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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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60> 메리놀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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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수녀회 설립 100주년... 한국 진출은 88주년
성매매 여성들 보금자리 `막달레나의 집` 등 설립
노동자 위한 사도직과 의료 및 호스피스활동 전개


   서울 9호선 양천향교역에 내렸다. 메리놀수녀회에 가기 위해서였다. 길을 걷다보니 따스한 가을 햇살 한 줌이 살갗에 살짝 얹혀지는 느낌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평화로움으로 안긴다. 수녀원은 서울 강서구 가양1동의 한 아파트에 있다. 한국에 막 파견된 수도회도 아닌데 수녀원이 단독 건물이 아니라 공동 주택인 아파트에 있다는 게 이색적이다. 하지만 회원이 줄어 아파트로 옮겼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됐다. 우리네와 그리 다르지 않은 수도생활을 보게 된 기쁨도 있다.

 수녀원에 막 들어서니 왁자지껄하다. 브라질 동북부 선교지 파라이바라주 로앙페소아에서 막 귀국한 막내 김현정(아기 예수의 데레사) 수녀 때문이다. 미국 수녀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수녀회 설립 100주년과 한국 파견 88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 출신 메리놀 수녀들이 7명이나 속속 입국해 공동체 숙소가 부족해질 지경이다. 책임자 문애현(Jean Mal
oney) 수녀와 고매리(Margaret Kollmer) 수녀, 이인혜(Dolores Geier) 수녀 등 셋이서 오붓하게 살던 수녀원은 포화상태가 됐다.

 한국 출신 수도자들이 선교지로 떠난 메리놀수녀원은 미국 출신 선교사들이 지킨다. 1956년 입국, 57년째 한국에 사는 문애현(요안나) 수녀는 부산 메리놀수녀의원을 시작으로 부산 메리놀병원, 강화의원을 거쳐 강화와 서울 가리봉동에서 산재 및 노동 사도직 활동을 했다. 이어 서울 용산역 인근 집창촌에 이옥정(콘세크라타) (사)막달레나공동체 대표와 함께 `막달레나의 집`을 설립했다. 성매매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선구적 사도직은 이제 막달레나 공동체로 다 넘어갔지만 문 수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운영위원으로 힘을 보탠다.

 "성매매 여성들을 보고 울면서 들어갔어요. 다리를 뻗고 누울 공간조차 없는 다락방에 거처를 정하고 시작했는데, 여러차례 보금자리를 옮겼어요. 용산에서 함께하며 성매매여성들의 엄마처럼 살던 그때나 운영위원으로 힘을 보태는 지금이나 그들을 향한 사랑은 변함이 없어요."


 
▲ 메리놀수녀회 한국지부 회원들(아랫줄)과 외국에서 선교하다가 메리놀 수녀회 설립 100주년 및 한국진출 88주년 행사에 참석하고자 귀국한 한국인 수녀들이 함께하고 있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현정, 감로이(파트리샤 콘로이), 김유수, 유우금, 문애현(진 말로니), 이인혜(돌로레스 가이얼), 고매리(마가렛 콜머) 수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메리놀 수녀회는 노동자 등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연대하고자 하는 뜻으로 수도복을 입지 않고 있다.
 
 
 1964년 한국에 온 고매리 수녀는 메리놀병원에서 일하기 위해 마취 공부를 시작한 경우다. 수녀회에서 마취전문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공부를 한 뒤 한국에 들어왔다. 1972년엔 마취 전문교육과정을 개설, 1985년엔 보건복지부가 발행하는 자격증을 받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1987년엔 성남시 은행동에 기초 그리스도 공동체(Basic Christian Community, BCC)를 만들어 8년간 의료ㆍ노동사목과 함께 호스피스활동을 하기도 했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요셉의원에 가서 봉사를 하면서 영어도 가르친다.

 1966년 입국한 이인혜 수녀는 강화에서 노동ㆍ청소년사도직을 한 뒤 1971년 괌으로 가서 제2외국어로서 영어교육학 과정을 밟고 서강대 등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 뒤 다시 미국에 건너가 수련장수녀로 활동하다가 18년 만인 지난해 1월 입국해 다시 한국에서의 사도직을 모색하고 있다. 다들 선교지 한국에 뼈를 묻는 게 소원이라는 미국 출신 노 수녀들의 환한 미소가 싱그럽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메리놀수녀회 설립 100주년 및 한국 진출 88주년 기념행사

   메리놀 수녀회는 24~30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평화화랑(02-727-2336)에서 한국 선교 여정 사진전과 메리놀 수녀회 회원인 김유수(헬레나) 수녀 개인전을 갖는다. 또 27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선교:하느님 사랑을 보여주기`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마련한다. 아울러 「메리놀수녀회-몰리 로저스의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라는 제목으로 수녀회를 소개하는 만화책을 발간했다.


 #한국 선교 여정 사진전

 메리놀수녀회가 한국에서 걸어온 길과 역사, 발자취를 보여주는 사진전으로, 출품작은 40점이다. 그 여정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아보며 기쁨과 슬픔, 사랑과 희망을 함께 나눴던 이들을 초대해 토크쇼를 마련한다. 25일(이하 오후 3시)엔 북한 선교를, 26일엔 노동사도직을, 28일엔 의료사도직을, 29일엔 사회ㆍ여성 사도직을 각각 조명한다.


 #김유수 수녀 개인전

 `어머니의 정원(Mother`s Garden)`이라는 주제로 자신을 낳고 길러준 첫 교사로서의 어머니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우주라는 정원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신작 40점을 선보인다. 조선대 미대 출신으로 현재 하와이에서 사도직을 하는 김 수녀는 1982년 입회한 뒤 30년간 선교사로서 소명을 지니고 살아오며 마음속에 가꾼 어머니의 정원, 하느님의 정원을 그려냈다. 언뜻 유화처럼 보이지만, 전부 판화의 일종인 `모노 프린트`(Monoprint) 작품이다.

 그림작업과 전례무를 병행해온 김 수녀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나 움직이는 기도(Moving Prayer)로서 전례무나 예술을 통한 선교의 길이라는 점에선 일맥상통한다"며 "몸으로 하는 기도, 곧 전례무 워크숍이나 피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느끼고 치유를 받도록 이끌어가는 과정이 또 다른 선교의 길이다"고 설명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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