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제8회 평화독서감상문대회] 여성가족부장관상 수상작 - 중학생 부문

"엄마가 내 엄마라서 행복해요"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황지현(대전 외삼중학교 1) 양
 
 


 
▲ 불량 가족 레시피
 
   "엄마, 지금 행복해?"

 책을 읽은 후, 설거지를 하고 계신 엄마께 질문을 했다. 엄마는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잠시 나를 바라보시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시며 "응, 행복해"하고 대답하셨다.

 "왜 행복해?"

 "비록 임대 아파트지만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소중한 가족이 있고, 이만하면 건강하니까. 그런데 왜?"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지만 속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 동안 자꾸 엄마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엄마의 청소년시절을 엿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여울이 가족은 책 제목처럼 정말 불량가족이다. 팔순을 넘기신 욕쟁이 할머니와 여자들과 관계가 끊이질 않는 별 볼일 없는 직업을 가진 아빠와 엄마가 다른 이복 남매인 고3 수험생 언니와 다발경화병을 앓아 기저귀를 차고 다녀야 하는 오빠 그리고 한 때 잘 나갔지만 뇌경색으로 이혼한 삼촌까지. 구성이 복잡하다. 그리고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곧 터지려고 하는 화산처럼 서로 으르렁 거렸다.

 할머니는 여울이 엄마를 포함해 이복 언니와 오빠를 낳고 사라진 세 명의 여자들을 `독사 같은 년`이라며 늘 욕을 하셨고, 팔순이 넘은 나이가 돼서도 집안일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살림을 해야 하는 현실에 아주 작은 일에도 툭하면 잔소리를 하셨다.


   평소 자신의 삶과 아빠에 대한 불만으로 투덜대는 언니는 이복동생인 여울이에게 사납게 대했다. 늘 티격태격 전쟁터 같은 집안 분위기 속에 있는 여울이 마음은 어땠을까? 가장 편안한 곳이 되어야 할 집이 제일 불편하고 아프게 하는 장소가 되었으니….

 우리 엄마도 주인공 여울이처럼 불량 가족 환경 속에서 자라셨다. 다섯 살 때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서 이혼을 하셔서 엄마는 두 살 어린 여동생과 함께 엄마 친할머니 댁에 맡겨졌다고 한다. 여섯 살 때 친할머니는 생활이 힘들어지자 엄마 여동생을 다른 집으로 입양 보내놓고, 엄마껜 잠자는 사이에 엄마(외할머니)가 와서 동생만 데려갔다고 했다고 한다.

   아무리 깨워도 엄마가 일어나지 않아서 동생만 데려간 거라고…. 그 말에 엄마는 `내가 왜 못 일어났을까`하며 스스로를 많이 원망했다고 하셨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다른 친척을 통해서 동생의 입양사실을 알게 됐지만 지금까지도 만나지 못해 속상해 하신다. 친할머니께 여러 번 알려달라고 했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입양을 보냈기에 확인이 어렵다고 하셨단다. 그래서 엄마는 여동생을 찾게 해달라고 지금도 기도를 하고 계신다.

 외할아버지는 그 후로 세 번의 재혼과 두 번의 이혼을 하셨고, 엄마껜 세 명의 이복동생들과 혈연관계가 없는 두 명의 여동생이 생겼다. 엄마는 어렸을 때, 운동회 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오신 엄마와 다정하게 먹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엄마와 함께 옷을 사러 가거나 영화를 봤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고 하신다. 때로는 엄마랑 싸워서 엄마 흉을 보는 친구가 부러웠던 적도 있었단다. 그리고 결혼식 때 외할머니가 없어서 슬펐고, 나를 낳았을 때 외할머니가 곁에 안 계셔서 슬펐다고 하신다. 그리고 며칠 전, 내 친구 엄마가 친정에서 가져 온 김치인데 맛있다며 나누어 주셨을 때 엄마는 고맙다고 하시며 부럽다고 하셨다.

 주인공 여울이도 우리 엄마처럼 정상적인 가족관계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집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에 단단히 무장을 하고 들어갔을 것 같다. 불량가족 전쟁터에서 다치거나 쓰러지지 않기 위해…. 참 슬픈 일이다.

 하지만 나는 여울이가 패잔병처럼 쓰러지지 않고 잘 이겨내리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비록 아빠에게 불만인 언니와 삼촌, 오빠까지 집을 나간 상태인데다 아버지는 사고를 쳐서 구속당하고, 집은 가압류 당하고, 몸져누운 할머니마저 보살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지만 당당하고 밝은 여울인 충분히 잘 이겨낼 거다. 여울이에게는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맞서는 용기가 있으니까.

 우리 엄마는 지금 행복하다고 하신다. 그리고 아픈 기억이지만 그런 힘든 일을 겪었기에 아빠랑 결혼한 후에 생긴 여러 위기의 상황에서 가정을 지킬 수 있었고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을 더 많이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하신다.

 나는 여울이가 힘든 일을 잘 이겨내고 우리 엄마처럼 행복해 할 거라고 믿는다. 오늘밤 자기 전에 엄마를 꼭 안아 드려야겠다. 그리고 말씀 드릴 거다.

 "엄마, 나는 엄마가 내 엄마라서 정말 행복해요."


▨ 당선 소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그런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번 대회는 저에게 소중한 경험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책을 통해 엄마와 깊은 대화를 나누었고, 제 나이 때의 엄마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많은 아픔을 이겨 낸 엄마가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 엄마 마음을 더 많이 헤아려드리고, 엄마께 자랑이 되는 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상을 엄마께 선물로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12-1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2

루카 1장 37절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