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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신춘문예] 시 당선작

송전탑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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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원

누구나 가파른 고개 하나 품고 산다
마른 노간주나무에 금종이 뿌린 듯 달이 뜨면 하수구엔 통증처럼
달라붙은 흰 밥알들, 새벽까지
도둑고양이는 오줌지린 골목 담벼락을 훌쩍훌쩍 뛰어넘고
달빛 가닥을 풀어 지붕 밑에 획득의 눈 시린 그물을 치는 대왕거미들
옆집 미장이시다 김 씨 손놀림보다 든든하다
달이 져도 쉬이 잠들지 못한 사람들, 아슬아슬 살아온 날만큼
가까스로 켜든 알전구 하나 가슴 안쪽에 단단히 밀어 넣고 산다
이제 살아갈 날들이 더욱 아득해 어쩔 수 없이 한 뼘씩 세월을 늘이며
새벽에 출항했다가 늦은 밤 귀가를 한다
능소화가 피워 올린 지난여름도 이 고개에선 언제나 주춤거려야 했다
구부러진 길은 끝내 채울 수 없는 허기로 남고
그 허기, 어느 길목에 내려놓을까
눈보라도 한 번쯤 숨을 고르는 이곳은 영 해발 부근
오르는 사람들만 보인다 아니, 누구나 계단을 오르고 싶은 것이다
밤새 빨랫줄은 젖은 옷 내려놓지 못하고 바람에 내장을 말리고 있다
머리 위를 지나가는 송전선만 파밧파밧
빈 하늘에 고압전류를 흘려보낸다
모두들 가만히 어제의 무게를 달빛 속에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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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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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31장 17절
주님의 얼굴을 주님 종 위에 비추시고 주님의 자애로 저를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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