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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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신춘문예] 동극 가작2 "파랑곰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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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 웅

1장


무대 위의 나무도 꽃도 모두 하얗다. 무대 뒤편의 언덕 위로 보이는 산 역시, 흰 눈에 쌓여 있다. 곰들이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파랑곰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얀 털을 가진 백곰들이다.
 
 노래: 여기는 하얀 나라,얼음 가득하고 눈으로 뒤덮인 순백의 천국이죠.주위를 둘러 봐요. 어린 아이의 순수한 마음처럼 모든 것이 하얗답니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새하얀, 아름다운 이곳은 하얀 나라.
 
 예삐곰이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와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예삐곰: 자, 그럼 우리 소개를 해 볼까? (뒤를 보며) 누구부터 할래?
 덩치곰: (손을 번쩍 치켜들며) 저요! 저요! 나! 나!
 예삐곰 : 좋아. 덩치곰부터 시작!
 
 예삐곰이 뒤로 들어가 다른 곰들 옆에 서면, 덩치곰은 신나서 앞으로 나온다.
 덩치곰: (노래를 부르듯 흥얼거리며) 나는야, 덩치곰. 하얀 나라에서 가장 힘이 세지. 키도 일등, 몸무게도 일등, 먹는 것도 일등! 우하하! 자, 봐라.
 
 덩치곰이 무대 위 커다란 바위를 들어 올리자, 뒤에 있던 곰들은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친다. 우쭐한 동작을 취하며 덩치곰이 물러나면 멋들어진 동작으로 나서는 꾀꼬리곰.
 꾀꼬리곰: (목을 한 번 가다듬은 후) 나는 꾀꼬리곰이라고 해. 왜냐구? 꾀꼬리처럼 노래를 잘 부르거든. 하얀 나라의 명가수, 나는야, 꾀꼬리곰!
 
 꾀꼬리곰이 자기 손으로 지휘를 하며 성가의 한 소절을 아름답게 부르자, 곰들의 박수갈채. 뒤이어 똘똘이곰이 나선다.

 똘똘이곰: (팔짱을 끼며) 내 이름은 똘똘이곰. 난 천재야, 모르는 게 없어. 자, 보여줘?
 
 똘똘이곰이 잘난 척을 하며 구구단을 빠른 속도로 외우자, 곰들은 엄지 손가락을 밑으로 향한 채 야유를 보내다가 이내 깔깔거리며 웃는다. 웃음이 잦아들 무렵, 예삐곰이 귀여운 춤 동작과 함께 앞으로 나온다.
 
 예삐곰: (춤을 추며) 난 예삐곰.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예뻐서 모두가 날 예삐곰이라고 부르지. 자, 날 따라서 우리 모두 춤 출까?
 
 예삐곰의 춤을 따라 모든 곰이 흥겹게 춤추고 나면, 마지막으로 파랑곰이 머뭇거리며 앞으로 나선다.
 
 파랑곰: (어색해 하며) 어, 난… 파… 파랑곰이야. 난…. 아니야, 난 됐어.
 
 파랑곰이 그냥 뒤로 들어가 버리자,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예삐곰: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우리, 숨바꼭질 놀이 할까?
 다른 곰들: 숨바꼭질? 재미있겠다. 좋아, 하자!
 예삐곰: 그럼, 술래를 정해야지?
 
 곰들은 동그랗게 서서 가위바위보를 하고, 몇 번의 가위바위보 끝에 결국 똘똘이곰이 진다. 술래가 된 똘똘이곰을 놀리며 웃다가, 이내 무대 여기저기로 몸을 숨기기 시작하는 곰들.
 
 똘똘이곰: (양 팔로 눈을 가린 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자, 이제 찾는다!
 
 똘똘이곰이 팔을 내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나무와 바위 뒤에 숨은 다른 곰들은 눈에 잘 안 보이지만, 꽃 뒤에 숨은 파랑곰만 파란 색깔 때문에 금방 눈에 들어온다.
 
 똘똘이곰: (파랑곰을 향해 손을 들어 가리키며) 아, 찾았다! 저기, 파랑곰!
 꾀꼬리곰: (숨었던 곳에서 나오며) 아니, 벌써?
 덩치곰: 에이, 뭐야. 열심히 숨었더니 이렇게 금방 끝나면 재미없잖아.
 
