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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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신춘문예] 동극 가작1 "진주는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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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구경분  

  무대설명

 원룸 형식의 아주 좁은 방이다. 서쪽으로 출입문이 있다. 왼쪽으로 주방 시설이 있고 오른쪽에 커튼 없는 커다란 유리창문이 있다. 유리창 바로 옆에 유리창 높이의 가로로 세 칸 세로로 다섯 칸 모두 합해 열다섯 칸짜리 낡은 정리장 하나가 놓여 있다. 그 속에는 칸마다 인형들이 들어 있다. 바비인형, 곰인형, 강아지인형, 코알라인형, 딱따구리인형 등등. 인형은 모두 고장이 나거나 낡은 것들이다. 오른쪽 구석에 동쪽을 향한 낡은 앉은뱅이책상이 하나 있다. 책상 위엔 조그만 꽃바구니 한 개와 아주 작은 성모상이 있고 그 옆에 겉장이 떨어져나간 동화책 몇 권이 놓여 있다. 방바닥엔 낡은 카페트가 깔려 있다.

 때: 12월 23~24일
 곳: 진주네 집 방, 성당

 나오는 사람들

 진주(여, 초등학교5학년)
 공주(여, 진주 동생 3학년)
 샛별(여, 진주네 집 주인집 딸 5학년)
 찬별(남, 샛별이 동생 2학년)
 진주엄마
 사회자
 관객들

 

 1장
 막이 오르면 진주가 바비인형 머리를 리본으로 묶고 있다. 인형은 오른팔이 없다. 콧노래로 `섬집 아기`를 흥얼거리며 진주는 바비인형의 얼굴도 깨끗이 닦아준다. 원피스 오른쪽 소매 속으로 기다란 연필을 꽂아보기도 한다. 연필을 찔러 넣어 많든 팔은 허수아비처럼 어색하다. 다시 연필을 빼내고 한쪽 손과 두 다리를 걸레로 닦는다. 이때 방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주: (깜짝 놀라 인형을 떨어뜨리며) 누 누구세요?
 샛별: 나야. 샛별이. (문을 벌컥 열어 제치며 찬별이와 함께 진주네 방으로 들어선다).
 (바비인형을 발로 툭 차며) 야, 넌 오학년인데도 아직 인형놀이 하니? 유치하게.
 진주: (바비인형을 얼른 주워들으며) 왜 그래? 남의 인형을 갖구.
 샛별: (진주를 잔뜩 무시하는 표정으로) 이게 인형이냐? 쓰레기지.
 찬별: 맞아, 쓰레기야. (정리장의 다른 인형들을 가리키며) 우와, 저기도 쓰레기 천지다.
 (정리장 속의 인형들을 손에 닿는 대로 밀어서 방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진주: …….(찬별이의 행동을 본체만체하며 아뭇소리 않고 바비인형을 제자리에 올려둔다).
 샛별: 야, 흑진주, 너네 성당엔 크리스마스 이브날 뭐 없냐?
 진주: 뭐가 뭐야?
 샛별: (진주에게 꿀밤을 매기며) 으이구, 이런 등-신. 선물을 준다든지, 맛있는 걸 준다든지, 무슨 행사가 없냐 이거지.
 진주: (얼떨떨한 표정으로) 왜?
 샛별: 난 맛있는 건 우리 집에 많으니까 별루구, 뭐 재미난 거 있으면 구경가려구.
 진주: (눈을 반짝이며) 너 정말 우리 성당 구경 올 거야?
 샛별: (거만한 표정으로) 그래, 조오기가 바로 성당인데 가면 안 되냐? 심심한데.
 진주: (미소 지으며) 와도 돼. 찬별이도 같이 와도 돼.
 
 이때 화장실에서 공주가 나오며 소리친다.
 
 공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언니, 안돼. 우리들 인형극 망쳐.
 샛별: 어쭈? 똥공주, 니들 인형극 하니?
 공주: (샛별이를 노려보며) 난 언니 싫어. 우리들 날마다 괴롭히잖아.
 샛별: 하하하하! 내가 언제 니들을 괴롭혔냐? 흑진주한테 물어봐라.
 진주: (공주를 끌어안으며) 공주야, 그렇게 말하면 안돼. 성모님께서 보고 계시잖아.
 샛별: 하하하하하! 야, 저 인형이 무슨 사람이나 되냐? 보고 계시게. 찬별아, 얘네들 되게 웃기지?
 찬별: (끌어내린 장난감을 발로 이리저리 차며) 우헤헤헤! 정말 웃기는 빤쓰들이다.
 공주: (찬별이에게 눈을 흘기며) 야, 너 남의 인형들을 왜 발로 차냐?
 찬별: (발 앞에 있는 인형 하나를 더 차며) 이게 인형이냐? 쓰레기지.
 
