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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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장례미사 고별사(요약)

내 사랑하는 바보야, 그만하면 다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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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끼며 추기경님과 모든 한국인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랫동안 서울의 가톨릭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시고 추기경단의 일원으로서 여러 해 동안 교황에게 충심으로 협력하신 김 추기경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억하며, 여러분과 함께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그분의 노고에 보답해 주시고 그분의 고귀한 영혼을 하늘나라의 기쁨과 평화로 맞아들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장례미사에 모인 추기경님의 친족과 모든 분에게 주님의 힘과 위로에 대한 보증으로서 진심으로 사도의 축복을 보내 드립니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서울대교구의 공경하올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과 사제들과 신자 공동체가 겪고 계시는 슬픔을 함께 합니다. 김 추기경님은 교황청과 각별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셨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당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 분이십니다. 생명과 인권, 민주주의와 자유, 정의의 충실한 변호자이셨습니다. 빛과 희망, 평화의 횃불이셨습니다. 교구장에서 물러난 후에도 추기경님은 항상 기쁜 모습을 보여주신 참 신앙인이셨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생애를 통해 참된 하느님의 사람이셨음을 보여주셨습니다. 교황대사로서 김 추기경님의 영혼의 평화를 위한 기도 안에서 한국의 가톨릭 공동체와 하나 되고자 합니다. 주님과 함께 일생을 지내신 그분께서는 주님의 사랑 안에 영원히 머무르실 것입니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사랑하고 존경하는 추기경님. 추기경님을 존경하고 흠모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번엔 정말 놀랐습니다. 전국 각 교구 성당과 빈소에 추기경님과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며 밀려드는 인파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우뿐 아니라 온 국민이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습니다. 마음이 너무 휑해서 집에 있을 수 없어 성당으로 모여와 몇 시간씩 기다리며 마지막 길을 배웅해 드리고자 하는 거 같습니다. 심지어 제가 있는 섬 제주에서 조차 조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세상살이가 너무 어렵고 희망은 없어보이니 추기경님이 떠나심이 더 안타깝고 불안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추기경님이 입ㆍ퇴원을 되풀이 하시면서 급속도로 체력이 약하되시다가 7개월 전부터는 병실에 붙잡혀 계시니 참으로 애처로웠습니다. 갈수록 초췌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아팠습니다. 언제부턴가 식욕도 없으시고 배설도 당신 뜻대로 안되시니 인간의 가장 기본적 신체 기능이 마비돼 갔습니다. 마침내 영양이 부족해 당신 힘으로 일어서지도 못하셨습니다. 화장실은 혼자 힘으로 가려던 마지막 자존심도 버리고 당신 몸을 다른 사람에게 내 맡기셨습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호흡곤란으로 가쁜 숨을 몰아시면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계속 되는 육신의 한계 상황을 온몸으로 겪어 내며 정신적으로 고통과 외로움 속에 힘겹게 싸우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싸움은 아무도 도와드릴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께 투정 섞인 넋두리를 늘어놨습니다.

"추기경이 무슨 보속할게 많아 고난을 맛보게 하십니까. 추기경이 되시는 분을 이 정도로 하시면 우리 같은 분은 얼마나 호되게 하시렵니까? 주님 이제 그만하면 되시지 않습니까"하고 기도했습니다.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추기경의 고난이 왜 필요했는지를. 추기경님은 투병생활로 깜깜하고 싸늘하게 식어버린 국민들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도산과 실직, 절망과 불안의 골짜기를 걷는 이들이 용기를 얻으며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명동으로 전국의 각 성당으로 모여왔습니다. 추기경의 고난이 있었기에 이미 추기경의 부활은 시작됐습니다. 추기경님께서 살아계시면서 말씀하셨을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추기경님의 말씀을 음미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추기경님은 이제 혜화동 할아버지가 아닌 한국의 할아버지입니다.

추기경님은 젊은 시절부터 간직하신 한 가지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 곁에서 복음을 사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주교직에 오르고 추기경으로 서임되면서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큰 빚을 안고 사셨습니다. 연세가 높아지고 그 빚을 갚을 길이 없다는 걸 알고 "이 모양 이꼴"이라 탄식하고 자신에게 "바보야"하고 읊으셨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추기경님, 저는 믿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분명히 이렇게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어서 오너라. 내 사랑하는 바보야. 그만하면 다 이뤘다. 와서 천지창조 때부터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주님 나라에 들어가시면 평소 애틋하게 사랑하신 백성을 위해 주님께 간구해주십시오.


