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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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47) 착한 목자 수녀회

오늘도 길 잃은 한 마리 양 찾아 나서는 수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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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 년 전 어느 날, 착한 목자 수녀회 수녀들은 춘천 시내 모 산부인과 연락을 받고 지체 없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만삭이 다 된 미혼모가 낙태를 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낙태를 하려는 여성이나 버려진 아기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병원마다 찾아다니며 부탁을 해놓은 터였다. 병원에서는 태아가 거의 다 자라 낙태를 할 수 없는 상태였으나 제왕절개로 강제 출산시켰고, 뜻밖에 아이가 살아서 태어나자 수녀들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수녀원에 데려와 `테레사`라는 세례명을 붙여준 여자 아이는 입양된 후 건강하게 성장해 낙태 위기에 놓인 태아들을 위한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 미혼모 쉼터 `마리아의 집` 수녀들이 새 생명을 낳은 미혼모와 정담을 나누고 있다.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더 소중하다`
 착한 목자 수녀회 성소 담당 이희윤(스텔라) 수녀와 약속한 날 건대입구역 뒤편 주택가에 자리 잡은 서울공동체로 찾아갔다. 다소 낡아 보이는 수녀원 곳곳에는 수녀들이 겪었을 거칠고 고된 삶의 흔적이 묻어 있는 듯하다. 옆집 누님처럼 인상이 좋은 이 수녀는 연신 따뜻한 배려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 편안함 앞에서는 어떤 고민도 쉽게 풀릴 것 같았다.
 착한 목자 수녀회가 한국에 진출한(1966년) 지 45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청소년 성교육ㆍ생명교육 프로그램인 `틴스타` 교육을 펼치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위 `매 맞는 여성`이나 미혼모 등 가장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도직을 펼치는 수녀들인 만큼 일반 신자들이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1966년 한국에 진출한 수녀회는 미혼모 쉼터 `마리아의 집`(춘천)과 미혼 양육모의 자립을 돕는 `요셉의 집`(춘천), 위기에 처한 여성을 돕는 `여성 긴급전화 1366강원센터`(춘천), 낙태방지를 위한 생명수호운동 등 다양한 사도직을 펼치고 있다. 또 가출ㆍ위기 소녀 쉼터(서울), 위기 여성들을 위한 일시 쉼터(서울)ㆍ생명의 샘(제주)ㆍ성가정의 집(군산), 결혼 이주민을 돕는 `벗들의 집`(서울)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시대적 요청에 발빠르게 응답해온 수녀회는 국내 최초 미혼모 쉼터를 비롯해 대부분 사도직 활동에서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수녀는 "소외 여성들을 위한 사도직이라고 못 박아 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억압 받고 상처 입은 이들을 찾다보면 결국 여성과 어린이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추운 겨울날 옷도 제대로 걸치지도 못하고 도망쳐 나온 여성, 낙태를 강요하는 부모에게 외면당하면서도 소중한 생명을 선택한 미혼모,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팔려온 외국인 성매매 피해 여성, 남편에게 학대 받는 이주여성, 의붓아버지의 성폭행에 시달리던 소녀 등. 50여 명 한국 수녀들은 이들의 벗으로, 영혼의 위로자로 그들과 고통을 나눈다. 더불어 그들이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또 한순간 실수로 잘못을 저지른 여성들을 하느님과 화해로 이끈다. 김혜선(플라치다, 양성 담당) 수녀 표현을 빌리자면 `영혼이 다 무너진 여성들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다.
 때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 수녀는 "(달아난 성매매 피해 여성을 찾으려고) 덩치 큰 `어깨`들이 수녀원 문 앞을 서성이기도 하고 술 취한 폭력 남편들이 찾아와 위협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김 수녀는 "가출소녀 쉼터에 있을 때 아이들이 `사고`(?)를 쳐 학교 선생님과 경찰관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빌기도 했다"며 "그때 `가슴으로 자식을 낳는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고 말했다.


 
▲ 낙태방지를 위한 생명수호 캠페인을 하고 있는 착한 목자 수녀회 수녀
 
 
 #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
 힘없고 억압 받는 여성들 편에 서서 불의한 자들에게 맞서는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예수님께서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 11)고 말씀하셨잖아요. 우리 수녀회는 고통 받는 여성, 위기에 처한 여성을 구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습니다. 아흔 아홉 마리 양을 두고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처럼 말이에요."
 위기 여성들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다 보면 말 그대로 속이 시커멓게 탈 때가 많다.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인간적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삶의 희망을 찾고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수녀들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과 위안, 수도자로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맛있는 점심까지 얻어먹고 수녀원 대문을 나서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저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호소했을 수많은 여성들의 절박한 사연을 생각하니 때로 그들의 아픔을 외면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 수도회 영성과 역사



가톨릭평화신문  201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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