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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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추모열기는 인터넷을 타고

별은 졌지만, 우리 안에 더 빛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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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애도가 인터넷에도 이어지고 있다.
평화방송 평화신문이 개설한 김수환 추기경 추모 누리방 첫 화면.
 


애도행렬 온라인에도

 김수환 추기경의 빈 자리가 너무 크다. 전국에서 물결처럼 일고 있는 추기경의 애도 행렬이 인터넷에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사랑하라, 고맙습니다…."(조철행)
 "하느님이 환히 반겨주셨지요? 당신과 약속한대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하다가 하늘에서 만나요."(손녀딸 일주 드림)
 "고등학생 어린 마음에도 공중전화 부스에서 최루탄 맞으며 복잡한 세상 끝까지 가더라도 우리 추기경님이 계시겠지…. 몰리다 몰리면 명동 안쪽으로 가면 되겠지…. 그랬던 고딩이 지금 40대. 사랑합니다. 영원히….(김유일)
 가톨릭인터넷 굿뉴스, 평화방송ㆍ평화신문 추모 누리방과 네이버, 싸이월드 등 포털사이트에 추기경에 대한 사랑, 그리움이 가득한 편지와 자작시 등 애도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 번도 뵌 적 없고 병상에 계셨을 때 추기경님을 위한 기도 한 번 한 게 전부입니다. 언제나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자상하시면서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도로써 희망을 주신 분, 이렇게 보내드려 죄송합니다. 저흰 추기경님께 아무 것도 해드린 게 없는데, 고맙고 감사하다고 하시네요."(김기룡)
 "우리 모두의 빛과 소금이 되어주시느라, 무척이나 고단하셨을 당신. 이제는 편안히 잠드소서."(소현준)
 "좋은 곳으로 가셨을텐데…. 좋은 곳에서도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실텐데…. 눈물이 납니다. 아… 주님 ㅜㅜ"(한승희)
 "우리는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김부건)
 "별은 졌지만, 그 별이 우리 마음 안에 빛나고 있음을…."(이선영)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 때문에 눈물이 흐르는 건 처음이네요. 그냥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요…."(황석일)
 "추기경님의 뜻대로 자신을 낮추고 사랑을 베풀며 살겠습니다."(조주연)
 "저는 개신교인이지만 추기경님을 참으로 존경했습니다."(박은호)
 애도의 글에는 `사랑` `용서` `평화` `나눔`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추기경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글은 물론, 삶에 대한 반성과 "이제 사랑하고 용서하며 살겠다"는 사랑의 다짐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사도 나가지 못하고 세상에 너무 빠져 있었습니다."(봉미란)
 "저 어릴 적 복사할 때 김 추기경님은 동경의 대상이셨어요. 군시절 군종병도 하고 했지만 군 제대 후 조금 냉담을 해서 많이 제 맘이 불편합니다."(이건수)
 각 본당 누리방과 가톨릭 신자들의 인터넷 카페에도 추기경에 대한 추모와 글과 자작시 등이 올려져 있다.
 네이버는 `세상을 비추는 별이 되다`는 추모 누리방을 열고 누리꾼들이 추모 리본 달기를 시작해, 9만 명(2월 19일 현재)이 넘는 누리꾼들이 검은 추모 리본을 달았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box] 당신을 닮아 살아보겠노라고

-추기경 관 운구한 임창재(서울 일원동본당 보좌) 신부-

 내일이다…. 내일까지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서 더 바쁘게 하루를 살았는데….

 뉴스를 보다가 그 분 편히 누워 계신 관의 뚜껑이 닫힌 것을 보고서는…. 그만 엉엉 울어 버렸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중림동 본당 사제관이 축성되던 날 왠 검은 차에서 어른이 한 분 내리자 그 때까지 성당에서 제일 높은 줄 알았던 주임 신부님이 그 분께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린다.

 와~ 이 분은 누구신가? 진짜 높은 분인가 보다….

 그 분이 쓰시던 이상하게 생긴 모자…. 내 역할은 미사 내내 그걸 들고 서 있는 일.

 (중략)

 난 한참 뒤 그 분이 김수환 추기경님이란 걸 알았고 또 그 분이 우리 나라에서 제일 높은 신부님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곤 뉴스를 통해 교회를 통해 가끔 그 분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른이 넘어 난 신학교에 입학했다.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난 그 분과 그렇게 혜화동에서 함께 사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신학교에서 햇살이 좋던 날 가끔 그 분을 뵐 수 있었다. 목자의 길을 홀로 거니시던 모습. 감히 말씀을 건낼 엄두도 나지 않아 그저 멀리서 허리까지 깊숙이 숙여 인사를 드리면, 인사를 올리면서도 한참 후배인 신학생이 눈에나 드셨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왠 놈이 인사를 올리니 살짝 손을 들어 주신다.

 그런데….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휠체어에 앉은 채로 누군가의 도움에 의해 산책을 나오신 그 분을 보게 되었다. 따뜻한 봄 날씨인데도 두꺼운 모포로 무릎을 덮으셨다. 많이 추우신가 보다…. 얼굴도 많이 변하셨다…. 어쩌나….

 서품을 받기 전…. 신학교 최고 학년 부제로서 추기경님과 사진을 찍었다. 서품 준비 잘 하라는 말씀에 큰 소리로 다같이 대답했다. 아쉽지만 서품식엔 오시지 못했다. 비서 수녀님 말씀으로는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다고 한다. 이제는 병원에 계신다. 만나 뵙기 어렵겠다….

 그러다가 강남 성모병원으로 새 사제학교 실습을 나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실습 첫 날 나는 추기경님의 병실을 찾았다. 2008년 새 사제로서 감히 그 분께 안수 강복을 드렸다. 수척해진 얼굴 치아가 불편하셔서 많이 바뀐 그 분 얼굴을 바라보며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해 드렸다. 건강하시라고…. 그저 건강하시라고….

 그 분의 선종 소식을 들었다. 울지 않으려고 진짜 울지 않으려고 했다. 내일 그 분을 제일 가까이에서 운구하면서…. 그 때 울려고…. 내일 안 울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 가까이에서 당신이 떠남을 슬퍼하는 새 사제가 있음을…. 당신도 기억해 주시라고 청하면서…. 내일 울려고 나흘을 참는 중이었다. 사제들 중에서도 가장 막내인 새 신부가 내일 당신 가까이에서 함께 걷게 됨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또 오래도록 기억할 것임을…. 감히 말씀드리고 싶었다. 또 앞으로 그런 기억 속에서 감히 당신을 닮으며 살아 보겠노라고 약속하는 것. 추기경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명동에서의 마지막 밤 편히 주무세요.

 저두 일찍 자렵니다. 내일 가뿐하게 용인 함께 가야죠…. 편히 쉬십시요. 사랑합니다.

2009-02-19 오후 11:40
가톨릭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 발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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