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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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평화독서감상문대회] 대상 수상작-학부모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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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희(서울 인헌초등학교 4학년 임승룡 어머니)
 

 
▲ 행복한 이티 할아버지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 셋째 아이와 함께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10월 셋째 주 일요일 오후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광화문에 있는 서점을 가기 전,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는 책의 축제를 먼저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는 덕수궁에 설레었고, 아이들은 다양한 책 볼거리에 신났다.

 불그스레 석양을 받고 있는 덕수궁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런 아이들과 함께한 부모들은 정겨운 얼굴로 다양한 책도 구경하고 고즈넉한 궁궐에 흡수되어 가을 하늘처럼 파란 웃음들로 궐 안을 살아나게 하고 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마음껏 책 구경을 하고 궁궐 구석구석 느리게 걸으며 가을의 향기를 음미하며 사진도 많이 찍은 후 덕수궁을 나서서 높다란 빌딩을 고개 아픈 줄도 모르고 구경하며 서울의 중심을 활보했다.

 거리에도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제각각 행복한 표정을 한 사람들 물결을 헤치며 우리는 서점에 도착했다. 중학생인 둘째 아이는 「작은 나누미」란 책을 골랐고, 그림동화를 좋아하는 막내 덕분에 나는 제목이 특이한 「행복한 이티 할아버지」를 골랐다.

 외계인에 대해 알려주는 할아버지인가라고 단순히 생각하며 책장을 넘겨 읽기 시작한 나는 감동에 벅차 다 읽은 후에도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티 할아버지, 이미 타버린 사람`은 이 책의 주인공이신 채규철 선생님이 본인에게 스스로 명명한 또 하나의 이름이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여 심한 화상으로 녹아내린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보고 당황하며 수군거리는 사람들에게 먼저 환한 웃음으로 소개를 이렇게 당당하게 하시는 것이다.

 나는 오늘 하루 시내 한복판 거리에서 스쳐 지나온 수많은 사람의 한껏 치장한 행복어린 얼굴들 위로 선생님의 얼굴이 겹쳐 보이며 이곳 서점까지 오는 동안 예쁘게 화장한 내 모습을 쇼윈도에 힐끔힐끔 비춰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던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이들과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내 머릿속에는 책에 그려진 선생님의 일그러진 얼굴이 떠나지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선생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져 아이들과 함께 인터넷으로 선생님을 검색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검색창이 열리며 나오는 사고 당하기 전 선생님의 모습은 지적이며 아주 수려했고, 사고 후의 얼굴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흉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자세히 선생님 업적을 보며 이렇게 훌륭하신 분을 그동안 몰랐던 나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지난 여름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했을 때 의료보험 가입자인 나는 얼마나 큰 혜택을 봤던가! 그것이 바로 선생님께서 세우셨던 의료보험의 시초가 된 청십자 운동 덕분이란 걸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사고 후에 변한 끔찍한 모습 때문에 사람들에게 냉대와 괄시를 받아 가족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해 삶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굳건히 마음을 지탱해주고 새롭게 헌신적인 사회 운동을 펼칠 수 있었던 힘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거기에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이 더해져 온 삶을 다른 이들의 행복을 위해 사실 수 있었던 것이었다. 사랑은 마음 속에 머물러 있을 때보다 실천하여 밖으로 표출될 때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는 것을 선생님은 온몸으로 보여주셨다.

 훌륭하신 선생님을 이렇게 흉한 모습이 될 때 하느님께서는 왜 도와주지 않았느냐고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나는 며칠 전에 들었던 신부님 강론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어떤 마을에 욕심꾸러기와 착한 사람 그리고 영성이 뛰어나 마을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던 수도원장 등 세 사람이 똑같이 심한 피부병에 걸려 고통 중에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했는데 제일 먼저 욕심꾸러기가 하루 만에 다 나았고, 사흘째에는 착한 사람이 다 나았는데 수도원장은 몇 년이 지나도 낫지를 않고 고통에 시달렸다. 몇 년이 더 지난 후 수도원장은 하느님께 겸손하게 물어봤다. 일찍 병이 나은 사람들보다 자기 기도가 부족했는지를….

 하느님께서는 반대의 말씀을 해주셨다. 맨 먼저 나은 사람은 당장 낫지 않으면 하느님을 저버리겠다고 해서였고, 두 번째 나은 사람도 삼일 째에는 견디다 못 해 하느님을 저버리겠다고 해서 사흘째 낫게 해주셨지만 수도원장은 병이 더 깊어갈수록 더 열심히 기도하며 하느님을 저버리지 않아서 그대로 두었다. 하느님께서는 고통도 견딜만한 사람에게 은총과 더불어 주시는 것이다."

 아이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선생님은 해내셨다.

 열정. 선생님의 그 열정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 열정은 겉모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의 귀 기울일 줄 아는 진정한 마음에서 온 것이다.

 하고자 했던 일을 끝까지 실천하셨던 분 처음 마음과 끝 마음이 같으셨던 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평생을 바치시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분.

 대다수 생각하기에 불행할 것 같던 선생님의 일그러진 얼굴은 겉모습에 치중하여 외모 중심주의에 빠져 사는 우리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심어주셨다.

▨당선 소감


   하느님 찬미 드립니다.

 대상을 받았다는 것이 아직까지도 믿어지지 않아 혼



가톨릭평화신문  201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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