▨이명박 대통령

오늘 우리는 큰 기둥이셨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가르쳐 주신 큰 어른 김수환 추기경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려고 합니다. 추기경님의 선종을 온 국민과 함께 깊이 애도합니다.

작년 성탄절 날 저희 부부가 찾아 뵈었는데 마지막이 될 줄 몰랐습니다. 힘들어 찾아뵐 때마다 기도해주시고 용기와 격려를 불어 넣어주신 추기경님의 숨결을 지금도 느낄 수 있습니다.

추기경께서는 사회의 지도자로서 병든 자, 가난한 자와 함께 하셨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소외된 노동자들 편에서, 불의와 부정에 맞서 정의를 말씀하시고, 행동하셨습니다. 민주화 시대에는 권위주의에 맞서 정권의 압박을 맨 앞에서 온 몸으로 막아내셨습니다. 네편 아니면 내편이라는 이분법이 팽배한 요즘 타인을 존중하고 대화할 것을 가르치셨고, 그러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권력이 부패할 때에는 준엄히 꾸짖으셨고, 시류에 휩쓸릴 때는 바른 길을 일러주셨습니다. 힘없는 자에게는 한없이 인자하셨고, 가진 자와 오만 앞에서는 추상과 같으셨습니다.

우리는 추기경님의 선종을 슬퍼할 수만 없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소중한 분을 데려가시면서,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화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추기경님이 말씀과 행동으로 세상에 남기신 메시지는 감사, 사랑 그리고 나눔입니다. 사랑을 남기고 가신 추기경님은 이제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현재에 감사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 것을 바라십니다. 우리 모두 추기경님이 남기고 간 뜻을 받들어 서로 사랑합시다. 추기경님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한승수 국무총리 대독

▨전 가톨릭대 총장 최승룡 신부

예수님께서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먹이시고 부스러기가 열두 광주리가 남았다는 기적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가 갑자기 `펑`하고 터지면서 산처럼 솟아오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추기경님은 돌아가시면서 각막을 기증하셨습니다. 눈만은 너무 맑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2명이 빛을 보게 됐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장기 기증자가 5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추기경님의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사람들에게 감염돼 5000명이 빛을 보게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마음의 눈이 추기경님의 모범으로 열리면 이는 더 큰 기적입니다. 미움과 갈등, 욕심의 각막을 벗고 사랑과 화해와 희생의 각막을 이식하면 평화와 행복이 올 것입니다.

"당신의 온화한 웃음 때문에, 저희는 따라 웃기만 하다가 웃음 뒤에 숨겨놓은 불면의 30년, 당신의 그 속마음 헤아리지 못하였어도 올곧은 샘이시여! 이 땅에 퍼뜨린 당신의 바보 웃음의 향기에 우리도 취하게 하소서"(김형영 시 `바보웃음의 향기 하늘에도 퍼져라`중).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한홍순

추기경님께서 어떠한 부당한 세력도 감히 범접 못할 겨레의 성지로 일궈 놓으신 명동 성당에서 수많은 국민이 함께 이승에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저희 마음은 한없는 슬픔으로, 그러나 동시에 기쁜 희망과 깊은 감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온 국민이 추기경님의 선종을 애도하는 것을 보며 저희는 평생을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우리 민족이 인간답게 살도록 하기 위해, 그리하여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헌신하며 착한 목자의 삶을 사신 추기경님이 무척 자랑스럽고,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당신 죽음까지도 도구삼아 모든 이를 구원의 빛으로 인도하는 영원한 사제요, 선교사이십니다. 참으로 추기경님께서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 땅에 떨어져 죽는 밀알 같은 삶을 사신 분, 구원의 길을 보여 주신 희망의 증인이십니다.

언젠가 저희도 하느님께 나아가 추기경님을 다시 뵐 때까지 추기경님의 가르침을 따라 땅에 떨어져 죽는 밀알 같은 삶을 살기로 다짐합니다. 저희도 희망의 증인으로 살도록 힘쓰며 모든 사람이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하는 데 이바지하기로 다짐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추기경님께서 저희 곁에 계셔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더 이상 육안으로 추기경님을 뵈올 수 없게 된 것은 크나큰 슬픔이지만 이제 주님 곁에서 주님을 마주 대하며 큰 행복을 누리고 계시리라는 믿음은 저희에게 커다란 위안이 됩니다.

이제 아버지의 집에서 저희를 축복해 주십시오.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영광으로 인도해 주실 하느님의 어머님이요, 추기경님의 어머님이신 성모님께 추기경님의 영혼을 돌봐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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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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