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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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평화독서감상문대회] 여성가족부장관상 수상작 - 초등부 부문

외할머니는 최고의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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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수(인천 경인교대부성초 6) 양
 


 
▲ 할머니의 레시피
 
 

 

   이 책을 읽고 우리 외할머니도 갑자기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맞벌이하시는 엄마 아빠를 대신해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외할머니가 키워주셨다.

   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면 의복리 돈지마을. 깊고 깊은 산골마을이 외할머니 집이다. 놀이터와 친구도 없던 나는 외할머니를 `할미, 할미` 부르며 쫓아다니면서 엄마 아빠보다도 더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외할머니를 자주 만나지 못하는 나에게 이 책은 빨리 외할머니를 찾아가 보라고 충고해 주는 것 같았다.

 서현이 외할머니 집에서는 말린 산나물 냄새, 풋콩 냄새, 찐 감자 냄새, 각종 음식 냄새가 난다. 그리고 구더기가 기어 다니는 변소와 배불뚝이 요강도 있다. 우리 외할머니 집에도 시래기 냄새, 곶감 냄새, 간장 된장 고추장 냄새가 난다. 장독대가 있고 무쇠 가마솥도 있다. 외할머니는 밥을 짓고 나물을 데치고 고기를 삶는 것도 가마솥에 다 하셨다. 크고 작은 항아리가 키대로 줄 서 있는 장독대엔 장류, 김치류와 각종 말린 나물과 연시, 곶감, 식혜가 들어있었다. 그 곳은 외할머니 보물창고다.

 외할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셨다. 그 음식을 먹으며 나도 서현이처럼 행복했다. 외할머니는 봄이면 쑥국도 끓여주시고, 쑥개떡, 냉이, 달래무침, 부추전, 봄동 겉절이를 만들어 주셨다. 여름엔 콩국수, 오이소박김치, 상추겉절이, 가지나물, 호박잎쌈, 열무김치를 해주셨다. 가을이면 쑥인절미, 깍두기, 약밥, 고구마순김치, 깻잎절임을 만들어 주셨다. 겨울엔 팥칼국수, 수수경단, 닭매운탕, 동치미, 식혜, 약과를 해주셨다.

 맛없는 채소도 외할머니 손에만 들어갔다 하면 최고의 음식으로 탄생됐다. 도마질 소리 몇 번 들리고, 지지고 볶는 소리에 참기름 냄새 풍기면 뚝딱 맛있는 음식이 접시에 담겼다.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으면 외할머니는 잘 먹어서 예쁘다며 더 맛있는 음식을 해주겠다며 좋아하셨다. 서현이도 할머니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셔서 좋았을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음식들로 밥상을 풍성하게 차려 내오셨으니까.

 서현이는 5학년 여름방학을 외할머니 집에서 보낸다. 아빠도 어려워할 만큼 무서운 외할머니와 여름을 함께 보내면서 외할머니가 요리할 때마다 레시피를 쓰고 부뚜막 각시라고 불러준다. 그리고 외할머니 마음을 몰랑몰랑하게 요리할 줄 알게 되면서 친해진다. 할머니는 먹는 요리를 잘하셨고, 서현이는 마음 요리를 잘했다. 서현이는 진짜 훌륭한 요리사였다.

 우리 외할머니도 `내 강아지`하면서 나보는 재미로 사신다고 하신다. 엄마 아빠한테는 딱딱하게 대하시지만, 나한테는 생크림처럼 부드럽게 해주셨다. 내가 말만 하면 웃기지 않아도 웃으시고, 가만히 앉아 먹기만 하는데도 허허허 웃으셔서 `내가 개그우먼 끼가 있는 걸까?`하고 착각하기도 했다.

 우리 외할머니도 서현이 할머니처럼 나에게 많은 추억을 주셨다. 이제는 내가 외할머니를 보살펴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외할머니가 보따리 가득 산나물이랑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택배로 보내주신다. 죄송한 마음이 든다.

 서현이 할머니는 외로운 노년에 마지막 여름을 손녀와 함께 보내면서 가장 행복했고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 추억이 되고 말았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요리책을 만들어서 편지와 함께 남긴다. 서현이에게 남긴 편지를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서현이와 할머니의 마지막 여름이야기가 슬프면서도 맛있어서 첫 장부터 다시 읽었다.

 역에서 어색하게 할머니를 기다리던 서현이와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타고 오던 씩씩한 할머니의 모습, 주인도 못 알아보는 털랭이, 변소, 할머니표 음식들. 한 번 더 놀러오라는 걸 학교 다니고 학원 다니기 바쁘다고 겨울방학하기만을 기다렸는데 할머니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보고 싶은데 보고 싶다고 말하지 못한 걸 서현이는 후회했다.

 우리 할머니도 "바빠서 내려오기 힘들지? 학교 빠지면 쓰나…" 하시면서도 내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실 것이다. 내 덕에 굶지 않고 하루 세 끼 다 챙겨먹어서 건강하다고 하셨는데 서현이처럼 후회하는 일 없도록 얼른 내려가서 부뚜막 각시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테다.


▨ 당선 소감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고 얼떨떨합니다.

 제가 읽은 책 「할머니의 레시피」는 주인공인 서현이 외할머니가 마치 우리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같아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읽는 내내, 항상 저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시고,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두 할머니 생각이 참 많이 났어요. 수상 소식 듣고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지만, 할머니 축하 인사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제 감상문을 읽으시더니 `내 얘기를 써줘서 고맙다`고 하셔서 더 기뻤거든요.

 장래희망은 `글 잘 쓰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가르칠 아이들을 소재로 창작 동화를 써 아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싶습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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