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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호(號)는?

옹기장수 부모에 대한 그리움, 질그릇 같은 소박한 삶 추구 인생관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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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추기경의 호(號)가 `옹기`라는 사실이 8월 29일 옹기장학금 전달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주위의 몇몇 측근은 이를 알고 있었으나 추기경 자신이 원치 않아 그동안 공공연히 부르지 못했다고 한다. 요즘은 일부 저명인사나 문필가, 예술가 정도가 호를 사용하는 터라 추기경은 성직자로서 호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마뜩지 않게 생각했다는 게 측근들 전언이다.  
  호에는 당사자의 인생관, 거처, 취향 등이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 옹기에는 박해시대 신앙 선조의 선교정신과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
사진은 충남 청양 다락골줄무덤 성지에 있는 옹기 14처.
 

  한국 천주교에서 옹기는 특별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박해를 피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산으로 숨어든 신자들은 대부분 옹기나 숯을 구워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산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흙과 목재였기 때문이다.   신앙 선조들은 옹기를 짊어지고 팔러 다니면서 천주교를 알리거나 바깥 소식을 들었다. 플라스틱 용기가 보급되기 전에 옹기장수나 옹기점 주인들 가운데 천주교 신자가 유달리 많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70년대 한 논문에는 도공(陶工)이나 옹기장수의 조상을 물으면 십중팔구 천주교인었다는 설문결과가 남아있다.
  순교자 집안의 김 추기경 부모도 옹기장사를 했다. 조부 보현(요한) 공이 1868년 무진박해 때 서울에서 순교하자 가장을 잃은 추기경의 부친(김영석 요셉)은 옹기장수로 전전하다 대구 처녀 서중하(마르티나)를 만나 결혼했다. 추기경은 두 사람 사이에서 5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추기경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부친이 별세하자 어머니는 거의 평생토록 옹기와 포목을 머리에 이고 행상을 다니며 자식들을 키웠다.
  추기경에게 옹기는 신앙 선조들의 꺾일 줄 모르는 신앙심이자 부모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의 표상이다. 또한 투박하기는해도 소박한 멋과 정취가 배어 나오는 질그릇 같은 삶을 추구하는 인생관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추기경은 혜화동 집무실에서 장학금을 전달할 때마다 "사도 바오로가 `우리는 이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2코린 4, 7)라고 했듯, 주님 말씀을 질그릇에 담아 전하는 북방선교 시대의 일꾼이 되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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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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