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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목 이야기] 청소년 사목에로 초대한 쌍둥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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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6월 오랜 친구에게 편지를 받았다. 바다 건너 먼 곳으로 공부하러 간 친구인데 전에 한 성당의 보좌신부로 있을 때 만난 친구였다. 그 때 새 신부였던 나는 사실 청소년사목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단지 새 신부로서 열심히 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매가 나를 찾아왔다. 자기 부모님과의 갈등을 상담하기 위해서였다. 그 자매는 자신의 부모님이 친부모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그분들의 객관적 모습 냉정한 태도 때로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이기도 한 행동들 때문에 상처가 깊게 패 있었다. 그들은 이런 가정의 분위기와 사춘기의 특별한 내적 갈등이 맞물려서 자신들의 존재 기반을 흔들어 놓는 문제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들을 도와줄 능력이 없었다. 그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그들을 도와줘야 하는지 몰라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다. 나는 그들을 돕기 위해 서강대 상담심리 과정 유네스코 청소년 지도자 연수 등을 참여하면서 청소년에 대해 공부하게 됐다.

 상담 코스와 연수 등에 참여하면서 내 화두는 그 두자매였다. 그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때때로 바쁜 가운데 찾아온 그들을 환대하면서 짧지만 깊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처와 분노를 표현했고 기쁨과 갈망을 쏟아놓았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우정을 맺게 됐고 나이를 넘어서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면서 내 관심은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끌리기 시작했다.
 
 내게 청소년 이라는 존재를 부각시켜준 그 자매들은 그후 대학에 진학했고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갔다. 시간이 해결했는지 아니면 그들 마음 안에서 화해가 됐는지 그들은 이제 부모님과 원만한 관계를 이루면서 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머나먼 이국 땅에서 보내온 편지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그 순간에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을 때 믿을 수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돼주고 친구처럼 들어주고 어느 때 찾아가도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신부님에게서 받았습니다.

 이 짧은 글은 나에게는 최대 찬사이자 기쁨을 주는 말이었다. 아! 내가 한 영혼을 도와주었구나. 그 친구의 터널 같은 캄캄한 어둠의 시절에 내가 내준 짧은 시간과 작은 관심이 한 생명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구나! 내 가슴엔 벅찬 감동이 일었다. 나는 그 쌍둥이 자매를 통해서 신뢰가 주는 큰 의미를 깨달았다. 누군가 자신을 믿어주고 신뢰할 때 그 신뢰는 한 친구를 절망에서 일으키고 그 믿음은 그에게 생명을 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자매가 보내준 편지는 청소년들에게 바친 내 작은 땀방울에 대한 감히 기대하지 않은 보상 같았다. 이 작은 편지 한통은 내가 청소년 친구들에게 보낸 작은 신뢰가 그들에게는 굉장히 큰 힘이 됐다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16년 전 그때 쌍둥이 친구를 통해서 나를 바쳐 지켜야 할 양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많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만나고 환대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들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지 느끼게 됐다.
 
 얘들아 나는 너희에게 감사한단다. 너희의 그 어둠을 내게 보여주어서 너희의 그 아픔을 내게 드러내줘서…너희를 어둠에서 끌어내려고 노력하면서 내가 생명을 얻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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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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