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11. 쉐벳 교전(1)-실패한 무장해제

치열한 전투 벌어지자 성당으로 피신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얼마 전 짧은 시간동안 왜 전쟁이 일어나고, 어떻게 전투가 발생하며, 참혹한 결말이 무엇인지를 보았습니다. 지난 2월 두 주간의 룸벡 교구 사제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사순 첫 주일 미사를 봉헌하기위해 아강그리알에서 쉐벳으로 들어올 때였습니다. 숲속 길을 빠져나와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 무엇인가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근처에 죽은 동물이 있나? 혼자 생각했지만, 그것이 끔찍한 사건의 징후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공소에 도착하니 총을 든 상태로 드문드문 성당을 바라보며 경계자세로 앉아있는 군인들이 보였습니다. 지난 수개월간 지속된 씨족간의 소분쟁과 총기소요로 인한 인명피해가 자주 발생하자 군인들이 파견되어 내전 이후 묵인되었던 목동들의 무장해제를 위해 머물러 있었고, 군인들 진지가 성당과 읍사무소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평소와 다르게 이상했지만 아마도 훈련 중이려니 했습니다. 트럭을 몰고 몇몇 짐을 가져왔음에도 공소의 소신학생들이 마중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갔지? 하면서 짐을 내리고 펑크가 난 트랙터 바퀴를 갈아 끼웠습니다. 그리곤 가져온 디젤 드럼을 내려놓으려는데 멀리서 신학생들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일을 도와줄 생각은 안하고 저에게 와서 “신부님 지금 상황이 아주 안 좋습니다.” 뭐가 안 좋은데? 저기 보이는 군인들 보이시죠? 오늘 오후 3시경에 군인들의 우발 사격으로 쉐벳 추장 2명을 포함해서 4명이 사망했습니다. 저희들 풍습대로라면 곧 목동들이 군인들을 공격할 것입니다.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무슨 서부시대도 아니고 목동과 주민들이 군인들을 공격한다니요. 얼른 일이나 도와라 하고는 트랙터로 디젤 드럼들을 내리고, 아강그리알에 보낼 짐들과 시멘트들을 실었습니다. 트럭을 다시 아강그리알로 보내면서 운전을 하는 청년에게 오늘 저녁 8시에 알렉스 신부님과 무전으로 통신하자고 전해라, 혹시 교신이 안 되면 난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고는 트럭을 서둘러 출발 시켰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어떻게든 충돌을 막아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성당 앞에 서서 신학생들과 상의를 하는 중 이웃 주민들이 자잘한 세간 보따리를 싸들고 뛰어와서는 저희들보고 짐을 좀 맡아달라고 애걸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성당 안에 넣으라고 말하자 이집 저집에서 보따리를 싸들고 허겁지겁 달려왔습니다.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이 느껴졌습니다. 신학생 한 명을 시켜서 시장에 가서 먹을 것을 구해오라고 했습니다. 신부님 지금 시장에 간다하더라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주저하는 신학생 한 명에게 돈을 쥐어서 보내고 성당을 등지고 떠나가는 신학생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쪼그려 앉아있던 군인들이 일시에 엎드려쏴 자세로 바꾸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곤 한발의 총성이 들리더니 “두두두…” 총소리가 우박 비처럼 쏟아지고 군인 쪽으로 날아오는 예광탄들이 보였습니다. 얼른 시장 쪽으로 가는 신학생을 불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신학생도 총성을 듣고 성당으로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소신학생들을 모두 성당 안으로 대피시켰습니다. 시장으로 가려다 돌아온 신학생까지 성당 안으로 들어오자 문을 닫고 모두 바닥에 엎드리라고 했습니다. 오. 주님! 아찔한 전투의 시작이었습니다


 
▲ 지난 사순시기 쉐벳에서는 군인들과 씨족간의 전투가 벌어졌다.
사진은 쉐벳의 공소 내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4-1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예레 4장 3절
묵혀 둔 너희 땅을 갈아엎어라. 가시덤불에는 씨를 뿌리지 마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