 눈을 하얗게 모로 뜬 공주에게 혀를 날름 내밀며 찬별이가 밖으로 달아난다.
 
 샛별: (문을 향해 걸어가며) 야, 흑진주, 낼 몇 시까지 가면 되냐?
 진주: (활짝 웃는 얼굴로) 샛별아, 밤 여덟시쯤 오면 돼. 우리 차례가 네 번째거든. 찬별이도 데리고 와. 나는 잘 못하지만 어른들이 재미있는 거 많이 하셔.
 샛별: 어른들도 연극하냐?
 진주: 연극뿐 아니라 노래도 있고 아마 춤도 있고 마술도 있을 걸?
 
 샛별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진주에게 윙크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 공주, 방바닥에 흩어진 인형을 제자리에 올려놓으며 툴툴거린다.
 
 공주: 언니, 언니는 왜 날마다 샛별언니한테 지는 거야? 왜 맨날 찬별이한테도 꼼짝 못하는 거야?
 진주: (빙그레 웃으며) 엄마가 날마다 하시는 말씀 넌 하나도 안 듣니? 우리들 행동을 항상 주님이 보고 계신다잖아. 난 주님께 착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공주: 언니, 나는 언니 때문에 속상해 죽겠어. 나쁜 애들한테는 나쁘게 대해야지 공평한 거 아냐? 왜 맨날 바보같이 지기만 해?
 진주: 지는 게 이기는 거라고 엄마가 그러셨잖아.
 공주: (씩씩거리며) 언니두 바보구, 엄마는 더 바보야.
 이때 방문이 열리며 엄마가 등장한다.

 진주엄마: (공주를 끌어안으며) 아이구 우리 공주님, 왜 이렇게 화가 나셨나? 그래, 엄마는 바보다. 그런데 네 언니는 바보 아니야. 이렇게 이쁜 바보가 세상에 어딨니?
 공주: (엄마를 뿌리치며) 엄마, 우리 이사 가.
 진주엄마: 왜?
 공주: 샛별언니가 날마다 우리를 괴롭힌단 말야. 찬별이도.
 진주엄마: 그래도 샛별이네가 이렇게 방이 많아서 우리 같은 사람들도 살 수 있게 해 주잖니.
 공주: 엄마, 꽁짜로 사는 거 아니잖아.
 진주엄마: 공짜는 아니지만 샛별엄마가 아주 싸게 세를 주셨단다. 그 돈으론 다른데서 집 못 구해. 너도 언니처럼 그냥 참아라. 그래도 샛별이가 너희들을 때리지는 않잖니.
 공주: 엄마, 찬별이는 우리더러 거지라고 한단말예요.
 진주엄마: (공주 머리를 쓰다듬으며) 최귀동 할아버지도 걸인이셨단다. 그 할아버지는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라며 행복해 하셨단다. (공주 얼굴 가득 뽀뽀 세례를 하며) 다음에 찬별이가 거지라고 하면 `그래, 우리는 행복한 거지다` 이렇게 말해. 활짝 웃으면서. 하느님은 화내는 얼굴 싫어하시거든.
 
 진주가 장난감을 말끔히 정리하고 카페트 위의 먼지를 쓸어낼 때 서서히 조명이 어두워진다. `루돌프 사슴코` 노래가 들리며 막이 바뀐다.
 
2장

 크리스마스 이브날, 성당에 꾸며진 특별무대다. 양쪽으로 무대막이 갈라져있고 그 위에 탁자보가 씌워진 커다란 탁자가 하나 있다. 무대 전면에 `성탄맞이 축제`라고 커다랗게 오색종이로 써서 오려 붙였다. 탁자 위로는 천정에서 마이크를 늘여 등장인물의 대사가 잘 전달되도록 장치한다. 사회자는 마



가톨릭평화신문  201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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