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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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소년 자활작업장 커피전문점 ''카페-立''

에스프레소의 열정으로 카페라테의 달콤함으로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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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 시작하는 10대 청소년 7명의 `홀로서기` 도와
인천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 운영, 청소년 자활ㆍ자립 지원
스스로 좋아하고 보람있는 일 찾아 자신감 찾은 청소년들



 
▲ `Cafe-立` 매장에 줄을 서서 커피를 주문하는 손님들
 

    갓 볶은 은은한 커피향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인천시 중구 답동 가톨릭회관 1층에 자리 잡은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Cafe-立`(립).
 손님이 커피를 주문하자 앳된 얼굴의 바리스타(Barista, 즉석에서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가 환한 미소로 "카푸치노 한 잔, 카페라테 한 잔 주문받았습니다"하고 큰 소리로 외친 뒤 능숙한 손놀림으로 에스프레소를 뽑고 우유를 섞어 카페라테를 만든다. 얼굴에는 갓 뽑아낸 에스프레소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넘친다.
 7명의 10대 청소년들이 3월 30일 문을 연 16㎡ 남짓한 커피숍에서 바리스타(5명)와 제과제빵사(2명)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모두 한때의 방황에서 탈출해 엄격하게 전문기술교육을 받고 자격증도 취득한 청소년들이다.
 지금은 손님 입맛에 맞춰 능숙하게 커피를 만들고 맛있는 쿠키와 모카번, 머핀을 구워 내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시련이 많았다. 가출을 거듭하다 또래 친구들보다 학교를 일찍 그만두고 사회에 나왔고, `문제아`로 낙인찍힌 경험을 갖고 있다.
 바쁘게 손님을 맞는 새내기 바리스타 호경이(19, 가명). 공부에는 딱히 흥미가 없었다. 가출도 잦아졌다. 끝내 학교를 자퇴했고 거리를 떠돌았다.
 집에 들어가기가 죽기보다 싫어 가출 청소년 보호시설인 청소년쉼터를 찾아간 그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뭐라도 해보자`였다.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네깟 놈이 뭘 할 수 있냐`고 무시하는 부모에게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중학교도 겨우 나온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어요. 내가 좋아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바리스타가 바로 바라던 것이었습니다."
 대입 검정고시도 준비하는 호경이는 열심히 배워 향후 커피 로스팅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제과제빵사로 새 출발한 경민(19, 가명)이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자기편이 하나도 없는 세상에 원망과 분노를 품고 살았다. 이유 없이 학교를 가지 않아도 바로 잡아주거나 야단치는 이도 없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학교를 떠났다.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꿈도 희망도 없이 세월을 보내다 자신을 감싸고 있던 단단한 껍질을 깨고 변화되기 시작한 건 인천교구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이사장 최기산 주교)이 운영하는 청소년 단기쉼터를 거쳐 중장기쉼터에 들어오면서부터다.
 "가출하고 쉼터를 자주 드나들었죠. 그런데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이것저것 배우는 것을 보니 저도 무언가 해보고 싶었어요. 쉼터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고 직업체험과 적성검사, 자립훈련 프로그램을 하면서 의지가 생겼어요."
 그러다 쉼터 지원으로 제과제빵 학원을 다니게 됐다. 맛있는 빵과 과자를 만드는 게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해줘 좋았다. 오랫동안 공부와 담을 쌓았던 터라 필기시험은 아홉 번이나 떨어졌지만 실기시험은 두 번 만에 붙었고, 지금은 다른 친구 한 명과 함께 카페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빵과 쿠키를 직접 만들고 있다.
 목표가 뚜렷해지자 세상을 보는 눈도 변했다. 손님들의 맛있다는 평가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낮에는 학원에서 공부하고 돌아오면 밤늦게까지 단체주문이나 매장에서 판매할 빵을 만드느라 코피가 날 정도지만 앞으로 `케이크 디자인`을 좀 더 공부해 최고의 파티셰(Patissi er)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역시 `Cafe-立`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용학원을 다니는 동준(18, 가명)이는 "유명한 미용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며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 두피모발관리사 자격증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모두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다. 가정해체, 부모와 불화, 가정폭력과 방임, 학대, 경제적 어려움, 학교생활 부적응…. 자신들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뼈아픈 과거를 뒤로 하고 미래를 위해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미용ㆍ자동차정비ㆍ컴퓨터수리ㆍ중장비 운전 등을 배우며 더 넓은 세상으로 발돋움할 꿈에 부풀어 있다.
 이들이 여느 아이들처럼 당당하게 자기 포부를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중장기쉼터와 `Cafe-立` 덕분이다.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에게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고 보호만 하는 여느 쉼터와 달랐다. 삶의 희망도 없이 쉼터에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스스로 꿈과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도록 흥미유발과 동기부여에 주력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활의지를 심어주고 체계적 직업훈련과 경제교육, 인간관계 및 직업관, 사회적응력을 길러주며 청소년들의 `홀로서기`를 도왔다.
 아이들도 "쉼터에서 많은 것을 얻었고 인생 목표를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 스스로 당당한 사회인으로 일어서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 붙인 `Cafe-立`은 자립을 위한 구체적 목표를 찾은 청소년들이 일을 하고 돈도 벌며 자신감을 키워나갈 수 있는 자활작업장이다. 아이들이 검정고시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하는 한편 오전 10시~오후 8시 문을 여는 이곳에서 하루에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경험을 쌓게 된다.
 돈 벌 수 있는 자립여건은 마련했으나 중장기쉼터에서 퇴소해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주거가 불안정한 청소년들이 1년까지 머물 수 있는 자립생활관(인천시 남구 주안2동 소재)도 `Cafe-立`과 함께 개소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1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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