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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목 이야기] 마시멜로와 일탈 신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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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학생이 버스를 탔다. 버스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자 아이들 사이에 그 여학생이 앉게 됐다. 그 중 장난꾸러기 남학생이 자기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았다. 개밥에 도토리 하나가 끼었구만! 몇 정거장이 지나고 여학생이 내리면서 남학생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개밥들아 잘 있어라. 도토리는 간다.
 
 유머는 정서적 능력(EQ)에서 나온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 정체성 확립이 유머러스한 삶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런 아이를 키울 수 있는가? 이것이 청소년 사목의 중요한 관점 가운데 하나다.
 
  마시멜로(초코파이에 들어 있는 젤리 같은 것) 실험 이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1960년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유아의 감정통제 능력과 사회적 성취도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실험을 했다. 마시멜로라는 과자가 한 개씩 놓여 있는 테이블에 네 살짜리 아이들을 한 명씩 앉혀놓고 실험자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선생님이 잠깐 나갔다 올텐데 그때까지 과자를 먹지 않고 기다리면 과자 2개를 줄게요. 그러나 기다리지 못하겠으면 그냥 앞에 있는 과자 1개만 먹으면 돼요. 어떤 아이들은 유혹을 견뎌내기 위해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자신의 손발을 이용한 놀이를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잠을 청하면서까지 15분을 참아냈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실험자가 방을 떠난 지 몇초가 되기도 전에 과자를 집었다.

 14년 뒤 이 유혹 을 참아낸 아이와 참지 못한 아이를 추적 관찰한 결과 전자는 성취감이 강하고 자신감이 있으며 좌절상황을 잘 견뎌내고 공부도 잘한 반면 후자는 일에서 자신감과 동기가 부족하고 학업성취도도 낮았다.

 이 실험은 아이들에게 인내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격려해줘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만 아니라 부모와 청소년 사목자 태도에도 시사하는 것이 많다. 부모나 청소년 사목자는 더 큰 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지켜보며 참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브라질의 저명한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는 아이를 키우는 어른들에게 일탈 신용장 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익이나 성적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아이의 20년 후 30년 후를 바라보며 소신을 갖고 세상 흐름에 편승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제도나 권한을 지닌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바꿔주기를 바라는 수동적 태도를 버리고 더 멀리 더 길게 바라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어른들은 스스로 주체가 돼 자신의 힘과 지혜로 아이들을 길러내겠다는 각오를 갖고 세상의 흐름 즉 주류에서 벗어나는 용기와 그러면서도 주류의 신뢰와 존경을 얻을 수 있는 성실한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자녀를 가진 부모와 더불어 교회에서 청소년 사목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오늘날 더 빨리 Citius 더 높이 Altius 더 힘차게 Fortius 의 경쟁과 물신 숭배의 시각을 뛰어넘어 더 천천히 더 깊게 더 부드럽게 청소년을 현재만이 아닌 영원한 생명까지 볼 수 있는 시각 즉 하느님의 시각으로 영성적 능력(SQ : Spiritual Quotient)을 키우는 부모와 사목자의 시각이 아쉽다. 우리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됐을 때 지나간 삶을 잘 살았다고 회고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그런 시각 말이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해 존재한다 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하느님께서 보이지 않는 그 힘 영성적 능력을 청소년들에게 키우고자하는 볼 눈이 있는 부모와 사목자 를 보내주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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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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