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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특집] 김추기경 선종 추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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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6월 30일 대구 두산본당에서 봉헌된 박준용 신부의 첫 미사.
이날 김수환 추기경은 사제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조카 손자 박신부를 격려하기 위해 함께 했다.
 
◆ 김수환 추기경의 증손자 박준용 신부(대구대교구 상인본당 보좌)

‘평생 동지’ 약속 기억할게요

“평생 동지로 약속하는 거다….”

2월 16일 하느님 나라로 올라가신 추기경 할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드린다. 은총의 삶을 사셨던 추기경 할아버지를 하느님의 품으로 보내 드리며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감사합니다’란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는데, ‘고맙습니다’란 마지막 말씀을 남기고 숨을 거두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죄송스런 마음이 가슴을 누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추기경 할아버지께 세배를 드리러 갔었다. 신부님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하자, 할아버지께서는 내 손을 꼭 잡고 “너, 나하고 평생 동지로 약속하는 거다”라고 말씀하셨다. 어린 손자의 꿈을 소중히 생각하시고, 그 꿈에 날개를 달아주셨던 할아버지의 약속에 감사드린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추기경 할아버지께서 대구에 오셔서 집에 들르신다는 말씀을 듣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곧장 할아버지를 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6년 전의 약속을 기억하시면서, “평생 동지 왔구나!”하시며 다시 한 번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리고 10년의 시간이 흘러갔고, 나는 사제 서품을 앞두게 됐다. 서품 전 나는 조심스런 마음으로 할아버지께 편지 한통을 썼다. 대구의 손자가 이제 사제 서품을 받게 됐다는 소식과 함께, 손자 신부가 봉헌하는 첫 미사에 꼭 와 주십사 하는 내용이었다. 집에서도 추기경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참석 여부를 여쭤보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몸 상태가 악화되고 있어서 어찌될지는 모른다고 전해주셨다.

사제 서품을 받은 2006년 6월 29일 아침, 서울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추기경 할아버지께서 증손자의 첫 미사에 참석하시기 위해 대구로 내려오신다는 소식이었다. ‘평생 동지하자’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제 사제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어린 손자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하신 것이다. 그날 오후 집에 도착하신 할아버지께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계신다는 전갈을 받았다. 그 길로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할아버지께 사제로서 인사를 드린다는 기쁨에 현관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갔다. 주위의 어른들께서는 할아버지께 큰 절부터 올리라고 주문하셨다.

“할아버지, 큰 절 올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찰나, 추기경 할아버지께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새 사제 강복부터 받아야지”하시며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셨다. 내 눈 앞에, 내가 가장 존경하던 할아버지께서 낮은 모습으로 강복을 청하고 계셨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조심스레 할아버지의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그 손을 보며 사제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그리고 사제의 손이 얼마나 거룩한 것인지를 가슴으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대구 두산성당에서 봉헌된 첫 미사. 할아버지께서는 나를 꼭 끌어안아주시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진심어린 축하와 축복의 말씀을 해 주셨다. “앞으로 새 신부가 주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믿음을 갖고, 그분처럼 아름답고 사랑으로 가득 찬 신부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추기경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혜화동 주교관을 찾아갔었다.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이야…. “잘 지내느냐”는 할아버지의 물음에 “예. 할아버지. 저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대답 외에는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했다. 그리고 더 이상 할아버지와 나와의 대화는 없었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나 사이에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추기경 할아버지와 나는 ‘평생 동지’이기 때문이다. 하느님 안에서의 영원한 ‘평생 동지’이기 때문이다.

추기경 할아버지!
이제 하느님 안에서 편히 쉬십시오.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기억하며, 평생 동지로서 열심히 사제 생활을 해 나가겠습니다.
언젠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지금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받는 사랑만큼, 저는 남을 사랑하며
살지 못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부족한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겠습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를 외치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언젠가 할아버지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할아버지! 하느님 나라에서 다시 뵙는 그날까지
늘 편안하십시오.
주님, 할아버지께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할아버지께 베풀어 주소서.


■ 타종단 대표 추모사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어두운 현실서 사회 정의 실현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삼가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에 너무나 안타깝고, 그 분이 얼마나 큰 하느님의 은총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민주화와 사회 정의 실현,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랑의 현장에서 만났던 김수환 추기경님을 기억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와 자매로서 커다란 별을 잃고 슬퍼하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이제 더 큰 은총으로 감싸주시기를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 회장 김삼환, 총무 권오성

◆ 성균관

종교 초월해 존경 한 몸에 받던 분

추기경님은 모든 교인들에게 존경받으셨고, 종교계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특히 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창립은 물론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에서 책임 있는 자리를 맡아 활약하시면서 가슴으로 이웃종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셨으며 종교간 화합에 앞장서시던 분입니다.

그 분에 대해 잊을 수 없는 기억은 군사독재의 암울한 시대에 민주화와 인권신장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며 따스한 복음을 전해 주시던 모습입니다. 그러기에 종교를 떠나 국민 모두의 진심어린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분이셨습니다.

전국 유림을 대표하여 깊이 애도하는 바입니다.
- 관장 최근덕

◆ 대한불교조계종

가난한 이웃과 함께하는 삶 실천

대한불교조계종은 한국 종교계의 큰 스승이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대해 불교계의 모든 사부대중들과 함께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김 추기경께서는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 있으며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주로서 교회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고통 받고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하는 삶을 실천해 왔습니다.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도 스스로를 낮추며 이웃의 고통을 대신하여 짊어지고 국민들과 함께하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큰 스승을 잃은 천주교인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며 고인께서 보여주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평생의 지표가 이 땅에서 실현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 총무원장 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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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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