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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목 이야기] 사춘기의 열등감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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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사목을 하면서 늘 힘이 없거나 자신감이 없는 친구들을 보면 나는 나의 사춘기 시절이 떠오르고는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어렸을 때 앓은 신장염의 영향으로 매우 말라 있었다. 가는 손목을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싫어서 긴팔옷을 입을 때가 많았고 수영을 할 기회는 늘 피해 다녔다. 그리고 파리한 내 얼굴빛이 싫었고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어느날 자매결연을 맺은 미국 대학의 대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했다. 학교를 돌아본 이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공연을 수업 시간의 마지막 두 시간 동안 보여준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공부를 하지 않고 외국 사람들 공연을 본다니까 모두가 신이 나서 4층 강당에 모였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한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공연을 하는 학생 중에 여대생이 당시 로미오와 줄리엣의 여주인공인 청소년들의 우상이었던 올리비아 핫세를 매우 닮아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나의 눈길은 그 올리비아 핫세에게 끌리게 되었고 나는 그녀에게 매료 당하고 있었다. 어떻게 공연이 진행되었는지 벌써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공연의 마지막은 학생들 가운데 가장 잘 생긴 친구들을 여대생들이 골라서 무대에서 함께 아리랑을 부른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그 올리비아 핫세를 닮은 여대생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대생이 우리 쪽으로 다가 오고 있었고 나는 순간 어떤 친구인지 참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일인가? 그 여대생은 내 앞에 와서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얼떨결에 무대에 같이 올라갔고 그 다음의 기억은 전혀 없다.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내가 아리랑을 부르고 그녀는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고 하는데 나의 손에는 선물이 없었다. 아마도 혼이 빠져버린 나는 선물도 잃어버린 모양이다.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교실에서의 종례시간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실 때까지 나는 거의 정신을 잃고 있었다. 선생님은 내 이름을 부르시고 내 얼굴을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만히 보니 넌 참 잘 생긴 얼굴이구나.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조금 전에 올리비아 핫세처럼 생긴 누나에게 이끌려 나간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선생님은 나더러 참 잘 생겼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집에 돌아와 나는 거울 앞에 앉아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한참 동안 거울을 보고 있는데 거기에는 매우 아름다운 한 소년이 있었다. 그동안 부정적으로만 자신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이 바뀐 것이다.    이 단순한 한 사건이 바로 나의 외모에 대한 그동안의 수많은 열등감을 일시에 날려버려 주었다. 청소년 사목을 하면서 힘 없어 보이는 친구와 두려워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나의 사춘기 시절이 준 선물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나의 사춘기 시절에 열등감이라는 어두움을 통해서 하나의 선물을 받았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들의 아픔을 금방 느끼고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바로 그런 아이들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그들의 아픔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게 된 것 그것은 사춘기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나는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청소년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가능한 그들 에게 있는 가능성과 그들이 지닌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에 대해서 속삭여 주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나의 이야기에 힘을 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확신한다. 올리비아 핫세를 닮은 그 여대생과 나의 담임 선생님께서 나에게 힘을 주었듯이 내가 건네준 아주 작은 이야기들도 청소년 친구들의 삶에 아주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요한 보스코 성인은 우리에게 가르친다. 청소년이 지닌 그들의 보물을 귓속말로 속삭여 주십시오. 청소년에게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속삭여주십시오. 그러면 그것은 그들이 받은 선물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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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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