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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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61> 삼위일체 수도회

갇힌 자들의 해방 꿈꾸며 교정사목에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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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한국에 첫발... 창원,진주교도소 사목
재소자들과 함께하며 인간존엄성 되찾도록 도와
장기적으로 수도원내에 `출소자의 집` 건립 계획


   남도(南道) 땅, 마산이다. 창원ㆍ진해시와 통합한 지 2년 6개월째로 접어들지만, 통합 창원시는 여전히 낯설다.

 아직도 마산합포구ㆍ마산회원구라는 이름을 통해 마산이라는 지명이 살아있는 인구 30만 명 소도시에 내린 건 어둑새벽이었다. 1960년 3ㆍ15 의거와 1979년 부마민주항쟁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열쇳말이 된 민주화의 성지는 기대보다 훨씬 차분했다. 수출자유지역으로 향하는 대형 트럭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 변곡점이 된 터전에 삼위일체 수도회가 뿌리를 내린 건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2002년 9월 27일, 첫 한국인 회원인 안찬모 신부가 마산교구에 파견되면서부터다. 그리고 2010년 초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태봉리 282, 현 수도원으로 옮겨오기까지 10년간 사도직을 통해 한국인 회원들이 하나둘 입회하고 수도회가 자라났다.

 800년 전 수도회 설립 당시만해도 `노예 해방`이 모토였지만, 국내에 들어오면서 갖가지 내적, 외적인 것에 얽매인 `갇힌 자`들이 노예 상태에서 해방되도록 하는데 사목적 시선을 뒀다. 이를 위해 선택한 사도직이 마산교구 교정사목이다.

 교구 교정사목후원회와 함께 창원ㆍ진주 교도소를 맡은 수도회는 재소자들이 하느님 자녀, 곧 자유인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신앙과 존재적 삶이 그리스도를 통해 이뤄진 구속 안에서 계속될 수 있도록 이끌어가고 있다.

 수도회의 교정사목은 재소자들을 `위한` 사목이 아니라 재소자들과 `함께하는` 사목이다. `대신 갇힐 수 있는` 사목을 꿈꾼다.


 
▲ 모자이크로 표현된 삼위일체 수도회 상징.
설립자인 마타의 성 요한이 자신의 첫 미사 때 본 환시를 모자이크로 표현한 것으로, 로마의 성 모타스 인 포르미스 옛 수도원 정문에 보존돼 있다.
커다란 제병 모양으로 둘레에 `삼위일체와 노예들의 수도회 상징`이라는 라틴어 글귀가 새겨져 있고 그 안에 구속자 그리스도와 두 노예가 그려져 있다.
흑ㆍ백 두 노예는 전쟁 포로를 재현한 것으로, 십자가를 든 왼쪽 백인 노예의 사슬은 그리스도께 연결돼 있는데 신앙의 끈으로 예수와 연계돼 있다는 의미다.
반면 일그러진 얼굴로 자기 발목에 채워진 사슬을 자기 손으로 잡고 있는 오른쪽 흑인 노예는 강하게 그리스도를 거부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구속자 그리스도께서는 두 포로들이 자유로운 삶을 누리도록 해주신다.
 

 교구에서 필요한 사목과 수도회 영성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교정사목의 길을 선택한 수도자들은 재소자들이 자신의 인간됨, 곧 존엄성을 되찾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내 첫 파견자인 안찬모 신부가 도맡고 있는 창원교도소는 형이 확정된 기결수가 미결수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종교활동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지 않지만 일주일이면 두세 차례 이뤄지는 정기 방문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미사 봉헌과 예비자 교리교육, 복음 나누기, 성가 연습, 성경 공부, 교정마을 레지오 활동, 구역장 모임, 회장단 모임, 간사 월례회, 생일잔치는 기본이다. 이에 덧붙여 대림, 사순시기면 재소자 하루 피정으로 재소자들이 하느님 자녀로서 존엄성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권면한다. 지난 사순 피정 땐 직접 관 속에 들어가 예수님 죽음을 묵상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죽음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진주교도소는 정신지체 장애나 결핵 등 질병을 앓는 재소자들이 많아 수도회 한국지부장 이영민 신부는 전례의 맛을 느끼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례를 통한 하느님과의 만남, 하느님 체험이 핵심이다. 특히 성주간이면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도록 이끌며, 나아가 이같은 체험이 일상 삶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십자가의 길, 성모님의 날 봉헌식, 성가합창발표회 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교정사목동 활동에 억지로 수도회 색깔을 입히려 애를 쓰지는 않는다. 우선적 과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존엄성을 되찾도록 하는 데 있고, 그 다음이 수도영성 구현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그리스도인 됨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중점을 두고 매주 번갈아가며 미사 봉헌과 인성교육, 성가발표회, 연극 공연을 하고 있다. 장기수 복음나누기, 수형자와 봉사자를 잇는 자매결연 프로그램은 진주교도소만의 특색있는 사도직이다.

 이같은 교정 사도직활동 재원은 교구 내 각 본당별로 구성된 교정사목후원회에서 마련한다. 그리고 수도회 차원에서 마련된 재원도 교정사도직 투신에 온전히 쓰여진다.


 
▲ 성 목요일 주님 만찬미사 중 삼위일체 수도회 수도자들이 창원교도소 재소자들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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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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