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설]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유산을 생각한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우리 시대의 목자`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뒤 남긴 유산, 사랑과 화해 메시지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가톨릭 신자는 물론 일반 시민까지 서울에서만 40만 명이 추도 대열에 합류, 네댓 시간씩 기다려 조문했다. 명동성당에 차린 빈소를 찾지 못한 국민들은 수십만 명이나 전국 1800여 곳 성당 빈소를 찾아 복음화와 인간화,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대사제이자 예언자를 잃은 슬픔을 삼켰다.

 인터넷 공간에도 애끓는 추도사가 넘쳤다. 사회 일각에선 `김수환 추기경 신드롬`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조문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별도, 이념과 세대 차이도, 지역색이나 정치적 편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들 한결같은 마음으로 김 추기경이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기원했다.

 복음을 마음속에 깊이 품고 세상에서 빛이 된 참목자에 대한 전 국민적 애도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례적으로 2월 19일 김 추기경의 장례와 관련한 모든 전례를 교황 이름으로 집전하도록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을 교황 특사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서 어떤 지도자를 이런 추모 속에서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는지 과문한 탓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금세 표가 난다`는 말 그대로다. "살아 계실 땐 김수환 추기경의 그늘이 이렇게 큰 줄 미처 몰랐다"는 말도 교회 안팎에서 들려왔다. 살아서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사랑과 희생, 화해와 용서로 별처럼 빛난 목자 김 추기경이 남긴 유산은 이렇게 풍요로웠다.

 김 추기경의 신앙과 삶의 유산이 교회뿐 아니라 국민 전반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일반 언론에서도 김 추기경이 삶을 통해 던진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가 사회 통합의 계기로까지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사랑과 화해, 용서의 삶에 전 국민이 목말랐다는 방증이다.

 전국적인 김 추기경 추모 열기는 이제 교회에 몇 가지 과제를 남기고 있다. 우선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데서만 그치지 않고 이 위대한 목자가 헌신과 희생의 삶을 통해 보여준 사랑의 소명 실천을 전 국민적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마침 김 추기경 추모 기간을 오는 4월 5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까지로 정한 서울대교구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김 추기경의 메시지에 따라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따라서 이 운동에 우리 모두가 동참함으로써 교회뿐 아니라 온 나라에 뿌리를 내리는 `국민 운동`이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김 추기경이 남긴 사목적, 대사회적 업적을 교회사적 차원뿐 아니라 일반 역사학 차원에서도 연구하고 조명하는 작업이 이뤄지길 바란다. 김 추기경이 삶을 통해 실천으로 보여준 사랑과 화해의 정신은 비단 교회뿐 아니라 국민 전반에 커다란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점이 조문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어머니요 스승인 교회는 착한 목자로서 김 추기경의 생생한 표상을 통해 복음화를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미 1984년 103위 순교자 시성,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등을 통해 가톨릭 교회와 보편 신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에서 고조된 바 있지만, 이처럼 소중한 계기가 단기적이고 일시적 성과로만 끝났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추기경 선종을 출발점으로 삼아 우리는 모두 `작은 그리스도`가 돼 쇄신의 원천인 복음에서 자극을 받아 복음화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인간 구원에 존재 이유를 둔 교회는 스스로를 가두거나 자기 안으로 움츠려 있지 않고 인간에게 열려있고 인간에게 다가가며 인간을 지향한다.

 따라서 늘 자신을 낮추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며 스스로 모든 이의 `밥`이 되는 삶을 살아간 김 추기경을 모범으로 삼아 우리 모두가 사랑과 정의, 평화의 길을 제시한 `작은 김수환 추기경처럼` 살아감으로써 새로운 복음화로 나아가야 한다. 교회공동체가, 특히 평신도들이 각자 삶의 현장과 사회활동 분야에서 복음의 봉사정신을 실천으로 증언함으로써 사회의 복음화를 이루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김 추기경이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준 감사와 사랑, 그 열매인 평화와 화해를 우리 사회에서 구현해내는 일은 이제 시작이다. 김 추기경의 선종을 계기로 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가 감사와 사랑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면, 이는 김 추기경이 우리에게 남긴 최고의 유산이 될 것이고 복음화는 당연히 뒤따르는 선물이 될 것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9-03-0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3

마태 22장 39절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또한,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