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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 (1) 장기기증의 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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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 나눔`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추기경은 1989년 9월 `앞 못 보는 이에게 빛을 보여주고 싶다`며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각막 기증 의사를 밝혔고, 1990년 1월 5일 당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안은행을 방문했을 때 각막기증 신청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선종하면서 생전에 약속한 대로 세상에 대한 마지막 선물로 각막을 기증했다.
 이렇게 김 추기경이 각막 기증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불러일으킨 `생명 나눔`의 반향은 실로 놀라웠다. 장기기증문화의 새 역사를 썼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통계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전국 병원과 공인 장기기증 등록단체를 통해 신청한 장기기증 희망자수가 총 18만3804명으로 집계됐다. 장기기증운동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다. 지난 몇 년간 장기기증 희망자수가 2004년 3만5321명, 2005년 7만7166명, 2006년 9만732명, 2007년 8만1149명, 2008년 7만4841명으로 2년간 감소세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지난해 장기기증 희망자가 고무적으로 증가한데는 김 추기경이 각막기증을 통해 `아낌없이 나눠주는 삶`의 표상을 보인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실제 2월 말부터 김 추기경이 설립한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비롯해 일부 장기이식등록기관에는 장기기증 절차 등을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성당, 교회, 기업, 학교에서 단체 장기기증서약 릴레이가 시작돼 많은 이들이 `생명 나눔`에 동참했다.
 이후 월별 장기기증 신청자 현황을 보면 3월 2만767명, 4월 2만8232명, 5월 3만2249명 등으로 기증 희망자수가 꾸준히 증가, 김 추기경의 각막기증으로 불붙기 시작한 장기기증 문화가 범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관계자도 "김 추기경이 각막 기증을 실천한 후 장기기증을 다소 꺼리는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이에 맞춰 종교계와 민간단체, 정부 등이 홍보 활동을 늘린 것이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최근 국립의료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 40가 장기기증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희망을 더해주고 있다.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 나눔`의 불길은 가톨릭교회에서 더 뜨겁게 타올랐다. 김 추기경의 각막기증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4층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는 각막을 비롯한 장기 기증을 문의하며 신청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직접 사무실을 찾아와 신청서를 작성하고 돌아간 이들도 있었다. 인터넷 누리방(www.obos.or.kr)에도 `장기기증 신청 안내 책자를 받아보고 싶다`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왔다.
 지난해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사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서약자는 예년 평균의 열 배에 가까운 3만1705명으로 집계됐다. 1989년부터 2008년까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등록한 누적 서약자 수(뇌사 시 장기기증, 각막기증, 조직기증)가 3만3432명임을 감안할 때, 본부가 20년에 걸쳐 이룩할 수 있던 업적을 김 추기경의 각막기증을 계기로 불과 1년 만에 이룬 셈이다.
 본부 측도 기대 이상의 뜨거운 호응에 상당히 고무됐다. 장기기증 등록사업 담당 김영삼씨는 "본부 직원 대부분이 상담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추기경님의 각막기증 실천이 이렇게까지 큰 반향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특히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지난해 4월 6일 명동성당 들머리에 장기기증 상설 등록센터를 개설하자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해 상설 등록센터를 통해 7540건의 방문 및 전화상담이 이뤄졌고, 이중 4066명이 사후 장기기증 희망자로 신청했다. 월 평균 450여 명이 상설 등록센터에서 장기기증 신청을 한 셈이다.
 신규 신청자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기존 등록자들이 신청 의사를 재확인하고 가족들 동의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도 큰 소득이었다. 생전에 본인이 동의했다 하더라도 사후에 가족들 반대로 실제 기증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의 각막 기증으로 비롯된 장기기증 서약의 물결은 전국 각 교구와 본당, 병원 등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교구마다 생명 나눔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대대적 헌혈ㆍ사후 장기기증 캠페인을 펼쳤고, 모처럼 불붙은 생명나눔운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 홍보와 캠페인을 담당할 별도의 조직을 설립했다.
 교구 설정 100돌을 앞둔 대구대교구가 지난 4월 장기기증 운동을 위한 `생명사랑나눔 운동본부`를 발족했고, 광주대교구도 `생명운동부`를 설치해 지속적인 장기기증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또 수원교구는 지난 2008년 설립한 `한마음운동본부`를 통해, 부산교구는 교구 사회복지회인 `로사리오 카리타스`를 통해 지속적인 `생명 나눔 캠페인`을 펼치고 있고, 대전교구도 지난해 평협 차원에서 `한생명운동`에 돌입했다.
 청주ㆍ인천교구도 헌혈과 조혈모세포ㆍ장기 기증 캠페인 등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고자 교구청에 전담 부서를 설립키로 했다.
 아울러 광주대교구와 춘천ㆍ대전ㆍ원주ㆍ청주ㆍ제주ㆍ군종교구 등은 지난해 각각 교구 차원의 장기기증 캠페인을 벌여 기증 희망자 신청서(8813명)를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전달했다. 지구 또는 본당 차원에서도 김 추기경의 유지를 받들며 장기기증 캠페인을 벌인 곳이 여럿 있었다.
 그 결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외에도 대구대교구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8911명, 수원교구 한마음운동본부 5727명, 부산교구 로사리오 카리타스 2652명 등 가톨릭교회 내 장기기증 희망자 등록기관을 통해 지난해 총 4만8995명이 사후 장기기증 희망자로 등록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18만3804명 중 26.7를 차지하는 것으로 교회가 앞장서 장기기증 문화 확산을 주도한 결과다.
 아울러 주교회의 차원에서 바람직한 장기기증 운동을 더욱 활성화하고 범국민 생명운동으로 확산시키고자 `가톨릭 장기기증 전국네트워크`를 설립해 생명 나눔의 물결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김용태 신부는 "지난해 김 추기경님이 몸소 실천하신 참사랑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분들이 각막과 장기기증에 동참했다"며 "앞으로도 장기기증 열기가 식지 않고 끊임없이 확산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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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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