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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목 이야기] 성당 안에 청소년 자리를 만든 두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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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마닐라의 돈보스코 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나는 청소년사목이 활성화한 성당을 찾고 있었다. 많은 성당을 방문했는데 라스피나스의 뱀부오르간 성당과 일로쿠스술의 성 아우구스틴 회개 성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라스피나스에서 약 30년간 사목하고 5년 전 은퇴한 뒤, 지금은 부칼 앙티판 사목센터를 세운 70살의 마크 신부는 청소년사목에 주력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사목을 하면서 교회에 신자들을 참여시키는 비전, 그래서 그들을 복음적 바탕에서 교회 주인이 되도록 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한다. 어느날 눈을 들어 교회를 바라보니 양성된 어른들이 교회의 모든 것을 하고 있고, 젊은 사람들에게 주도권을 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젊은이들은 아무 의식 없이 방치된 채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고 한다. 어른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성당 자리를 채워주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들이 성당에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는 교회 미래도, 공동체 미래도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마크 신부는 이 어린 친구들에게 시간을 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매주일 저녁 미사가 끝난 후 청소년과 만나는 자유로운 모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로 서로 놀며 기쁘게 지냈고, 그 다음 단계는 복음과 생활을 나누었고, 거기서 양성된 친구들과 2주에 한번 토요일 저녁에 일련의 양성모임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단계별 모임이 2개에서 3개로 점점 커졌다고 한다. 그 모임이 커져서 `살아있는 물`이라는 공동체가 됐고 이 공동체가 바로 지난 30여 년간 그 성당과 그 지역에 `젊은 피`를 공급하고 교리에 투신하게 해주는 펌프 역할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크 신부는 사제가 청소년과 시간을 보내는 것과 그들을 양성하려는 의식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했다.

 
 아우구스틴 성당의 알버트 라베 신부는 10년간 필리핀 북부 루손의 청소년사목 조정자였다. 5년 전 이 성당에 부임해서 기초교회공동체(BEC)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성당에서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지지하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라베 신부는 성당의 책임있는 신자들과 참여하는 교회에 대한 의식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왜, 어떻게 청소년을 동반해야 하는가를 함께 공유했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BEC에서 매주일 이 주제를 갖고 1년 주기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신자들과 의식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처음에는 보잘 것 없었지만, 청소년이 교회에서 무엇인가를 할 때 공동체 차원의 지지와 협조가 눈에 띄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성당 모임에 청소년 리더가 참여하게 됐고, 때때로 그들에게 문제가 발생할 때 비난보다도 청소년 입장에서 말을 하는 어른들이 나오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청소년이 참여하는 모임에서는 그들에게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자리가 늘어나고, 격려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려는 분위기가 이루어지더라는 것이었다.

 이 성당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청소년을 성당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그들에게 똑같은 발언권을 부여하면서 그들의 욕구를 알아차리려는 공동체의 의식이었다. 이 성당을 보면서, 교회 안에 청소년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체 전체의 체계적 노력이 있어야 함을 알게 됐다.
 

 필리핀의 여러 성당들을 연구하고 사목 책임자들을 만나보면서 청소년사목이 활성화한 성당들의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발견했다. 그것은 사목자가 바뀌어도 같은 기조를 유지하는 사목의 일관성, 청소년을 공동체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여기는 의식, `참여하는 교회(Participatory Church)`에 대한 비전이었다.

 마크 신부와 라베 신부를 통해서 청소년들을 교회에서 소중히 여기고 양성하려는 의식을 지닌 사목자, 청소년을 위해 시간을 내는 본당 사목자 모델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마닐라에 머무는 동안 받은 큰 선물 중 하나였다.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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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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