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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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20. 우물파기

교구 ME 도움으로 마침내 숙원사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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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 쉐벳공소에 우물파기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성당 터에 물이 없어서 수백m 떨어진 마을 우물들을 전전하면서 물을 퍼 와야 했습니다. 보통은 우물을 먼저 확보하고 공사를 시작하지만 성당 터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우물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펜스를 친 것을 보면 급하긴 급했나 봅니다.

우기가 되면 모래와 돌을 구해 올 수도 없고 풀도 빠른 속도로 자랄 뿐만 아니라 쏟아지는 강한 비로 작업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건기임에도 우물도 없이 작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곤 룸벡의 NGO를 찾아가니 이미 남수단 정부 기관에 우물 사업을 넘겨주었다는 소식만 들을 뿐이었고, 정부기관을 찾아가니 요즘은 경쟁이 많은 관계로 고맙게 할인을 해주어서 우물 하나에 미화 8500달러라는 엄청난 액수를 불렀습니다. 최소한 두 개는 파야 하는데… 그리곤 기도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청하면 받을 거라 하셨으니 말이죠. 아들이 우물을 달라는데 삽자루를 줄 아버지는 없다고 믿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곤 한국에서 뜻밖의 전갈이 왔습니다. 수원교구 ME 30주년 행사를 하면서 수단도 도와주고 싶다고 말이죠. 뜻밖에 우물을 파주겠다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늘 오묘한 은총이었습니다. 그리곤 쉐벳에서 10킬로 떨어진 바르겔에서 기술학교를 짓고 계시는 콤보니 수도회 죠반니 신부님께서 흔쾌히 저희들의 숙원 사업요청을 승낙하셨고 이탈리아에서 기술자와 봉사자들이 들어오자 바로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기쁨의 노래를 부르며 파들어 가는 시추기를 옆에서 지켜보았고 67m를 파내려가 물이 강물처럼 흐르는 수맥을 발견해서 물이 솟구쳐 올라올 때는 마치 광야에서 모세가 지팡이를 내리치자 돌이 쪼개지며 물이 솟아나는 광경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시니… 우리는 늘 그 은총에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죠반니 신부님은 이 우물은 쉐벳 사람들을 다 마시게 하고도 남을 만큼 물이 많다고 자랑하셨습니다. 이제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물통을 길게 놓고는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어려움은 없겠지요.

6개월의 건기동안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는 수단에서는 마을에 우물을 파는 것은 굉장한 숙원사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나마 내전 기간 동안 많은 우물을 NGO에서 마련해 주었음에도 유지보수 관리를 못해서 고장난 우물이 한두 개가 아닌 실정입니다.

주로 어린이들이 물을 길으러 오지만 우물이 고장 나면 더 먼 우물로 이동해야 하고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면 또 금방 고장나버리고 맙니다. 정부기관에서는 예산 타령 속에 손을 놓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 마음 아프기만 할 뿐입니다. 봉사자들은 쉐벳 공소 2개의 우물 작업을 마치고 콤보니 수도회에서 지을 학교 터를 마련하기 위한 우물을 파러 갔다가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습니다.

이곳은 지금 내가 경작해서 먹을 땅이니 학교고 뭐고 다 필요 없고 다시오면 당신과 싸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수단의 가난과 목마름은 단지 우물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미래를 생각 못하는 무지로 인한 오만과 편견은 더 커다란 궁핍이었습니다.


 
▲ 건기동안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는 수단에서 마을에 우물을 파는 것은 숙원사업이다.
지난 7월 6일부터 시작된 쉐벳 공소의 우물파기 작업 모습.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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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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