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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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평화독서감상문대회] 대상 수상작-중등부문

소박하면서 큰 나눔은 작은 사랑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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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은(서울 문영여자중학교 1학년)
 

 
▲ 작은 나누미
 

   소박한 나눔.

 우리 주변에 무심히 넘길 수 있는 것들이지만 조금만 눈여겨보거나 귀 기울이면 소중한 나눔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 이 책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내 마음에 찡한 여운을 남겼다.

 나눔에는 종류가 참 많다.

 흔히 많은 사람이 생각하기에 나눔은 가진 것이 많거나, 남보다 훨씬 크고 좋은 것, 대단한 것들을 가진 자만이 나눔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럴지도 모른다. 기부할 수 있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보단 남보다 훨씬 크고 좋거나, 대단한 것들을 기부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너무나 큰 오산이다. 누군가에게, 남에게 베푼다는 것은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의 작가들은 말해주고 있다. 나눔은 나보다도 다른 사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것이다. 그저 사람들을 위해 생각이라도 한번 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미소를 머금은 환한 표정 등 내가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이 작은 것들에 다른 이들은 따뜻한 감정을 느끼며 또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음에 행복해하고 힘도 얻는다.

 그렇다. 나눔과 베풂은 이런 것들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확실히 나눔은 각자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그만큼 마음먹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먹기만으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음만 먹는 게 아니라 바로바로 실천하는 그런 나눔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나눈 적이 있었을까? 나는 그동안 나의 나눔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항상 보면 반에는 꼭 한 명씩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그런 아이를 애들은 `왕따`라고 부른다. 나도 이번에 중학교 1학년이 돼서 반 아이들과 모두 친해질 즈음에 그 아이를 발견했다. 항상 혼자 다니고,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조용하면서 늘 침울해 보이는 표정이 왠지 가까이 다가가기 싫은 타입의 아이였다. 우리 반 친구들은 언제부터인가 그 아이를 아무 이유 없이 흉보기 시작했다. 그 아이랑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애가 있는데, 그 애가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엔 별것도 아닌 것 같던 그 얘기가 널리 널리 퍼지면서 결국 초등학교에 같이 다녔던 친구의 한마디가 그 아이를 그렇게 반 아이들로부터 소외시키며 꺼리게 했다.

 나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아이를 업신여겼고, 그래도 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아이가 나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없었고, 내가 그 아이와 싸워서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몇 마디 말도 해보지 않았는데 그저 반 애들 말만 듣고, 거기에 휘둘려서 괜히 그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도 안 해보고 무조건 나쁘게만 생각한 것이다. 나도 한번 그 아이의 입장이 되어 아이들에게 받는 모욕감을 느껴봤다. `내가 왜 그랬지? 재도 솔직히 기분 나빴을 텐데….`

 그리고 혼자 다짐했다. 아주 친해지진 못하더라도 `안녕` 정도는 하고 다니자고. 그런데 막상 인사를 하자니 그 `안녕`이라는 두 글자가 쉽지 않았고 더 황당했던 것은 입학한 지 한 달이 넘도록 나는 아직 그 아이 이름도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먼저 그 아이의 이름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름이 겉모습만큼이나 다소곳한 느낌이 드는 `소이`였다. 나는 한동안 반 아이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것 같아서 마음으로는 인사를 하지만 내 입에서는 평소에는 잘도 하던 그 말이 입에서만 맴맴 돌뿐 밖으로 나오지를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의 비겁함에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괜히 소이를 보면 꼭 내가 무슨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아 일부러 더 피하게 되는 상황까지 돼버렸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반 아이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그 애에게 처음으로 안녕이라고 했다. 나보다 더 쑥스러워하면서 인사를 받는 소이의 생전 웃을 것 같지 않았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고 좀 더 빨리 인사하지 못했던 내 마음이 후회됐다. 나는 꾸준히 소이에게 인사를 하고 다녔다. 나쁘지 않았다. 뭔가가 또 다른 친구가 생긴 느낌이었다. 그 애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갈수록 소이와 제대로 인사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소풍을 가기 전날에 슈퍼에 과자를 사러 갔다가 소이와 소이 아빠를 만났다. 소이는 가정형편도 어려운데 소이 아빠는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과자를 많이 사주겠다고 하시며 소이와 함께 열심히 과자를 고르셨다. 소이 아빠께서는 벌써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 계시는 중이셨다.

 난 소이와 아빠를 뒤로 한 채 얼른 과자를 한 개만 고르고 슈퍼를 나섰다. 부끄러웠다.

 우리 반 아이들을 대표해서 부끄러웠다. 어려운 가정형편인데도 친구들과 나눌 것까지 고르는 소이 아빠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난 속으로 `저 아이도 아빠에게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딸이구나! 손수 아빠와 함께 소풍 간식을 사러 온 소이의 행복한 얼굴을 보며 사랑스러운 딸인 소이에게 우리는 무심히 무슨 짓을 한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소풍 날 점심시간에 간식을 먹는데 소이와 같이 먹으려고 하다가 문득 `아차!`싶었다. 그동안 아는 체를 못 했는데 갑자기 다가가기가 어색해진 것이다. `설마 혼자 먹진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두리번거리는데 다른 반 아이들과 같이 간식을 먹고 있는 소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그새 다른 반 친구가 생겨서.

 요즈음 나는 등굣길에 소이를 만나면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소이도 나도 속으론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



가톨릭평화신문  201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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