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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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15. 수단선교위원회 도움으로 펜스 공사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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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고 시작한 쉐벳 공소 펜스 설치 작업의 긴 공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공소를 중심으로 가로 세로 200미터에 이르는 성당 터를 영구적으로 확보하는 문제는 저희가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제기된 문제였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급한 대로 대나무 펜스를 칠 수도 있었지만, 흰개미의 공격에 맥없이 녹아내리는 울타리의 설치비와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어 처음 설치할 때부터 튼튼한 철망으로 공사하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도를 통해 계획을 세웠기에 하느님께서 함께해주심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가시덩굴만 무성한 성당 터를 바라볼 때마다 막막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기도 했습니다.

수원교구 수단선교위원회에서 송금해 주신 소중한 후원금으로 작년부터 준비에 나서 이웃나라인 케냐 나이로비에서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고 수천 킬로미터를 육로로 운송해서 몇 달 후에야 물건을 받아, 우기가 끝나기를 기다려 바쁜 성탄시기를 마치자마자 시작한 작업이었습니다. 펜스 공사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만 있을 뿐 경험이 없는 신부였기에 케냐나 우간다 인부에게 일을 맡길까 하다가, 비싼 공사비 지급이 수단 아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등록금 마련에 목마른 현지 인부들을 소집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러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삽질 한 번 해본 경험이 없는 철없는 10대 청소년들이었습니다. 조를 짜서 나누고, 일을 분담하고, 삽질하는 방법부터, 시멘트를 섞는 방법과 구덩이를 파고 지줏대를 세우는 요령 하나하나를 가르쳐야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영어를 못 알아듣는 소년들은 늘 저희 지시와는 다르게 일을 하기 일쑤였고, 고된 일에 익숙지 않은 불평불만에 시달려야 했지만 “얘들아 우리는 하느님의 성채를 짓는 거란다” 하면서 다독거렸습니다.

수단대통령이 있으면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가 있듯이 우리는 우리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께서 머무는 궁전을 짓는 일을 하고 있으니 자랑스러워하렴, 우리가 하는 공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고 다 너희들의 것이란다. 하느님께 봉헌하는 성전은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아니라 기도와 정성으로 짓는 거란다 하면서 일을 시작할 때와 마칠 때마다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길도 없는 거친 들판을 달려 모래와 돌을 캐오고 근처의 우물에서 물을 떠와 하나하나 지지대를 세울 때마다 마음은 역사적인 교회를 세운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갔습니다.

40도를 넘나드는 더위로 두통에 시달리고 피할 수 없는 열대 열풍에 버둥거리며 잠을 이룰 수 없었지만 주님의 궁전을 짓는 수고는 영광된 봉헌임을 헤아렸습니다. 그러다 쉐벳 교전이 발생하고 사태가 수습된 후 다시 일꾼들을 모으고 일을 시작하여 가까스로 3월말 성주간을 앞두고 대문을 제외한 울타리 공사를 마쳤습니다. 결국 시작이 있으면 마침이 있으니, 쉐벳 공소를 지키는 튼튼한 펜스가 둘러쳐지자 바라볼 때마다 미소가 흘렀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기쁨은 ‘대견함’과 ‘자신감’이었습니다. 현지의 철부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일을 마무리 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 졌습니다. 아이들이 멋지다고 말을 할 때마다 이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낸 일이라고 모두를 칭찬할 때에서야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철부지 어린아이들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맞아요! 예수님, 이 땅의 하느님 나라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 새해가 시작되며 시작한 쉐벳 공소 펜스 설치 작업에 현지 주민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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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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