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김수환 추기경 선종특집] 추모 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한국 천주교 주교단-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을 기리며 -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오늘 우리는 한 분의 위대한 신앙인을 하느님 품에 맡겨 드립니다. 김수환 추기경, 그 존함은 누구나 귀에 익었고 그 존재는 모든 이의 마음에 가까운 분이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 뿐 아니라 이 나라의 큰 어른이 이제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품안에 잠들었습니다. 그런 어른이 남기고 가신 엄청난 빈자리 앞에서 그분을 여읜 우리의 마음은 깊은 슬픔에 잠기지만, 평생을 말과 행동으로 자비의 하느님 나라를 전하고자 온 힘을 다한 이 충실한 착한 목자를 우리에게 보내주신 주님께 우리는 감사와 찬미를 올립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분명 이 나라 천주교회를 오롯이 이끌고 국내외에 드높인 역사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저마다 생각과 주장이 다른 오늘의 세상에서, 놀라우리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 입장이나 신분을 막론하고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사회 원로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니라 인간을 위해 스스로를 더없이 비우고 낮추신 주님 자비의 은혜로운 복음이었음을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확신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내치고 비천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느님 모상으로 태어나고 구원된 그 불가침의 존엄을 이웃끼리도 나라도 지키고 받들어야 한다는 김추기경의 복음적 신념은 확고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를 이루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갈피에서 혼란과 어려움을 극복할 지혜와 힘과 위안을 구하고자 그분을 믿고 바라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사회의 음지에서 생활고에 허덕이는 사람, 병고에 신음하는 사람, 불의에 희생된 사람, 아무리 일해도 억눌려 사는 노동자와 농어민들 심지어 희망을 잃은 죄수들, 이들은 더더욱 그분을 가슴으로 가까이 느끼고 진정으로 사랑했습니다. 그것은 그들 모두와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파한 그분에게 먼저 사랑받았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하신 예수님 말씀을 곧이 곧장 따랐기 때문입니다.

그는 정치가도 아니요 사회운동가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주님의 사제였고 참다운 목자였습니다. 그렇기에 양들을 위해 자신을 다 바치는 그분의 알아듣기 쉽고도 분명한 목소리는 누구나 문제의 핵심을 다시 보고 양심을 성찰하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었습니다. “목자는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는 일이 없고 또 말해 주어야 할 것을 침묵하는 일이 없도록” (성 그레고리오의 『사목규범』에서) 하라는 어려운 길을 꿋꿋이 걸어간 분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의 꾸밈없고 소박한 인간다움이 모두의 마음에 친근하게 와 닿던 분, 노년에 자화상을 이 ‘바보야’하며 그려내는 순진하고 넉넉한 마음의 임자였습니다. 그렇기에 독선을 모르며, 잘못은 준엄하게 꾸짖으면서도 사람은 단죄하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도리어 누구보다도 먼저 겸허하게 자신의 허물을 통감하며 “주님, 이 죄인 김수환을 용서하소서” 하고 기도한 분, 더없이 명철하면서도 은근한 유머와 미소로 사람을 늘 따듯이 맞아주는 온후한 분이었습니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은 그 존재만으로도 빛을 뿌리는 분이었습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었습니다. 거센 풍랑을 가르며 헤매는 일 없이 바른 뱃길을 가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던 고마운 별, 이제 그 큰 별이 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밤하늘의 별이 지는 것은 동이 트고 새날이 밝아옴을 알린다는 것을.

자비 지극하신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신 추기경님, 우리들 모두를 하늘에서 지켜보고 도와주시며,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아멘.

◆ 정진석 추기경

우리 사회 빛과 희망이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을 애도하며…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수환 추기경께서 2월 16일 오후 6시 12분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품안에서 선종하셨습니다.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애통해하는 모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하느님께서 김수환 추기경을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받아 주시기를 기도합시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항상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빛과 희망이 되어주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모든 한국인의 ‘사랑과 평화의 사도’ 로서 하느님께 받은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 오셨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가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김 추기경님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노환으로 고통을 받으시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와 인간미를 잃지 않으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을 향해 외치셨던 메시지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리스도의 평화와 화해였습니다. 평소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바라던 대로 이 땅에 평화와 정의가 넘치도록 마음을 모아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고 기도해 주십시오.
이 시대의 성자인 김수환 추기경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친히 주님의 일꾼 김수환 추기경을 거룩한 교회의 목자로 세우셨으니 인자로이 굽어보시어, 말과 모범으로 신자들을 보살피다가 세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이 마침내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아멘.”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 이형우 아빠스

진정으로 자신을 낮춘 겸손한 분

김수환 추기경님을 그리며

우리 모든 수도자들은 하느님 아버지께 마음을 모아 김수환 추기경님께 영원한 생명을 주시도록 기도합니다. 거의 모든 대중 매체가 연일 추기경님의 선종을 애도하고 그분의 업적과 인품과 영성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덧붙여 김 추기경님께서 우리 수도자들을 많이 사랑하셨고, 삶으로써 큰 모범을 주셨다는 사실을 상기해 봅니다.

