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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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생명수기 체험수기 장려상 "온 세상을 천사들의 노래로 채워보자"

채금자(데레사, 전주교구 송학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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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임선형
 

   6년 전, 작은 며느리가 임신 23주에 정기검진차 병원에 들렀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고 아들이 울먹이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며느리의 자궁경관 무력증으로 태아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산부인과 의사인 시동생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깜짝 놀라며 남은 17주를 견뎌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니까 나이도 젊고 하니 낙태하는 편이 산모를 위하는 것이란다. 이 말을 들은 아들 부부는 절망 속에서도 어떤 어려움도 참아내며 아이를 꼭 낳겠다고 했다.
 개인 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옮겼다. 옮기는 구급차 안에서 사돈네와 우리 부부는 아들 부부를 위로하며 기도했고, 아들네는 불안한 표정으로 계속 눈물을 흘렸다. 나는 "주님! 이 세상에는 온갖 사정으로 죄의식을 못 느낀 채 낙태도 하고 다 큰 아이들을 버리기도 하는데, 주님의 귀한 선물을 사랑으로 소중하게 여기게끔 도와주십시오. 며느리네는 개신교, 우리는 가톨릭, 그러나 한 분이신 하느님이십니다. 아들네는 아직 주님을 잘 모릅니다만 17주를 주님께 의탁하며 새 생명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도와주십시오"하고 기도했다.

온 가족 매달려 눈물겨운 간병

 병원에 도착 즉시 며느리는 분만실 옆 병실에 눕혀졌다. 사돈네와 우리와 아들은 119일(17주) 당직 스케줄을 짜고 눈물겨운 간병을 시작했다. 성한 사람을 침대에 눕혀 놓고 대소변을 받아내고 식사도 누워서 하고, 건강한 사람이 이렇게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분만실 옆 병실에는 며느리와 같은 경우가 4명이나 더 있어 서로의 애환과 인내하는 지혜와 하루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방법 등을 서로 나누며, 주님의 귀한 선물인 태아를 좀 더 건강하게 아름답게 자라게 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이가 크면 보여주기 위해 세 개의 벽걸이를 만들었다. 옆 침대의 새댁들도 따라했다. 한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헤쳐가며 한 생명의 소중함을 뼛속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그곳에 있는 동안 옆 침대의 주인은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 잘 참아내 분만실로 옮겨져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면 함께 박수를 치고 축하해주며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보호자들은 한가한 시간이면 휴게실에 모여 이런저런 가정사나 기쁘고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나눴다. 어떤 젊은 시어머니는 종교는 없지만 왜 며느리가 이와 같은 일을 두 번이나 당해야 하는지 생각해봤더니 자신이 두 번이나 낙태를 한 대가로 벌을 받는 것 같다는 회개의 마음을 드러내 나를 감동시켰다. 하느님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퇴원한 산모 동창들은 전화를 걸어와 "힘내! 파이팅!"하면서 힘을 실어 주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산모들이 병원에 있는 동안 후원단체인 자모원에서 보내온 소식지에 실린 `생명수호`라는 글을 그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단다.
 종교가 있든 없든 하느님은 그들을 너무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주님께 감사드렸다. 한밤중 응급차에 실려 오는 예비 엄마들,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모습들을 환하게 펴주는 일이 점점 내 몫이 되어갔다.
 늦은 봄도 지나고 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가을로 바뀌었을 때, 매일 체크하러 오는 담당의사는 며느리를 살짝 불러 기쁜 소식을 전했다. 아이가 태어나려면 아직도 3주나 남았는데 퇴원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기적이었다. 임신 23주에 들어와 오랜 기간을 잘도 이겨냈다면서 의사, 간호사 모두 기뻐해 주었다. 아기는 집에 돌아와서도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더 있다가 양쪽 집안의 환호를 받으며 세상과 첫 만남을 가졌다. 주민등록번호도 뒷번호가 1004인 천사로 태어났다. 예원이라는 이름은 예수님께서 원하는 아이라는 뜻이다.
 "주님! 예원이가 이름 그대로 예수님께서 원하는 아이로 거룩하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 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아들네는 2년 전에 직장관계로 서울로 이사를 갔다. 지난해 5월 초 아들의 다급한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 기도해 주세요. 예원이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어요." "아들아, 걱정하지 마라. 우리 아기가 아니니? 두 집안의 기도가 엄청나게 쏟아질 텐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두 어머니는 다시금 배낭을 메고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서울로 달려갔다. 친정어머니는 병원에서, 시어머니는 집에서 예원이를 돌보기 위함이었다. 며느리는 첫 번의 경험을 거울삼아 태연스럽게 이겨내던 중이었다. 담당의사는 산모의 특이한 점을 무시한 채 며느리의 자세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어나 움직이라고 했단다. 그 결과 갑작스런 진통으로 아이는 7개월 반 만에 몸무게 1.8㎏의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게 됐다. 의사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아들 부부는 불안감과 당혹스러움에 갈피를 못 잡았다. "아들아, 하느님은 너희들을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온갖 고통을 겪어 내면서도 주님의 귀한 선물을 감사하며 기쁨으로 받으려는 예쁜 마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니?"

둘째 손자도 미숙아로 태어나

 "예수님께서 깨어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하고 말씀하셨다"(마르 4,39-40).
 그렇다. 우리는 믿음이 우리 안에 굳게 자리 잡고 있는 한 겁을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둘째 손자는 건강하게 잘 자라 지난 5월 첫돌을 맞았다.
 내 마음 같아서는 예원이는 수녀님이 되었으면 좋겠고, 더 힘들게 얻은 손자는 신부님이 되어 예수님 대리자로서 길을 훌륭하게 걸었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 뜻이리라 믿는다. 무심코 결정해버리는 낙태로 말미암아 많은 생명들이 헛되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찬미와 감사와 영광 영원히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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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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