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들은 가난한 어르신들을 한 가족으로 맞아들여 여생을 편안하게 마감할 수 있도록 돌본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매일 수발하며 하느님 품 안에 안기는 마지막 임종까지 그 곁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 어떤 효녀가 저렇게 지극정성으로 섬길 수 있을까 싶다.
전은태(마리 요안나) 수녀는 말한다. "모두 저의 친부모님이나 다름없고 바로 그분들이 예수님이시니까요."
수녀회의 사명은 바로 `너희가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40)이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고 또 따르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는 정부 지원 없이 오로지 수녀들의 모금으로 무료 양로시설을 운영하는 수도회다. 매일 주변 상점이나 사무실 등을 돌아다니며 후원금을 모금하고, 시장에 나가 과일이나 야채 등 물품도 얻어 온다. 얼마 전 정월대보름에 어르신들에게 부럼으로 내놓은 밤과 호두도 수녀들이 발품을 팔아 얻어 온 것이다.
수녀들은 이러한 모금을 `동냥`이라고 거침없이 표현한다. 쟌 쥬강이 바구니를 들고 나가 빵을 얻어다 노인들을 봉양한 그 정신을 그대로 받들고 있는 것이다. 왜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느냐는 말에 전 수녀가 한마디로 대답했다.
"그러면 어르신들을 임종까지 모시기 힘들고 하느님 섭리에 무조건적으로 의탁하는 수도회 카리스마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지요."
"모금을 나가면 아무 상점이나 사무실에 들어갑니다. 우리 수도회 활동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수녀들도 모금을 다니느냐고 놀라는 분들 많아요. 때론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지만 제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창피한 것은 없어요." - 신혜경(보나) 수녀
요즘은 건물마다 경비실이 있고,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자동문이 설치돼 있어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 모금에 가장 어려움이란다. 주일마다 본당을 돌며 모금을 하려고 해도 워낙 후원회 모집이나 홍보, 판매를 요청하는 곳이 많다보니 허락을 얻기 쉽지 않다.
전 수녀는 "그냥 성당 정문 앞에서 바구니를 들고 서 있을 수 있게 만이라도 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1971년 한국에 진출한 수녀회는 극동아시아관구 소속으로, 쟌 쥬강의 집(서울 화곡본동)을 비롯해 평화의 모후원(수원 조원동), 성 요셉동산(전주), 예수 마음의 집(전남 담양) 등 4개 분원(양로시설)에서 220여 명의 어르신을 섬기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50명 안팎. 40년이라는 세월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은 숫자다. 연로한 노인을 모시기 꺼려하는 시대풍조 때문일까.
"자식들에게 버려지는 어르신이 더 이상 없어서 아예 우리가 할 일이 없어지는 세상이 오면 좋겠지요."
노인들이 사회나 가정에서 소외당하는 우리 실정으로는 쟌 쥬강의 영성이 더 많이 퍼져야 한다. 그러려면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에 더 많은 성소지원자가 나와야 한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로 살아가고 싶다면 하느님 섭리에 대한 순종은 기본, 어르신을 친부모처럼 공경하는 마음은 필수다.
아울러 어느날 모금하러 온 작은 자매(수녀)들의 방문을 받을 때 어려운 처지의 어르신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맞아들여 따뜻한 사랑과 정성을 나눠 드리면 어떨까?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