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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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21) 새 식구 맞이하는 날

비가 와도 춤추고 노래하며 극진히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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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습니다. 이런 날에는 날씨가 조금 흐려도 좋고 비가 와줘도 좋을 텐데 말이죠.

오늘은 7개월간 아강그리알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져온 윤선혜 페르페투아 자매와 3개월 동안 쉐벳 사제관 건축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해준 이준호 아오스딩 형제가 떠나는 날입니다. 아침미사 후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제관에 돌아와 아침을 먹고 기념촬영을 마친 다음 공항으로 떠납니다.

함께 지내던 사람들과의 이별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깁니다. 저의 경우 정들었던 본당을 떠날 때마다 눈물을 참지 못하곤 했는데, 오늘 떠나는 두 분은 저와 다르게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시네요.

‘그동안 고마웠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합니다.’ 저희 신부들의 말이 아닙니다. 마을 사람들의 말입니다. 이들은 지구 반대편 남수단의 작은 마을 아강그리알까지 찾아와 자신들의 친구가 돼준 봉사자들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아침부터 맑았던 하늘이 오후 들어 점점 흐려지더니 어느새 구름으로 가득 덮였습니다. 우기의 하늘은 이처럼 변덕이 심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맑은 하늘이 필요합니다. 비가 올 것 같은 구름은 제발 걷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왜냐고요? 두 분의 새 식구가 아강그리알로 들어와야 하거든요. 이번에 새로 룸벡교구로 파견을 받은 이상협 그레고리오 신부와 봉사자 장세계 후고가 이곳에서의 삶을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비가 옵니다. 평소 같으면 소나기처럼 퍼붓고 지나가는데 오늘은 비가 잔잔하게 오래 내리네요. 오후 네 시가 되니 마을 사람들이 모입니다. 청년들과 성모회 어머니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새 식구의 환영을 위해 모인 것입니다. 아직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룸벡으로 마중을 나간 표 신부가 연락을 했습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출발한다고요. 보통 차로 룸벡에서 쉐벳까지 한 시간, 쉐벳에서 아강그리알까지 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쉐벳에 도착하면 연락을 주기로 한 표 신부가 5시가 되도록 연락이 없습니다. 뭐가 잘못된 건지 걱정을 하고 있는데, 조금 뒤 무전이 왔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늦어졌다고, 아강그리알로 출발한다고요.

사람들에게 가서 소식을 알립니다. 그러자 이 사람들, 비를 맞으며 기다리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더욱 신나게 노래를 합니다. 이들의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재미있어 바라보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지나 마을 입구에서 차가 들어옵니다. 신이 난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펄쩍펄쩍 뛰며 새 식구를 환영합니다. 준비한 노래와 춤은 무려 30분 정도 계속 됐습니다. 이 신부와 후고 형제도 이들의 극진한 환영에 어쩔 줄 몰라하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한 가득입니다.

비도 내리고 언제 올지도 모른 채 기다리면서도 불평 하나 없이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는 이들이 참 고맙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아름다운 이들과 함께 새 삶을 시작하는 이 신부와 후고 형제에게도 이곳의 비만큼 큰 축복이 내리길 바랍니다.

 
※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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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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