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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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12. 쉐벳 교전 2 - 노아의 방주

성당을 방주삼아 총알 폭우 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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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인들과 부족들간의 치열한 교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아이들의 모습.
 


치열한 전투였습니다. 목동들은 자신들의 공격신호인 호각을 불면서 군인들을 향해서 돌진했고, 군인들은 진지사수를 위해 무차별 사격을 했습니다. 생명을 건 전장은 인정사정없었습니다. 총알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소총 소리와 기관총 소리, 박격포인지 수류탄인지 터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습니다. 불행히도 성당을 둘러싸고 교전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몰려오는 목동을 진압하기 위해 군인들이 성당을 엄폐삼아 사격을 했기에 총소리가 코앞에서 들렸습니다. 교전은 점점 치열해지는데 창문이 열려진 채였습니다.

조심스럽게 열려진 창문을 몇 번이나 닫으려했는데 떨리고 급한 마음에 앉아서 닫으려니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 계속 다시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쾅하면서 갑자기 문이 닫혔습니다. 자세히 보니 총알 한발이 창문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소신학생들은 저와 떨어져 있다가 겁이 났는지 제가 있는 쪽으로 우르르 달려왔습니다. 진정하고, 모두 엎드려 있으렴. 지금은 성당이 제일 안전하단다. 그리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30~40분 정도가 지나자 교전은 점점 격렬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곤 군인들의 고함소리와 명령소리가 들리며 철수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진압되었구나하는 순간 “타다닥” 하는 소리가 들려서 반대쪽 문을 열어보니, 조금 전에 저희들에게 짐을 들고 뛰어왔던 이웃집들의 지붕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한두 집이 아니었습니다. 성당 주위에 모든 초가집 움막들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휴~. 미어지는 마음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건너편 진영에서 엄청난 교전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을에 주둔한 군인들 막사를 사방에서 공격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우리들의 위치가 교전 한가운데이기 때문에 탈출을 감행하는 것은 자살행위임을 깨달았습니다. 얘들아, 지금은 성당이 제일 안전하니 그냥 여기에 있자, 어차피 공격하는 주민들도 군인들도 우리들이 성당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그리곤 이럴 때 정신차리고 기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신학생들과 바닥에 엎드린 채 묵주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만, 곧 다시 시작된 교전 총소리 때문에 자신의 기도소리도 들리지 않자 누구나 할 것 없이 멈추고 말았습니다. 먹을 것을 사러 보냈다 죽을 뻔한 소신학생이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신부님 정말 이곳에 오셔서 고생이 많으세요. 전 그를 보고 씽끗 웃어주며 말했습니다.

“걱정마, 난 괜찮아. 어차피 난 너희들 곁에 함께 있으려고 왔잖아.”

바닥에 누워 총소리가 난무한 밖을 생각하다 성당 지붕을 보니 내가 있는 이곳이 마치 노아의 방주같이 느껴졌습니다. 하느님은 이 성당을 방주삼아 나를 보복과 분노의 총알 폭우로부터 지켜주시는구나. 저녁 8시가 되자 얼마 전 설치해놓은 무전기를 더듬거리면서 켰습니다. 무전기를 켜자마자 저를 부르고 있는 알렉스 신부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직 살아있으니 걱정마렴. 상황이 안 좋으면 아강그리알로 되돌아왔어야 했을 것 아냐? 이 신부의 걱정스런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글쎄, 신부가 성당을 두고 어디로 가겠니? 내일이 주일인데, 이렇게 말하곤 나도 참 어이없는 판단을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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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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