의 답은 단순합니다. 여유있는 데서 덜어 부족한 것을 보충하라는 것입니다. 가톨릭 사회회칙의 핵심과도 같습니다. 노자는 삼보(三寶)를 소개하며 우리도 세 가지 보물을 간직해야 하늘의 뜻을 따르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충고합니다. 바로 ‘자애로움’과 ‘검소함’, ‘겸허한 마음자세’입니다. 삼보는 보편성을 지닌 인간 본래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도 사랑과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검약한 생활태도, 하느님 앞에서 겸허한 마음을 가지도록 가르칩니다.

제 평생의 토착화 노력은 ‘종교대화’와 같이 걸어왔음을 고백합니다. 토착화가 문화적 식민주의에 떨어지지 않고 남을 남으로 존중하기 위해서는, 종교대화는 늘 함께 잡고 있어야 합니다. ‘복음화’와 ‘종교대화’는 하나로 혼합하거나 하나를 우위에 두려고 하기보다는, 그 내·외면적 음양의 조화를 존중하면서 함께 보존해야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다원적 문화 전통과 종교적 다양성은 토착화된 복음화와 종교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신학자들이 정신적 토양에서 자양분을 끌어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계속 발굴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 연구상 수상 박준양 신부

"철학·신학, 현대에 더욱 필요"

현대인들은 기능적 삶을 추구하고 감각적인 것을 선호하며 살아갑니다. ‘철학’과 ‘신학’을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의 유물처럼 취급하며, 외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일수록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의 사명은 더욱 중차대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성 안셀모 성인께서는 ‘신학이란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저는 20년 전 신학생 때 처음 접했던 이 말씀을 지금껏 매일 되새기며 살고 있습니다.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곧 하느님의 절대 진리를 추구하며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갈망, 그리고 헌신적인 탐구의 여정을 뜻합니다. 우리의 믿음과 지성과 온 실존을 포함한 전인적 차원에서의 투신이며 추구여야만 합니다.

오늘날 정신적 방황을 겪는 수많은 이들에게 ‘어떻게 이 진리 탐구의 아름다운 길을 제시할 것인가’는 바로 신학자들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이번 수상작은 이러한 동기에서 비롯됐고, 또 이러한 신학적 사색과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저의 진리 탐구 여정과 진리 추구 과정에 대한 큰 지지와 격려라고 생각하며 이 상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진리 탐구에 매진하며 신학 연구에 투신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제가 초지일관 성실하게 정진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 특별공로상 수상 백민관 신부

"자부심 갖고 후학 양성 매진"

한국가톨릭학술상 특별공로상의 수상자가 돼서 이 자리에 서니깐 기분이 괜찮습니다. 저는 57년 동안 신부로 살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상을 받게 되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실제로 상을 타본 적도 없습니다.

그동안 신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책 읽고 글 쓰는 일은 했지만, 그 작업은 ‘눈 위에 남은 기러기 발자국’과 같았습니다. 책이 출간되고 신문보도가 나와도 그저 한번 떠드는 것일 뿐, 눈 위의 기러기 발자국처럼 눈이 녹으면 다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다른 이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도 크게 섭섭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훌륭한 정신과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심사위원들이 진짜 작품을 알아봐서(웃음) 수상자로 뽑아주고 불러주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동안 상은 못 탔지만 하느님의 특별한 가호로 흰머리가 생겼습니다. 이것도 수상이겠지요. 성경말씀에도 나오지만, 흰머리는 노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처럼 반질반질하고 아름다운 까만 머리는 아니지만, 흰머리는 과거를 빛내주는 머리입니다. 흰머리를 볼 때마다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남은 삶도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 축 사 ■

▧ 조규만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연구 열정·저술 활동에 감사"

「노자의 그리스도교적 이해」로 본상을 수상하시는 김승혜 수녀님이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마에서 유학하던 시절, 당시 교수님들은 그리스도교의 토착화 상황을 물으시곤 했습니다. 그러나 ‘로마보다 더 로마적인’ 한국교회의 입장을 새롭게 내세울 게 없었고, 또 한국인이면서도 우리 것을 너무 몰랐던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 수녀님의 업적을 보니 그저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자이면서 후배이고, 동료 교수이기도 한 박준양 신부님의 연구상 수상 소식에도 많이 기뻤습니다. 신부님의 열정적인 강의와 계속되는 저술활동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시상식이 무엇보다 기쁜 이유는 존경하는 저의 은사이신 백민관 신부님의 수상 때문입니다. 신부님은 ‘주교는 아무나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웃음). 그러나 신부님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대신학교 학장직을 두 번씩이나 맡으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세권의 「백과사전」을 집필하셨습니다.

신학교 시절, 어느 날 신부님은 연못가를 맨발로 빙빙 도시더니 다음날 ‘발바닥’에 관한 강론을 해주셨습니다. 우리 몸에서 아주 작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부분이지만, 몸을 지탱하



가톨릭신문  200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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