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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특집] 김추기경 선종 추모시-이해인 수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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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길을 넓히고 떠나신 빛이시여!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고
하늘이 투명했던 2009년 2월16일
마악 봄이 일어서기 시작한 이 땅에서
슬픈 소식을 전해 들은 많은 사람들이
당신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울었습니다
우리 마음 속에도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습니다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미덥고 따뜻했던 아버지가 안 계신 이 세상이
문득 낯설어 마음의 갈피를 못 잡고 서성였습니다

한국의 첫 추기경으로서
종파를 초월한 첫 사랑을 많이 받으신 추기경님
우리를 기쁘게 했던 환한 웃음과 유머
과분한 사랑을 받았노라고 나직이 고백하신 그 음성
당신을 힘겹게 했던 기침소리까지도 그립습니다
병상에서도 미소와 평화를 잃지 않으셨지요
매사에 최선을 다하시고도 늘 부족하다고 자책하셨지요
예수님을 닮은 사제가 되지 못했다고
좀 더 가난하게 살 용기가 부족했다며 부끄러워 하셨습니다
‘고맙다’ ‘고맙다’고 되풀이하신 소박한 인사가
세상과 사람을 향한 당신의 마지막 화살기도였습니다

세상에서 우리에게 길을 안내하시고
마침내 길이 되어 하늘로 떠나신 분
시들지 않는 사철나무로 살아계실 분이시어
삶 자체로 ‘모든이의 모든 것’되신 넓은 사랑
아픔과 시련 속에 더 맑아지고 깊어진
당신의 영적 통찰력을 우리도 배우고 싶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살라는 그 말씀
늘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
당신처럼 스스로 낮추는 겸손의 미덕을
우리의 가슴에, 삶에 새길게요

지난해 12월 어느 날,휠체어 타신 모습으로
제가 입원 해 있는 병실을 방문 하셨을 때
‘오늘은 참 좋아 보이시네요!’ 하니
‘음...서서히 본래의 내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지’하며
유쾌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당신께서 원하시던 본래의 그 모습
하느님 닮은 모습을 찾아 고향으로 떠나신 것이지요?
두 눈 마저 이웃 위한 빛으로 남기시고
영원으로 눈 뜨기 위해 눈 감으신 것이지요?

2월의 매화 향기 속에 빛이 되어 떠나신 아버지를
우리는 오래도록 그리워 할 것입니다
당신 덕분에 우리가 행복했던 시간에도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고통도 슬픔도 없는 나라에서 편히 쉬소서
세상에 계신 동안 당신의 눈물로 빚어낸 평화
당신의 큰 마음으로 넓히신 인류애를
우리도 조금씩 닮아가는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 되고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이어지는
‘성인들의 통공’ 속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2009.2.17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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