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졌지만, 우리 안에 더 빛나고 있음을
▲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애도가 인터넷에도 이어지고 있다.
평화방송 평화신문이 개설한 김수환 추기경 추모 누리방 첫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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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다…. 내일까지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서 더 바쁘게 하루를 살았는데….
뉴스를 보다가 그 분 편히 누워 계신 관의 뚜껑이 닫힌 것을 보고서는…. 그만 엉엉 울어 버렸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중림동 본당 사제관이 축성되던 날 왠 검은 차에서 어른이 한 분 내리자 그 때까지 성당에서 제일 높은 줄 알았던 주임 신부님이 그 분께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린다.
와~ 이 분은 누구신가? 진짜 높은 분인가 보다….
그 분이 쓰시던 이상하게 생긴 모자…. 내 역할은 미사 내내 그걸 들고 서 있는 일.
(중략)
난 한참 뒤 그 분이 김수환 추기경님이란 걸 알았고 또 그 분이 우리 나라에서 제일 높은 신부님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곤 뉴스를 통해 교회를 통해 가끔 그 분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른이 넘어 난 신학교에 입학했다.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난 그 분과 그렇게 혜화동에서 함께 사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신학교에서 햇살이 좋던 날 가끔 그 분을 뵐 수 있었다. 목자의 길을 홀로 거니시던 모습. 감히 말씀을 건낼 엄두도 나지 않아 그저 멀리서 허리까지 깊숙이 숙여 인사를 드리면, 인사를 올리면서도 한참 후배인 신학생이 눈에나 드셨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왠 놈이 인사를 올리니 살짝 손을 들어 주신다.
그런데….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휠체어에 앉은 채로 누군가의 도움에 의해 산책을 나오신 그 분을 보게 되었다. 따뜻한 봄 날씨인데도 두꺼운 모포로 무릎을 덮으셨다. 많이 추우신가 보다…. 얼굴도 많이 변하셨다…. 어쩌나….
서품을 받기 전…. 신학교 최고 학년 부제로서 추기경님과 사진을 찍었다. 서품 준비 잘 하라는 말씀에 큰 소리로 다같이 대답했다. 아쉽지만 서품식엔 오시지 못했다. 비서 수녀님 말씀으로는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다고 한다. 이제는 병원에 계신다. 만나 뵙기 어렵겠다….
그러다가 강남 성모병원으로 새 사제학교 실습을 나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실습 첫 날 나는 추기경님의 병실을 찾았다. 2008년 새 사제로서 감히 그 분께 안수 강복을 드렸다. 수척해진 얼굴 치아가 불편하셔서 많이 바뀐 그 분 얼굴을 바라보며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해 드렸다. 건강하시라고…. 그저 건강하시라고….
그 분의 선종 소식을 들었다. 울지 않으려고 진짜 울지 않으려고 했다. 내일 그 분을 제일 가까이에서 운구하면서…. 그 때 울려고…. 내일 안 울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 가까이에서 당신이 떠남을 슬퍼하는 새 사제가 있음을…. 당신도 기억해 주시라고 청하면서…. 내일 울려고 나흘을 참는 중이었다. 사제들 중에서도 가장 막내인 새 신부가 내일 당신 가까이에서 함께 걷게 됨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또 오래도록 기억할 것임을…. 감히 말씀드리고 싶었다. 또 앞으로 그런 기억 속에서 감히 당신을 닮으며 살아 보겠노라고 약속하는 것. 추기경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명동에서의 마지막 밤 편히 주무세요.
저두 일찍 자렵니다. 내일 가뿐하게 용인 함께 가야죠…. 편히 쉬십시요. 사랑합니다.
2009-02-19 오후 11:40
가톨릭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