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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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평화독서감상문대회] 대상 수상작 - 학부모 부문

끝내 단감을 드시지 못하고 떠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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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윤옥(경북 김천 개령초등학교 4학년 정민주 어머니) 씨.
 


 
▲ 아버지의 달력
 
 

 

    늘 그리움에 사무치고 목 메이게 불러보고 싶은 이름 `아버지`. 꿈에서라도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부귀영화 한 번 누려보지 못하고 한 평생 농사만을 천직으로 알고 자신이 태어난 고향 땅을 버리지 못하시고 그 곳에 뼈를 묻으신 아버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검게 그을리고 주름진 아버지 얼굴을 한 번만 만져볼 수 있다면…. 마디마디 갈라지고 거칠어진 그 억센 손을 한 번만 더 잡아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런 나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조차 없고 아무리 목 놓아 크게 외쳐 보아도 아버지라는 그 위대하신 분은 다시는 제 곁으로 돌아올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도서들 중에서 가장 먼저 나의 눈에 들어오는 책이 바로 「아버지의 달력」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하던 터라 이 도서의 제목만 보아도 제 마음 한 구석은 시려오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은 그렇겠지만 자식을 위해 아낌없이 주고 자신을 희생하며 무조건적으로 베푸시고 이 세상을 떠나버리신 야속한 아버지.

 아버지가 이 세상에 계실 땐 애만 태우고 자식 걱정에 마음 편히 쉴 날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아버지는 항상 그 자리에 서서 나를 지켜주실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옛말에도 나와 있듯이 돌이켜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효도하라고, 부모님은 자식이 효도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그 말이 정말 제 가슴 깊숙이 와 닿습니다.

 이 도서에 실려 있는 9편의 동화를 읽으면서 내가 마치 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마냥 가슴이 아프고 때론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지고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아들에게만은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정직하게 살아가시는 아버지. 예전엔 소매치기였지만 아들이 태어나고 그 더러운 손을 씻기 위해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따뜻한 민 벙어리장갑 안에 그 손을 가두었다는 아버지. 아마도 정직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단 것을 아들에게 일깨워 주는 듯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항상 입버릇처럼 "욕심내지 말고 정직하게 살아야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맘은 하나인가 봅니다.

 탐스런 복숭아가 너무나 먹고 싶어 복숭아밭에 서리하러 갔다가 복숭아는커녕 주인에게 들켜 호되게 매만 맞고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보고 화를 내시고 매를 치셨지만 아버지 맘이 얼마나 아프셨을까요? 그런 아들을 위해 제일 좋은 밭에 복숭아나무를 심고 복숭아가 먹고 싶은 아이들은 누구든 다 따 먹을 수 있도록 열린 복숭아밭을 만드신 아버지. 비록 아버지는 세상에 없지만 그 복숭아밭은 쭉 그렇게 남아서 내 아들에게 또 그 아들의 아이들에게 맛있고 탐스런 복숭아를 언제든 맘대로 먹을 수 있게 하시고 그런 모습을 하늘나라에서 지켜보시는 아버지의 얼굴엔 항상 웃음이 떠나질 않겠지요.

 그러고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더욱더 간절하게 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2년 전 아버진 구하기 힘든 종자라시며 단감나무 한 그루를 마당 앞에 심으셨습니다. 그 나무를 심어놓고 두 해 동안 얼마나 정성으로 가꾸셨는지….

 병환으로 고생하실 때 볕이 잘 드는 현관 앞에 앉아서 그 단감나무를 바라보시며 "내가 저 감나무에 달린 단감을 맛이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니 그 해 겨울 아버지의 말씀처럼 아버진 정말 그렇게 드시고 싶어 하시던 단감 하나를 드셔보지 못한 채 저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가을, 그 단감나무엔 얼마나 많은 감들이 주렁주렁 달렸는지….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정말 많이 기뻐 하셨을 텐데…. 단감나무를 바라보며 어머니와 전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너무나 그리워서, 그토록 드시고 싶어 하시던 감 하나를 드시고 가시지 못하신 게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 지금도 해마다 그 단감나무에 열린 감을 볼 때마다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옵니다.

 세상의 아버지란 존재는 누구나 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아파하십니다. 우리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또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이 동화를 읽으며 저는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을 많이 붉혔습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한 게 너무나 후회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지은이가 우리들에게 전하고 싶은 건 무엇이었을까요? 모두들 바쁜 생활에 지쳐 각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다시금 가족은 우리를 구속하는 굴레가 아니라 우리가 편히 기댈 수 있는 버팀목처럼 우리에게 편한 안식처가 되고,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공기 같은 존재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일깨워 주는 게 아닐까요?

 만약 할아버지 할머니가 없었다면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도 없었을 테고 또한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겠지요. 요즘 우리 아이들은 웃어른을 공경할 줄도 옆 사람을 배려할 줄도 모릅니다. 자기가 우선이고 무엇이든 자기 뜻대로 하려고만 하고 자기만을 생각하지요. 아마도 부모들의 이기심이 낳은 비극은 아닐까요? 이 동화를 읽고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따뜻한 가족애를 깨닫고 웃어른을 공경하고 존경할 줄 아는, 더불어 이웃사랑도 실천할 줄 아는 예의바른 그런 어린이로 성장해 갔으면 합니다.


▨ 당선 소감

딸아이와 함께 글을 쓰는 시간이 즐거워 응모하게 된 것인데 뜻밖의 큰 상을 받게 돼 놀라운 마음이 큽니다. 함께 응모



가톨릭평화신문  201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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