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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시

 심사에 앞서 심사위원들은 나름의 원칙에 합의했다. 그것은 좋은 시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좋은 시 라는 단순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정의는 선자(選者)들의 시적 취향과 시적 기준에 의해 약간의 편차를 가질 수밖에 없겠지만 사물의 마음을 읽어내 줄 수 있어야 하고 타인의 마음에 깃들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전제한 것이다.
 이런 기본원칙에 입각하여 본선에 올라온 시편들을 읽어갔다. 그러면서 늘 들어왔던 이야기를 너무나 익숙한 어법으로 전개한 시편들에게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고 자신의 견고한 내면세계에 천착한 접근불능의 시편들에는 더 이상의 인내를 발휘할 수 없음에 동의했다.
 결선에 올라온 네 사람의 작품들은 이런 측면에서 모두 선자(選者)들의 욕심을 채워주었다. 먼저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하였던 하봉채의 「구두코에 걸린 달빛이 흐리다」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신선함과 시편 전반에 자리한 단단한 상징들이 미덕이었다. 그리고 정연희의 「나무들 그 거리가 멀다」는 보편적 삶의 가치를 시적 형상화를 통해 일구어내려는 따뜻한 시심을 보여주었고 이십여 편에 가까운 시를 투고한 심정미의 「개망초 꽃처럼」은 시의 내적 흐름과 서정적 자아의 호흡이 어긋나지 않는 운율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많은 망설임과 고민 끝에 이병일의 「곰팡이」를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이견없이 합의했다. 우선 그의 시는 콩이 숙성과정을 통해 메주가 되어 결국 밥상 위에 오르는 모습을 통해 삶의 긍정적 세계를 펼쳐보여 주었으며 더불어 시의 근원이 삶에 대한 건강한 성찰임도 잊지 않고 보여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병일의 시편들이 결선에서 겨룬 다른 시편보다 우위에 있었던 것은 시행과 시행 사이에서 절묘하게 조절되는 긴장과 시편 전체를 통제하고 구성하는 시인의 세련된 시적 장악력 때문이었다.
시인 김종철/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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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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