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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목 이야기] 우리들의 언어를 이해해 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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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사회의 미래인 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갈수록 절실합니다. 특별히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청소년 문화를 이해하고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 사목의 바람직한 길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이번호부터 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목 이야기 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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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부님 새해 福 많이 받으3

 요즘 내 메일과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새해 인사다. 얼핏 보면 문장에 오타가 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 중에 하나다. 받으3 이라는 말은 받으세요→받으셈→받으삼→받으3 으로 변했다. 청소년 친구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자신들의 언어로 보내 온 것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를 좋아한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느끼려면 그들 문화에 발맞춰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올해는 청소년 친구들에게 줄 세뱃돈으로 도토리 를 준비했다. 예전에는 청소년 친구들이 세배하러 오면 세뱃돈 대신 사탕이나 과자를 주기도 했고 어떤 경우에는 1000원짜리 신권을 준비해서 주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사탕이나 과자보다 도토리를 더 원한다.

 아이들이 도토리로 묵을 쑬 것도 아니어서 웬 도토리냐고 하겠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이 도토리는 인기다. 도토리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꾸밀 수 있는 가상 화폐 같은 것인데 아이들은 그것으로 홈페이지를 꾸미고 노래도 듣고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한다. 의미없이 사라지는 과자보다 자신들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도토리가 그들에게는 더 중요한 소품인 것이다.
 청소년 문화는 빠르게 변화한다.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고 만들어내는 청소년들이 그들 문화를 시시각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들과 소통하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나 여러 가지 부호들을 이해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어에서 그들의 현재 모습을 유추해 낼 수 있는데 아이들이 바꿔서 사용하는 속담에서도 그들의 모습을 재발견 할 수 있다. 가는 말이 거칠어야 오는 말이 곱다. 가다가 아니 가면 간만큼 이익이다. 고생 끝에 골병든다. 가지 많은 나무가 더 비싸다. 하늘이 무너져도 지하도가 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라. 아는 길도 물어 가면 시간 낭비다.

 이렇게 청소년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서슴없이 표현한다. 그것을 올바르게 이해하느냐 못하느냐는 어른들 몫인 것이다. 요즘 아이들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눈과 귀를 막고 있기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그들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청소년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문제없을 것이다. 2006년 병술년에는 그들이 또 어떤 언어들을 만들어낼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기대해 본다.

 얘들아 나는 너희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단다. 너희 표현이 때로 예의에 어긋날 수 있지만 그것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너희의 솔직한 내면을 보기를 원하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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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연(비오)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0년에 사제품을 받았다. 역촌동ㆍ신림동ㆍ삼성산ㆍ시흥동본당 청소년 담당을 거쳐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약 9년간 서울대교구 본당 중고등학생 사목부 담당을 역임했다. 지금은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박사과정에서 청소년사목을 연구하고 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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