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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목 이야기] 고3들을 위한 선물-상태 의존적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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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1월이 되면 많은 본당에서 수험생을 위한 9일 기도가 시작되고 어떤 본당은 8월부터 수험생을 위한 100일 기도를 시작한다. 그리고 수험생을 위한 미사와 축복예절이 있는 시험 전날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냉담 청소년들-특별히 성당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부모를 둔 친구들도 많다-이 성당을 채운다. 이 냉담 청소년들 중에는 부모 때문에 냉담을 하게 되는 친구들이 있다. 어떤 친구들은 부모가 사목회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열심한 신자이지만 성당에 나가는 시간에 공부를 하라고 관면(?) 혹은 종용을 받는다고 한다. 그때 그 친구들은 신앙의 가치에 혼란을 느낀다. 평소에는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께 신뢰를 두라고 하면서 중요한 순간에는 하느님 없이 공부만 하라는 부모들의 이중성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부모 행동은 신앙의 시선에서만이 아닌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무지에서 오는 행동이다. 심리학 이론 가운데 상태 의존적 기억(State-dependent Memory)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상태 의존적 이론 중에서 정서 의존적 기억 이론 이라는 것이 있는데 정서적으로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상태에서 공부하면 학습효과가 훨씬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우리 경험에 비추어 설명할 수 있다. 한참 재미있게 TV를 보고 있는데 공부는 안하고 TV만 본다고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방에 들어갔지만 책을 펼치고 있다고 공부가 되는가? 억울하고 화가 나고 또 TV 프로그램에 마음이 쏠려 있어서 책은 펼쳐 놓았지만 공부는 전혀 되지 않은 경험을 했다. 하지만 숙제를 마치면 놀러 갈 수 있다는 부모님 말을 듣고 방에 들어가면 평소 2~3시간을 해도 안 되던 것을 30분 만에 뚝딱 끝내버린 경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하면 학습효과가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수험생의 시간은 매우 어렵다. 고1이나 고2 때 같았으면 여유있게 지냈을 1월부터 3월까지도 목숨을 걸고 공부해야 한다. 그래도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당연하다. 모든 고3들이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학기 초부터 치열하게 공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친구들이 그때부터 초조해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애쓴다. 4월이나 5월이 되면 한 사람 두 사람씩 포기하기 시작한다. 부모는 학원으로 과외로 수험생을 내몬다. 학교에서도 벌써 아이들을 대학 갈 인생과 낙후된 인생으로 양분해 놓는다. 아이들은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그 시기에 느낀다.

 이때 필요한 것은 사실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는 은근히 성당에서 지내는 시간을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압력을 가하며 또 공부 시간을 늘리고자 성당에 가지 않는 것을 방조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서적 안정이다. 한 시간 성당에서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은 자기가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정당성을 부여받는 시간이다. 또한 미사와 기도를 통해서 힘을 받으면 행복해지고 기분이 좋아져서 학습효과도 좋아지게 된다는 그 심리학적 이론을 입시생들을 둔 부모들은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을 잘 키우는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하느님께 충실한 자녀를 키우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ㆍ소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에 성당을 맛들이게 도와주고 자녀들이 성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기뻐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을 하느님께 충실한 자녀로 키울 수 있다. 언제 변할지 모르는 세상에 온 마음을 뺏기는 부모보다 하느님께 충실한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더 좋은 부모가 아닐까?

조재연 신부 홈페이지: http://www.frch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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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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