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제7회평화독서감상문대회] 여성가족부장관상 수상작-중등부문

달콤한 초콜릿에 감춰진 진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선지은(인천 진산중학교 2학년)
 

 
▲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은 시골 외할머니댁을 방문했다. 할머니 생신을 며칠 앞두고 주말에 온 가족이 미리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할머니 혼자 사시는 적막강산 시골집,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대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으니 할머니도 좋으신 듯 연방 싱글벙글하시다. 그동안 늘 바쁘셔서 명절 때조차도 뵐 수 없었던 외삼촌도 이번에는 어렵게 시간을 내셔서 자리를 함께하시니 더욱 좋았다.

 외삼촌은 중앙 119구조대에서 활동하시는데 국외에서 지진이나 해일, 홍수 등 큰 재난이 발생하면 우리나라를 대신해 맨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신다. 올해 초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인구 30여만 명이 목숨을 잃은 아이티에도 다녀오셨다. 오랜만에 만난 외삼촌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주로 국외구조 활동 중 보고 느낀 참혹한 실상들뿐이다. 삼촌께서는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복받은 것이야. 너희들은 아직 실감이 안 나겠지만 사실이야. 가끔 불평, 불만을 달고 사는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볼 때 기회가 되면 한 번쯤 가보라고 하고 싶어. 그러면 살아있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사치라고 느껴질 텐데…"라고 말씀하셨다.

 외삼촌은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넘치는 것인지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작은 일에도 늘 감사하며 겸손하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하셨다.

 우리 학교는 매년 굿네이버스에서 주관하는 사랑의 동전 모으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의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에게 예방접종을 해주고 학교도 지어주고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게 우물 파기 지원 사업에 쓰인다고 하셨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지구촌 빈곤 문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읽어보라고 하셨다.

 나는 그동안 가난은 자원이 없거나 게으르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이 책은 일본 NGO 활동가 16명이 본 세계의 빈곤 현실과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30가지를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빈곤이 결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나 세계 여러 나라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란 걸 알게 되면서 조금은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우리의 사소한 행동들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조목조목 일러주는 부분에서는 내가 그동안 참 무지했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웠다.

 내가 자주 먹는 초콜릿과 컵라면, 수십 장의 복사용지, 식탁에 오르는 수입 고기들은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는 행위였다니 정말 놀랍다.

 물건을 살 때 싼 것만 고집해서도 안 되겠다. 이제는 조금 비싸더라도 공정하게 대가를 지급하고 만들어진 물건이나 음식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우리 지역 생산물을 먹고 세제와 종이, 전기 등 각종 물건과 자원을 아끼는 것도 빈곤과 착취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하루 세끼 배불리 먹고 틈틈이 간식도 먹으며 지붕이 있는 따뜻한 곳에서 편안하게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 지구 한쪽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특별한 일상이라는 걸 늘 기억해야겠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그들의 아픔과 고통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주고 기꺼이 손을 내미는 내가 되고 싶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진정으로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관심과 사랑, 나눔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을 떠올리며 개인들의 작은 노력과 관심이 모아지면 큰 일을 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절반이 굶주리는 세계, 절반이 헐벗은 세계를 위해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적어도 30가지는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책 속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 배를 주린 채로 잠드는 아이가 한 명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신념없이 인생을 허비하는 것입니다."

 오늘 밤만이라도 배고파 잠 못 드는 아이가 이 세상에서 단 한 명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욕심을 부려본다.

▨당선 소감


   평소에 글 쓰는 것을 워낙 좋아했던 터라 어머니와 선생님 추천을 받고,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큰 부담 없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있는 그대로 글에 담아내려는 생각으로 참가했는데 이렇게 큰 상까지 받게 돼 무척 기쁩니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을 읽으면서 평소 몰랐던 빈곤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유익하고, 뜻깊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저 자신 먼저 세계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학교 급식을 먹을 때 밥과 반찬을 남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남긴 음식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양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지구촌 문제들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글쓰기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직접 실천하며 지구촌 이웃을 위해 살아갈 계획입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12-1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1베드 4장 8절
서로 한결같이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많은 죄를 덮어 줍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