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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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21. 수단의 행복

하느님 크신 사랑으로 절망·고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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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벡에서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 할 때가 되어서야 자동차 수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수리를 마치고 간단한 점검을 한 후에 서둘러 살 수 있는 물건들과 먹을거리들을 산 다음 두 시간을 넘게 가야하는 아강그리알로 향했습니다.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하늘을 집어삼킬 듯 펼쳐지는 검은 먹구름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50킬로 지점인 쉐벳을 돌아 숲속 길로 접어들자 등골이 서늘한 찬바람이 불어오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웅덩이를 조심스레 피하며 얼마나 갔을까 갑자기 ‘덜그럭’하는 느낌이 들었고 얼마 안가 자동차는 갑자기 주저앉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와 보니 수리를 마친 바퀴가 45도 기울어져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빗방울은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고 암담한 마음에 차를 들어 바퀴를 빼내어 보니 바퀴의 축을 세워주는 보조 장치의 나사가 부러져 빠져 있었습니다. 정비사들의 실수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아강그리알까지는 10킬로도 더 남아있고, 전화도 없지만 도움을 청할 알렉스 신부님은 자전거를 사러 와우로 갔고, 교체할 부품도 없을 뿐더러 어둠속의 폭풍으로 차가운 비가 사납게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헤쳐 나가야 할 사람은 저 자신뿐임을 깨달았습니다. 고심 끝에 비상용 나일론 밧줄을 꺼내서 밀고 당겨 부러진 부분을 묶어서 바퀴를 세우고 출발했지만 밧줄이 끊어지며 500미터도 가지 못해 바퀴는 계속 주저앉았습니다. 비는 점점 거세게 쏟아져서 길은 물바다가 되고 빗방울에 전방주시도 힘들어졌습니다.

그래도 내 사전에 포기는 없어…하는 마음으로 주저앉은 바퀴를 묶어세워 전진하기를 수차례 반복하였지만 결국 자동차가 진흙탕에 빠져서 헛바퀴가 돌고 손전등의 배터리마저 나가자 세상의 어둠과 빗방울이 내 마음이요 눈물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번갯불에 의지하며 더듬더듬 바퀴를 묶어세우고 진흙길을 간신히 빠져나와 다시 바퀴가 쓰러졌을 때야 이런 방식으로는 되돌아 갈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밤 한시 반이 되었습니다. 동행한 청년 사무엘에게 아강그리알까지 걸어가서 부러진 나사부위를 강하게 묶어줄 튼튼한 철사 줄과 도와줄 사람 몇을 보내고 그들이 올 때까지 자동차를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저를 걱정하는 청년에게 혹시 하이에나를 만날지 모르니 정글도 하나와 흐릿한 손전등을 쥐어 보내고 어둠속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숲속에 남아 혼자 자동차를 지켰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문지기 가브리엘이 “파더 죤!”이라고 불러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반 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철사로 바퀴를 묶어세우기를 세 차례 반복한 다음에야 결국 동이 터오는 아강그리알에 복귀했습니다. 아주 길고긴 폭풍의 밤이었습니다. 몸은 진흙과 물에 엉겨 엉망이 되고 손가락은 찢어지고 부르터서 돌아왔지만, 돌아온 마음은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고 고백하는 행복뿐이었습니다. 수단에서의 행복은 칠흑 같은 절망의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는 헤쳐 나갈 길을 열어주신다는 체험을 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없다면 수단의 거친 현실 속에 살아간다는 것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 한만삼 신부는 수단에서의 행복은 칠흑 같은 절망의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는 헤쳐 나갈 길을 열어주신다는 체험을 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한 신부 자동차 내부.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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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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