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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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고 힘나는 신앙-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교회 교리서」해설] (53) 부활신앙의 핵심은 인성관리

매일 천국을 사는 비결 … ‘할렐루야’ ‘아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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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뚱맞은 물음들

글을 쓰다 보니 이런 저런 물음들을 다양하게 받게 된다. 그 중에는 답변하기 고약스런 것들도 있다. 교파 다툼의 불씨가 되는 물음이거나 신앙 실천의 노선 관련 물음이거나 할 때가 그러하다. 대답하기가 곤혹스런 까닭은 이미 듣는 이의 입장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뚱맞은 물음들엔 오히려 답변을 해 주기가 용이하다. 성령의 비추임을 받아 그저 아는 대로 설명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의 주제인 ‘부활’과 관련해서도 청소년 아이들로부터 기상천외한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육신이 부활한다면, 장애인들은 천국에서도 그 몸으로 부활하는 것인가요?”

“육신도 육신 나름, 젊었을 때 육신인가요 늙었을 때 육신인가요?”

“나의 이 외모가 맘에 안 드는데, 죽은 다음에도 이 외모로 살아야 하나요?”

답이 궁색한 물음인 듯 들리지만, 사실 ‘육신의 부활’에 대한 정확한 이해만 있으면 그리 난처해하기만 할 것들도 아니다.

■ 육신의 부활이 의미하는 것

사도신경에서 고백하는 ‘육신의 부활’에 대하여 앞에서 얼추 설명하였다. 이에 더하여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영육일체설’을 올바로 이해할 때, ‘육신의 부활’이라는 신앙고백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 진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성경과 교회의 전통에 입각하여 ‘영육일체설’을 주장하였다. 이는 ‘육신의 부활’에 대한 논리적 전제가 된다. 영육통일체란 인격 전체 곧 이 세상에서 살았던 ‘아무개’의 고유성과 특성 전체를 말한다. 따라서 ‘육신의 부활’에 대한 믿음은 이 세상에서의 ‘인간성’ 전체가 그대로 저 세상에서 부활한다는 믿음이다. 영혼만 분리되어 떠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통째로’ 저 세상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격은 시간의 흔적, 세월의 상처와 영광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육신은 장소, 사람,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지닌다. 그리하여, 육신의 부활은 지상에서 육신으로써 쌓은 가치들 그리고 부당하게 겪은 육신의 눈물과 슬픔과 고통 따위가 하나도 상실되지 않고 하느님에 의해 회복되어 후한 보상과 함께 하늘 나라에 동참함을 뜻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고난의 몸이 영광의 몸으로 변화되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로마 8,18).

요약해 보자.

영혼이 따로 하느님께 간다고 믿으면 우리는 착각에 빠진다. 천국에 갈 때는 착한 사람이 되어서 간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서 막 살다가 천국 갈 때는 내 성품, 내 삶의 궤적…, 다 버리고 간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이 통째로 그대로 부활한다. 나의 고유성, 나의 인격, 나의 전체가 그대로 하느님 앞으로 간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 버리고 가는 것은 없다. 내 몸뚱이가 아닌 것만 놓고 갈 뿐이다. 가진 재산도 놓고 가야 하고, 집도 놓고 가야 하고, 마누라도 놓고 가야 하고, 자식들도 놓고 가야 하고…. 그런데 내 몸 안에 있는 흔적은 다 가지고 간다. 선행도, 기쁨도, 악행도, 미움도, 고통도 다 가지고 간다.

이 ‘육신의 부활’을 조금만 음미해 보면, 바로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천국의 퀄리티를 살아야 한다. 바로 여기서 청산할 것은 다 청산해야 한다. 미움도, 고통도, 나쁜 습관도, 분노도…, 다 청산해야 한다.”

그리고 또 천국 가서 진짜 천국을 즐기려면, 바로 여기서 천국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연습해야 한다. 천국에 가면 박수치는 일밖에 없다. 남 잘했다고 박수쳐 주고, 칭찬할 일밖에 없다. 천국에 가면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찬미하는 일밖에 없다. 이 세상에서 불평불만만 하고, 이간질만 하던 사람은 천국에서 심심해 죽는다. 자기 말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고, 그러니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 육신을 잘 돌보아야

‘육신의 부활’에 대한 믿음은 전인적인 신앙생활을 영위할 것을 요청한다. 영혼과 몸의 조화를 유지하며 자기 인간성 전체를 유지하는 것이 신앙행위의 중요한 요소라는 얘기다.

널리 알려진 가톨릭 영성가 헨리 나웬은 그의 책 「마음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에서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자신을 돌보아야 하는지 친절히 안내해 준다. 다소 길지만 줄이지 않고 전한다.

“너는 네 몸을 속되다고 생각하며 경멸해 왔고 정복해야 할 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하느님은 네 영혼뿐만 아니라 네 몸까지도 사랑하신다. 하느님은 네가 몸을 아끼고 사랑하여 부활에 이르기를 바라신다. 네가 육체를 가지지 못했다면 영원한 삶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몸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몸은 서로 만지고 보듬어주기를 바란다. 이런 욕구는 부끄러워하거나 숨겨야할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 너는 진정한 사랑을 주고받고자 하는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육체의 말초적인 욕구만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너는 육체를 아끼고 사랑하며 영혼과 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은 예수님의 몸을 빌려 인간이 되셨다. 성령이 마리아에게 임하시자 마리아의 영혼과 몸의 적대 관계가 사라지고 화합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하느님의 성령이 인간의 영혼과 화합하게 되었고 인간의 육체는 부활을 통해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인간의 몸은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품안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었다. 예수께서 태어나심으로 인해서 우리의 몸은 진정한 집을 찾게 된 것이다.”

나웬의 말에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 우리의 ‘몸’에 거룩한 ‘영’이 깃들어 있다. 이 둘을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다. 그래서 ‘육신이 부활한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 성품 관리의 핵심, 언어

우리의 육신에 속하는 것으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입과 혀다. 입이야 말로 우리 성품을 관리하는 데 제일 중요한 계기가 된다. 입을 통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이 점에 대해서는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마태 15,11).

이런 악한 것들이 효력을 발휘하는 계기는 입을 통하여 발설될 때다. 역으로 입을 다스리면 마음도 다스려지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천국의 언어를 미리 배우는 게 좋다. 지상의 언어는 특히 불평불만과 욕설이 난무한다. 이는 마귀의 언어다. 마귀는 늘 투덜투덜 대지 않는가.

“아이~ 뭐, 자기만 하느님인가? 나도 하느님 될 수 있어!”

이러한 시기, 질투, 불평불만…. 모두 악에서 오는 것이다.

인터넷을 들어가 보면 댓글 문화가 그렇게 험할 수가 없다. 왜 남에 대해서 그렇게 쉽게 막말을 할까. 그들 안에 악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니 그런 악한 것이 자리 잡고 지배하기 전에, 먼저 선한 것으로 채우자. 선으로 악을 이기자.

천국의 언어는 다름 아니다. ‘할렐루야’, ‘아멘’, ‘감사합니다’ 이 세 가지가 천국의 언어다. 매일 천국을 사는 비결은 매일 이 세 단어를 반복 읊조리는 것이다. 은총 받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이 말들밖에 더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부활한 육신, 육신의 부활을 믿는 사람의 언어다.



차동엽 신부는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성서신학 석사, 사목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및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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