 숨었던 곰들이 다시 앞쪽으로 모이면서 한마디씩 투덜대자, 파랑곰은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해한다.
 
 예삐곰: (파랑곰을 편들어주려는 듯) 똘똘이곰이 똑똑하니까 그렇지, 안 그래?
 똘똘이곰: (잔뜩 으스대며 맞장구) 맞아! 역시, 난 천재야.
 덩치곰: (퉁명스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파랑곰 때문이지, 뭘.
 꾀꼬리곰: 그래, 파랑곰이 끼니까 재미가 없는 거야.
 파랑곰: (얼굴을 붉히면서) 아, 미안. (그리고는 눈치를 보다가) 그럼... 이제 내가 술래 할까?
 덩치곰: 아니야. 우리 숨바꼭질은 그만 하고, 물고기 잡으러 안 갈래?
 꾀꼬리곰: 물고기?
 덩치곰: 응. 서쪽 바다로 가면 물고기가 많이 잡힌대.
 예삐곰: 근데 거기는 거리도 멀고 위험하지 않을까?
 똘똘이곰: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서쪽 바다로 가는 길을 잘 알거든. 나만 따라오면 아무 문제 없어.
 꾀꼬리곰: 우와, 신난다! 그럼, 맛있는 물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는 거잖아.
 덩치곰: 물고기 생각하니까 나 갑자기 배가 고파졌어!
 다른 곰들: 거짓말! 뭐가 갑자기야? 넌 항상 배고프잖아?
 덩치곰: 헤헤헤, 하긴 그건 그래.
 
 덩치곰의 넉살에 모두가 깔깔깔 웃는다.
 
 덩치곰: 자, 그럼 집에서 낚싯대 챙긴 후에 여기서 다시 만나는 거야.
 꾀꼬리곰: 좋아, 출발!

2장
 
 곰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신나는 걸음걸이로 퇴장한다.
 
 덩치곰과 꾀꼬리곰, 똘똘이곰이 낚싯대를 등에 매고 어깨동무를 한 채,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노래: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가자.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가자.
 물고기 가득한 서쪽 바다로, 냠냠냠냠냠냠냠냠 간다야.
 
 미리 도착한 곰들이 낚싯대로 서로를 찌르는 시늉을 하며 장난을 치고 있을 때, 뒤늦게 파랑곰이 헐레벌떡 뛰어서 등장한다.
 
 꾀꼬리곰 : 예삐곰은?
 파랑곰: (가쁜 숨을 고르며) 헉헉. 예삐곰? 나도 못 봤는데. 아직 안 왔어?
 똘똘이곰: 응.
 덩치곰: 좀 늦나 보지. 그럼, 우리 예삐곰 기다리는 동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도 할까? 파랑곰, 니가 늦었으니까 너부터 술래를 하는 거야, 괜찮지?
 파랑곰: 아, 그래.
 
 파랑곰이 낚싯대를 내려 놓고 나무 앞으로 가는 동안, 나머지 곰들은 속닥대며 무언가를 상의한다.
 
 파랑곰: (나무 앞에 서서 팔로 눈을 가리며) 자, 시작할게.

 파랑곰이 등을 돌린 채 눈을 가리자, 덩치곰과 꾀꼬리곰, 똘똘이곰은 서로 눈짓을 보내더니 살금살금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퇴장한다.
 
 파랑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파랑곰이 등 뒤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친구들이 자신을 따돌리고 이미 바다로 출발했다는 사실에 매우 슬퍼하는 파랑곰.
 
 파랑곰: (주저앉으며) 다 내가 파랗기 때문이야. 그래서 친구들이 날 싫어하는 거야. 이 파란색을 지워버렸으면 좋겠어!
 
 갑자기 벌떡 일어선 파랑곰은 자신이 입은 파란 옷을 벗어버리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안타깝게도 아무 소용이 없다. 씩씩대다가 울음을 터뜨리며 기도하기 시작하는 파랑곰.
 
 파랑곰: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하느님, 하얀 나라에서 왜 저만 파란 걸까요? 너무 슬퍼요. 저도 친구들처럼 하얀 곰이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소원이에요!
 


가톨릭평화신문  201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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