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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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39) 글라렛 선교 수녀회

티 없으신 성모마리아 성덕 따라 사랑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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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회원 3명이 공동체 이뤄, 국내 지원자 양성소 준비 중
1995년부터 수도복 자율, 가난 영성과 회원간 공동체성 강조
초기 어린이집 운영했으나 시련, 공소 사목 사도직 등 계획


 
▲ 기도실에 모여 공동기도를 봉헌하는 글라렛선교수녀회 수녀들.
 

    경기도 김포에서 강화도로 건너가는 초지대교 약간 못 미친 김포시 대곶면 대명리에 글라렛선교수녀회 한국분원이 자리 잡고 있다. 다세대주택과 빌라들이 몰려 있는 주택가 골목 안쪽에 2층짜리 다세대주택이 수녀원이다. 건물 앞에 작은 표지판을 세워 놓지 않았더라면 수녀원인줄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글라렛선교수녀회는 스페인 출신 마리아 아센씨온 그라시아 수녀와 일본인 크리스티나 네모또 수녀, 첫 한국인 회원인 손진휘(안젤라) 수녀 등 세 명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작은 수도회다. 얼마 전 한 명이 새로 입회해 식구가 늘었다. 올 가을 지원자가 한 명 더 입회할 예정이고 필리핀에서 수련 중인 수녀도 곧 귀국하면 단출하던 공동체 가족도 6명으로 늘어난다.
 "한국 진출 15년이 넘도록 한국인 회원은 필리핀에서 수련 중인 수녀님과 저를 포함해 둘 뿐이었어요. 회원 양성이 좀 늦은 편이지요. 한국인 지원자가 적지는 않았는데 언어나 문화적 차이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일본이나 필리핀에 가서 수련을 받는 도중에 그만 두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난 1일부터 분원장 겸 양성장 소임을 맡은 손 수녀는 요즘 서울에서 지원자 양성소로 쓸 집을 구하느라 여간 몸이 고달프지 않다. 형제 수도회인 글라렛선교수도회를 비롯해 여러 수도원이 터를 잡고 있는 성북동 일대를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부터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회원을 양성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를 위해 손 수녀는 스페인에서 수도자 양성교육 과정을 공부하고 왔다.
 조만간 본원도 인천 시내로 옮길 계획이다. 수녀원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교통이 불편해 그동안 새로운 성소자를 발굴하고 양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해 7월 귀국한 손 수녀는 전교수녀가 없는 본당이나 군인성당에서 교리를 가르치고 특강을 하며 다양한 사도직 활동을 꿈꾸고 있다. 또 크리스티나 수녀는 다른 수도회 수도자나 인근 평신도들에게 일본어 교습을 하고 있다. 올해 75살인 마리아 수녀는 고령이라 거동이 좀 불편하지만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수녀원에서 봉헌생활의 모범을 보여주는,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런데 크리스티나 수녀와 손 수녀는 짧은 머리에 사복이고, 수도생활 55년이 넘는 마리아 수녀만 수도복을 입고 있다. 글라렛수녀회는 1995년부터 회원들의 수도복 착용을 자율화했다. 개별적으로 관구장이나 지역 관할 주교 허락을 받아 사복을 입을 수 있다.
 "저도 처음엔 수도복을 입다가 4년 전부터 사복으로 바꿨어요. 수도자로 대접받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자칫 제 자신이 교만해져 수도생활에 위기가 올 것 같았거든요."
 손 수녀는 수도복을 벗으니 신자들도 더 편하게 대한다고 했다. 유일하게 수도복을 입고 있는 마리아 수녀는 "19살에 입회한 이래 수도복만 입고 살아서 그런지 사복이 어색하다"며 웃는다.
 어느 수도회나 가난의 영성을 강조한다. 글라렛선교수녀회도 마찬가지다. 후원회를 만들지 않고, 고정된 이자수입을 두지 않으며, 최소한의 식량과 물품으로 생활하는 게 수녀회의 오랜 전통이다.
 "수녀원 건물도 크게 짓지 않아요. 이를테면 학교를 운영하면서도 건물 한 귀퉁이를 얻어 생활하지요. 우크라이나에서는 세 분 수녀님이 하루에 감자 몇 개로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이탈리아 관구는 가건물에서 살 정도입니다."
 글라렛선교수녀회는 가난의 영성과 함께 회원들의 공동체성을 매우 강조한다. 가정에서 가족 간의 화목과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매일 저녁 한 시간은 함께 모여 바느질을 하거나 TV를 보면서 하루 일과나 시사적 주제를 갖고 대화를 한다.
 1855년에 설립돼 156년 전통을 지닌 글라렛선교수녀회는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복음을 전하는 `선교`를 근본 사명으로 여긴다. 국제 공동체들이 비그리스도인 선교, 그리스도인 재교육, 고아와 미혼모, 불법체류자, 다문화가정을 비롯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회복지 등 다양한 사도직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글라렛 선교 수녀원에서 신자들이 피정을 하고 있다.
 

 "우리 수도회가 쿠바 산티아고에서 설립될 때는 가난한 어린이와 여성들을 위한 교육 사도직을 했어요. 그러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특정 사도직에 얽매이지 않고 어느 곳에 가든지 그 지역에 꼭 필요한 사도직과 지역교회가 바라는 일을 찾아 행하는 게 특징입니다."
 수녀회는 초기에 일본인 수녀 2명과 필리핀인 수녀 1명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인천교구 송림4동ㆍ오류동본당 등에서 활동하며 고유한 카리스마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뜻하지 않게 시련을 많이 겪었다. 2001년 김포 양촌면에 수녀원과 어린이집을 새로 지었으나 위치 선정을 잘못한 탓에 어린이집은 1년 동안 적자를 보다가 문을 닫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개발지역으로 편입되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보고 밀려나왔다.
 수녀원과 어린이집이 3년 만에 철거되는 바람에 경제적 손해도 적지 않았지만, 한국 실정에 어둡고 나이도 많은 외국인 수녀들이 겪은 마음고생은 그보다 더 심했다. 결국



가톨릭평화신문  201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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