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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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당선작-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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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가마솥에 콩을 넣고 장작불을 지핀다 익은 콩을 절구통에 찧는다 메주는 서늘한 그늘에서 말린다
1 바람 좋은 날에는 가장자리부터 가벼워진다 미세한 햇살조각이 굴절되어 박혀드는 순간에
창을 열듯이 제 가슴을 활짝 열어 벽이 갈리고 있다
거친 난간 위에 포자들은 습한 계곡의 길을 건너고 있을까 밝음과 어둠 속 빛을 굽는 보름달 아래
숱하게 구멍들이 뚫렸다 담쟁이 넝쿨처럼 곰팡이가 내 몸을 뒤집어썼다   멈출 수 없는 발
푸른 숨소리 내는 바람 따라 계곡 사이 곰팡이 벌레가 긴 잠을 자고 있었다   2 햇살이 통통거리며 뛰어다니는 속 뜰 가운데 항아리를 묻는다 첫눈을 맑게 틔운 물에
메주 참숯 잣 대추 고추를 재운다
그 위에 하얀 천을 금실로 싸매고 뚜껑을 덮는다
밤새 애태우다가 헹궈내며 숙성되기 시작한
구수하게 트여오는 숨소리가 밤하늘로 터져버린다
잠에서 깬 새들이 푸른빛을 물어 나르는 아침
옹글게 견딘 내 몸은 깊은 바닥으로 흩어지는 것일까
어둠에도 눈이 부시는 간기가 흐른다
바가지 닿는 소리가 날 때
나는 기나긴 여정 속 밥상에 올라와 앉아있을 것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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