추기경님은 약하고 가난하고 병들고 고통 받는 이들을 특별히 사랑하셨고, 또 당신 자신을 진정으로 낮추신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작년 7월 어느 날 고심해서 그린 자화상에 “바보야!”라는 제목을 달았고, 그 그림을 당신 방에 걸어두고 매일 보셨다고 합니다. 이 일화는 추기경님의 평범하면서 깊은 영성을 웅변합니다.

1951년 사제서품 성구를 “하느님,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시편 51,1)로 정하신 것은 다윗 성왕처럼 하느님 앞에 자신을 늘 부당하고 죄스런 종이라는 고백함으로써 다시 분발하는 동력으로 삼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15년 후 주교가 되신 다음 주교문장에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를 성구로 쓰셨습니다. 이 성구는 성찬전례에서 성혈 축성에 나오는 주님 말씀의 한 부분입니다. 추기경님은 매일 미사를 거행할 때마다, 십자가에 죽기까지 아버지께 순종하셨고 만민을 구원하기 위해 당신 자신을 대속 물로 내어 놓으셨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까지 가장 밑바닥에 내려오신 주님의 겸손을 묵상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그 덕행들을 닦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골 할아버지처럼 소탈하게 웃으시는 편안한 모습에서 주님의 은혜로운 모습을 뵙는 듯합니다. 당신 자신을 온전히 비우셨기에 그 안에 주님이 사신 것입니다.

추기경님! 너무나 부족하고 부끄러운 저희 수도자들을 위해 하느님 아버지께 빌어주십시오.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 오세향 수녀

주님처럼 소외 이웃과 사랑 나눠

‘김수환 추기경님 영전에’

저희 여자 수도자들에게 늘 아버지 같고 할아버지 같으셨던 추기경님,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성체 성사의 주님처럼 생명의 빵이 되어 살아계신 그리스도의 이콘이 되고 싶으셨던 우리들의 추기경님,

당신의 서거하심 앞에서 왜 우리나라 한 시대의 역사가 스쳐 지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난하고 불행한 이들, 정의에 굶주리고 목마른 이들에게 늘 예수님처럼 사랑과 희망을 전하신 우리들의 추기경님,

당시 명동성당이 이런 분들의 쉼터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추기경님의 이들에 대한 특별한 사랑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그 시절 이후 당신께서는 한국 교회의 어른이실 뿐만 아니라 이 나라 국민들의 어른이시기도 하셨지요. 사랑과 유머가 넘치신 추기경님, 함께 있으면 인자하고 재미있는 할아버지 같으셨던 추기경님, 그렇지만 “때때로 십자가 지시는 게 두려워 도망치고 싶으셨다”고도 하셨지요.

정말 그동안 당신께서는 얼마나 크고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오셨는지요! 그래도 “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지요.

우리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신 김수환 추기경님, 신앙의 삶은 말로만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고 행동하는 삶임을 몸소 가르쳐주신 스승님,

지금은 일생을 헌신하며 따르신 예수님과 함께, 늘 기도하며 사랑을 드린 성모님과 함께 그리고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씀하신 사제로서의 성소를 심어주신 어머니와 함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신 할아버지를 비롯한 순교자들과 함께 부활의 기쁨과 평화 속에 지내시겠지요?

추기경님을 보내드려야 하는 지금, 추기경님을 그리며 당신께서 작사한 성가를 조용히 불러봅니다.

“나는 주님을, 주님을 찾습니다. 그 얼굴, 그 모습을 형제들 가슴 속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 우리는 그리스도의 피, 우리는 그리스도의 평화. 그러나 무엇을 했나요.”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02-2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1베드 1장 22절
여러분은 진리에 순종함으로써 영혼이 깨끗해져 진실한 형제애를 실천하게 되었으니, 깨끗한 마음으로 서로 한결같이 사랑하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