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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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를 추모하며

척박한 땅에 밀알 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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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수단서 한평생을 바친 고 이태석 신부(오른쪽)와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으로 이 신부와 함께 일했던 이재현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신부님!

빨리 나아서 아프리카 선교지 톤즈에는 꼭 돌아가신다더니, 톤즈 아이들은 어찌해야 합니까. 한국으로 유학 온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제자 존과 토마스는, 10남매를 길러내며 특히 신부님을 위해 매일 기도하시는 노모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너무도 슬프고 원통합니다.

신부님! 신부님을 하늘에 빨리 불러올리신 하느님을 원망 많이 했습니다.

아직 40대 젊은 나이이고, 아프리카에서 아직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도 의술, 음악, 글, 기획, 건축 등 남을 위해 누구보다 많은 것을 가지신 신부님을 왜 빨리 데려가셨냐고.

신부님! 그렇지만 이제야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생활하는 것은, 저는 눈으로 보았기에 얼마나 힘든 줄 잘 압니다. 신부님이 8년 동안 봉사하신 것은 서너 배 더 크기에 8년 아닌 30년을 하신 것입니다. 그러니 80세에 돌아가신 것입니다. 추모미사 때 최 바오로 주교님께서도 “신부님은 선교사로서 사제로서 젊은이들을 위한 스승으로서 너무나 많은 일을 훌륭하게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보기에 그만하면 많이 했으니 그만 쉬도록, 너무 사랑하셔서 빨리 올리신 것이라 믿습니다.

신부님! 맞지 않습니까. 이 같은 아프리카 선교 예가 없을 정도로 신부님은 빛났습니다. 척박한 남수단의 땅에 문명이 시작되고 교육이 들어갔습니다. 톤즈에 빛과 소금이 뿌려지고 적어도 5천 명을 먹이셨습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은 신부님이 한 알의 밀알이 되길 원하셨다고 믿습니다.

신부님을 아프리카의 밀알로 써 척박한 땅에 더 많은 씨를 뿌리고자 하신 것입니다. 마치 연어가 수백 킬로미터 물길을 헤치고 헤쳐 어렵게 알을 낳고 장렬하게 자신을 바치듯이, 아프리카에서 바쳐라, 순교하라 하신 것입니다. 더 큰 도구로 쓰인 것입니다. 신부님의 아름다운 죽음을 통해서 어떤 열매를 맺도록 할 지 하느님의 그곳에서 역사는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뿐 아닙니다. 한국에서, 미주에서, 많은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이 신부님을 통해서 나눔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물며 암과 싸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시고, 고통을 오히려 은총으로 보내는 신부님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하느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것 또한 5천 명이 넘을 것인데, 신부님의 죽음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애도하면서도 주님의 큰 뜻을 생각하고 나눔에 참여하게 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신부님의 죽음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슬퍼하지 않으렵니다.

신부님! 이제 짊어진 무거운 것들, 잡고 있는 것들 모두 내려놓으시고 쉬세요.

신부님이 뿌려놓은 씨앗들은 우리가 더 가꾸도록, 더 잘 살도록 할 것입니다.

마지막 의식이 있으실 때 성모님도 만나시고 돈보스코 성인도 축복을 해주셨다 들었습니다.

하느님 품 안에서 부디 편히 영면하소서.

신부님! 영원히 사랑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슈쿠란 바바!!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다음카페 ‘이태석신부님’ 카페지기 이재현 올림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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