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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평화를] 선우경식 원장 추모사

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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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저 근수(안드레아)예요.
 23년 동안 그렇게 원장님을 힘들게 했던 근수가 이제 원장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원장님! 신림동에서 주말 의료봉사를 하시던 원장님께서 저를 지켜주시지 않았다면 오늘의 저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신림동 다리 밑에서 생활하면서 24시간 술에 젖어 온갖 사고를 도맡아 저지르던 저를 이끌어 주신 원장님. 술에 취해 교통사고를 당해도, 신림동 다리 위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져도, 그리고 싸움질을 하다 칼에 찔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돼도 원장님은 아무 말씀 없이 치료해 주고 돌봐 주셨습니다.
 원장님은 이 세상 밑바닥에서 말썽만 부리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온 제게 사랑과 믿음을 주셨습니다. 매일 술을 먹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살던 저를 아홉 번이나 정신병원으로 보내 치료해 주셨고, 사람을 만들어 보려고 고생을 참 많이 하셨습니다. 저와 비슷하게 밑바닥에서 살던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아들같이 대해주신 원장님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술을 끊었고, 지금까지 두 번 다시 술을 먹지 않았습니다.
 작년 이맘 때 제가 아내를 맞아 가정을 갖게 됐을 때 원장님은 "앞으로 1년 동안 부부싸움 안 하고 잘 살면 조그만 가게를 하나 마련해 줄게"라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원장님이 제게 1년 전에 하신 약속은 지키실 수 없게 됐네요. 하지만 전 열심히 살겠습니다.
 원장님. 제가 끝까지 잘 사는 것을 지켜보셔야 하는데 왜 이렇게 홀연히 가셨습니까? 저는 앞으로 누구를 의지하고 살라는 것입니까?
 저는 어려서부터 아버지, 어머니를 불러보지 못하고 살아 왔습니다. 제 소원은 아버지, 어머니를 불러보는 것이었습니다. 살아계실 때 원장님을 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었는데…. 이제라도 아버지라고 한 번 불러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젠 열심히 살게요. 아버지도 하느님 곁에서 편히 쉬세요.
 아버지!
 2008년 4월 21일 안근수 안드레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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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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