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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목 이야기] 바오로 구하기 사목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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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에서 사목할 때 가정방문을 가면 주로 낮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에는 자매님들밖에 있지 않아 나는 그 집 가족사진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어느날 한 가정을 방문했는데 매일 미사를 나오는 마리아 자매 집이었다. 그 집에는 고등학교 1학년 아들 사진이 있었다. 마리아 씨는 그 아들 바오로에 대한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복사까지 하던 바오로가 중2 때부터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서 가출을 자주 했고 성당에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아들 때문에 늘 마음 졸이던 마리아 씨는 내게 도움을 청했다. 그래서 우리는 바오로를 구하기 위한 사목 계획에 착수했다. 그 집을 떠나오면서 나는 늘 하던 대로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청소년인 바오로에게 작은 상본을 메모와 함께 남겨두었다.

  바오로에게 나는 성당의 조재연 비오 신부란다. 너희 집을 방문했다가 네 사진을 보고 반가워서 메모를 남긴다. 혹시 이번 주일 청소년 미사에 올 수 있니? 네 얼굴이 보고 싶구나. 안녕.

 부모님의 설득과 집에 두고 온 메모 영향으로 바오로는 다음 주 청소년 미사에 왔다. 미사 중에 본 바오로의 외모는 일명 날라리 의 그것이었고 그는 매우 낯설어하고 있었다. 미사 후 바오로를 만난 나는 네가 바오로구나. 그래 신부님이 지금 고해성사를 줘야 하거든. 그러니까 저기 내 사제관에서 잠시 기다릴래? 하고 바오로를 사제관으로 보냈다. 그곳에는 이미 바오로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친구들인 마리아 루치아 루카 안젤로가 과자를 먹으면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오로를 성당으로 초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양성을 받은 바 있는 청소년 사도들이었다.

 고해성사를 드리고 사제관으로 돌아간 나는 더 이상 바오로에 대해서 염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청소년기 신앙은 친구를 따라 성당에 오는 신앙 이기 때문에 그 아이들은 이미 놀이로 관계가 회복돼 있었던 것이다. 청소년 사도들인 친구들은 바오로를 잘 초대하고 있었고 그 다음 주부터 바오로는 그야말로 성당에 사는 일명 죽돌이 가 됐다. 바오로의 외모와 말투가 바뀌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점점 바오로는 학교에서도 괜찮은 아이로 평가받게 됐고 공부도 곧잘 따라갔다.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엄마인 마리아씨에게 욕심이 생긴 것이다. 주일에 미사만 드리고 공부를 더 하면 뭔가 될 것 같은 욕심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바오로가 미사 후에 나를 찾아왔다. 신부님 저 다음 주부터 성당 끊어요. 엄마가 과외학원가래요. 나는 곧바로 마리아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바오로가 정상궤도에 올라왔는데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변화되고 있고 삶에서 중요한 것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그러시면 바오로가 또 다시 방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주일은 성당에서 지내게 해주시지요? 그러나 자식에게 욕심이 생긴 마리아씨에게는 그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다음 주부터 바오로는 성당에서 사라졌다. 그 후 세 달이 지난 어느 날 밤에 전화가 울렸다. 마리아씨였다. 신부님 어쩌면 좋아요. 바오로가 또 집을 나갔어요.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좋은 분위기와 좋은 친구들이 청소년 시기에는 큰 보물이라고 그렇게 말씀드렸잖습니까? 왜 그런 좋은 환경을 엄마 욕심 때문에 없애버렸습니까? 바오로를 찾으면 제가 만날 수는 있지만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이미 좋지 않은 친구들에게 물들었기 때문에 제 이야기가 먹혀들지 않을 겁니다. 바오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차적 사람은 바오로의 좋지 않은 친구들이기 때문입니다.
 
 성당은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세상보다는 낫다. 성당에서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면 그것은 한 청소년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재연 신부 홈페이지:www.frch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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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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