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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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

서사 강하고 이야기꾼으로서 자질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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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소설 부문 응모작 총 99편은 개인의 내밀한 내면세계로부터 사회적 불평등과 불합리함에 대한 고발, 정체성 탐구에 치중하는가 하면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실존적 물음에서부터 현실적 삶의 고통에 이르기까지 소재와 주제를 다채롭고 다양하게 펼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의 풍경과,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일의 지난함들을 고루 담아내고 있어 읽는 일이 즐거웠다.
 그중 주목한 것은 <나비의 바다> <집> <열쇠> <숨바꼭질> <발목> 등 다섯 편이었다. 다섯 편 모두 안정된 문장과 무리없는 구성, 창작에 대한 진지한 자세 등을 갖추고 있었다.
 <나비의 바다>는 시종 건조하고 사실적인 문체로 한 여인의 고통과 고독을 서술하면서 지금의 세태를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는 점에 호감이 갔으나 흠없이 무난해 평범한 글이 됐다. <집>은 독특한 소재를 택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패기에 호감이 갔으나 인물들의 심리변화 서술방식이 거칠고 상투적이라는 느낌을 줬다. <열쇠>는 죽음을 앞둔 어머니와 딸 사이의 감정 흐름을 섬세하고 차분하게 그리는 솜씨가 뛰어났다. 글의 흐름이 물 흐르듯이 유려하고 능숙하나 죽음, 그리고 어머니와 딸이라는 보편적 정서에 기대는 바가 커서 작가만의 독특한 시각이 좀더 들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숨바꼭질>은 전편에 걸쳐 시적 단문으로 이뤄져 있다. 군데군데 통찰력이 빛나고 사소한 단초에서 빚어지는 운명의 아이러니가 가슴 저릿하게 하나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감상성이나 동화적 색채가 서사를 약하게 하는 점이 됐다.
 <발목>은 선이 굵고 건강한 작품이다. 형체를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으나 음험하게 내재돼 있는 우리 생의 허망, 덫의 존재를 아차하는 순간 발목을 날려버리는 `지뢰`라는 실물의 경험과 상징으로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불안한 청춘의 시간들을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서술로 이끌어간다. 완성도가 높은 <숨바꼭질>과 서사가 강하고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발목>을 놓고 고민하다가 어떠한 소재든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건강하고 균형잡힌 시각과 활력을 높이 사 <발목>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노순자, 오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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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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