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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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42) 거룩한 열정의 딸 수도회

하느님 일꾼으로 살며 성소 위해 끊임없이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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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룩한 열정의 딸 수도회 수녀들과 젊은이들이 피정을 하고 있다.
2002년 어느 추운 겨울날, 내복 한 장만 달랑 입은 6살 남자아이가 혼자 서울 동작구 사당동 `거룩한 열정의 딸 수도회` 대문을 두드렸다. 수녀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해 비쩍 마른 아이에게 음식을 챙겨 먹이고 아이 부모를 찾아 나섰다. 인근 주택가를 수소문한 끝에 찾아낸 아버지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으로 자기 자신조차 돌볼 수 없는 상태였다. 어머니는 오래 전에 집을 나가 소식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아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 몇 달 동안 수녀원에서 데리고 살았다. 이를 계기로 결손가정 자녀들을 위한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인 `마드레 나자레나의 집`(서울 강서구 화곡본동)이 시작됐다. 수녀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도직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수도회 초대 총장 수녀 이름을 딴 마드레 나자레나의 집에서는 가정 해체나 방임 등으로 어린 나이에 큰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수녀들의 헌신적 보살핌으로 구김살 없이 밝게 자라고 있다.
 
# 하느님 섭리에 의탁하며 참 된 일꾼 되고자 노력

 "그 아이를 우리 수녀원으로 보내신 것은 분명 하느님 섭리일 거예요."
 사당동 공동체 원장 김순이(클라라) 수녀의 말에 십분 공감했다.
 수도회 설립자 성 안니발레 마리아 디 프린치아(1851~1927) 신부도 하느님 섭리에서 비롯된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수도회 설립으로 그 결실을 이뤄냈다. 그는 사제품을 받기 몇 달 전 우연히 눈먼 거지를 만나는 순간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기로 결심하고 평생 고아와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로서 삶을 살았던 것이다.
 아파트와 빌라가 밀집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거룩한 열정의 딸 수도회 본원을 찾아가던 날은 장맛비가 요란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장대비 사이로 `송림유치원` 간판이 보인다. 1~2층은 유치원, 3~5층은 수녀원과 개인 피정을 위한 공간이다.
 유치원 복도를 가로질러 수녀원으로 들어간다. 교실에서는 연신 `까르르`하는 어린이들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2층 기도방에서 박인혜(요안나, 유치원 원장) 수녀가 혼자 성체조배를 하고 있는데 한 남자 아기가 살며시 들어와 박 수녀 옆에 앉더니 두 손 모아 `기도손`을 한다.
 

 
▲ 기도방에서 유치원 원장 박인혜 수녀가 혼자 성체조배를 하고 있는데 한 남자 아이가 살며시 옆에 앉아 도 손 모아 `기도손`을 하고 있다.

 유치원 운영은 수녀들이 한국에서 선택한 첫 사도직 활동이다. 영어유치원을 선호하는 요즘 추세에도 인성교육과 창의성ㆍ독립성을 길러주는 몬테소리 교육을 추구하는 확고한 교육철학에 힘입어 `동작맘`(동작구지역 엄마)들이 `강추`하는 명문 유치원으로 통한다. 또 강서구 화곡동에서 구립 은도어린이집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
 본원 4층은 잠시 일상을 떠나 고요와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기도 맛을 느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도록 미혼여성들을 위한 주말 개인피정과 소규모 위탁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지금까지 소개한 다른 여러 수도회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 성소의 은총을 청하는 기도 사도직

 "우리 수도회의 가장 중요한 사도직은 교회가 꼭 필요로 하는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성소의 은총을 청하면서 끊임없이 하느님께 기도하는 삶을 살아가는 일이에요. 회원들은 청빈ㆍ정결ㆍ순명 세 가지 서원과 함께 성소를 청하는 기도의 사도직으로 `로가테(Rogate, 청하여라) 서원`을 합니다."
 설명을 듣고도 알듯 모를 듯하다. 김 수녀에게 구체적 설명을 부탁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오늘날 세계 여러 교회에서는 성소자 부족 문제가 심각합니다. 설립자 신부님은 일찍이 `성소는 은총처럼 위에서부터 내려온다. 그리고 청하지 않으면 내려오지 않는다. 성소 위기는 기도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 수도회 모토인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 9, 38)는 말씀은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내리신 명령이자 권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기도의 시작과 끝에 `주님! 성 사도들을 당신의 교회에 보내주옵소서`하고 기도합니다."
 `청하여라(Rogate)`는 무언가 꼭 필요로 할 때 드리는 기도를 말한다. 이 거룩한 소명에 응답하기 위해 `거룩한 열정의 딸`들은 하느님 나라를 위해 자신을 봉헌할 일꾼(사제, 수도자, 선교사, 좋은 부모 등)을 보내달라고, 그리고 이들의 성화를 위해 매일 끊임없이 기도하는 삶을 살아간다. 또 사제성소나 수도성소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각자 삶의 자리에서 자신의 성소를 발견하고 그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도자들 스스로 하느님의 좋은 일꾼으로 살고자 선교사ㆍ교육자ㆍ청소년 지도자ㆍ고아들의 어머니로서, 가장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봉사한다. 사도직 활동은 시대 상황이나 교회 필요에 의해 다양하게 실현될 수 있지만 성소를 위한 기도 사도직, 즉 `로가테(Rogate)` 영성은 냉장고ㆍ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작동하게 하는 `전기`처럼 수도자들의 일상 안에 변함없이 흐르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둔 거룩한 열정의 딸 수도회는 성 안니발레 신부 탄생 100주년이 되는 1951년 브라질을 시작으로 전 세계 15개국에 진출해 600여 명 회원들이 성소를 위한 기도, 교육, 사회복지 등 다양한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는 1987년 수도회 설립 100주년을



가톨릭평화신문  20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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