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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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12) 식사 전·후 기도와 주님의 기도

‘영혼의 양식’ 주신 주님께 올리는 감사기도/ 주님의 기도, 예수님 남기신 ‘모든 복음의 요약’/ 식사 후 기도, 연옥영혼 위해 바치는 ‘연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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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안 좋아서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 간 사람이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표현을 일상적으로 많이 한다. 식사 때도 그렇다. 교우들은 식사 전에는 배고프기에 식사를 마련하신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식사 후에는 배고픔을 해소해준 것에 대한 감사와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영혼들에 대한 기억을 하는 기도를 잊어버리기 일쑤인 교우들이 있다.

하루 삼시 세끼의 식사를 하면서 전·후로 기도하는 것과 기도의 내용, 특히 식사 후 기도에 대해서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기도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드리나이다. 아멘.

주님의 이름은 찬미 받으소서. 이제와 영원히 받으소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한국천주교회의 초기 문헌 중 「수진일과(手珍日課)」는 중국천주교회에서 17세기에 만들어진 종합기도서인데 이것이 한국천주교회의 「천주셩교공과」의 자료가 되었다. 식사 전 기도문을 반전(飯前)기도, 식사 후 기도문을 반후(飯後)기도문이라고 한다. 원래는 이 기도문은 주모경과 함께 바쳐졌는데 언제부터인지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주모경을 빼고 현재의 기도문만이 남았다. 아마도 국이 다 식어서 그랬을까?

또한 식사 전 기도에는 그날의 성경을 봉독하였고 식사 후 기도에는 그날의 성인의 행적을 짧게 소개하는 성인록을 읽었다. 즉 원래 식사 전·후 기도는 수도원에서 생겼다고 한다. 지금도 수도원에서는 식사 전 기도를 예전의 형식을 갖추어서 한다.

수도원에서 식사 동안에 독서를 읽는 규정은 성 베네딕토의 수도규칙에서 찾을 수 있다. 규칙서 38장은 주간 독서자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형제들의 식사 동안에 독서를 생략해서는 안 되며, 우연히 책을 잡게 되는 사람이 책을 읽어서도 안 된다”라고 하여 식사 동안의 독서를 계속해야 하고 정해진 독서자가 읽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형제들이 순서대로 읽거나 노래하지 말고, 듣는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형제들이 하도록 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통해서 독서자가 어느 정도 기술적이고 영적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식사 중에는 독서만이 울려 퍼져야 한다. “완전한 침묵을 지켜 단지 독서자의 소리 외에는 그 어떤 수군거림이나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할 것이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서 지금도 베네딕도 계통의 수도원들은 육신의 영양분을 보충하는 식사 중에도 침묵 중에 거룩한 독서로써 영혼도 양육한다.
 
 
주님의 기도(Pater noster, Oratio dominica)는 예수님이 몸소 제자들에게 가르쳐준 기도(루카 11,2-4 마태 6,9-13)로 유명하다.

2세기 말의 떼르뚤리아노는 주님의 기도를 “모든 복음의 요약”이라고 정의했고 2세기 뒤에 성 아우구스티노는 로마 귀족 부인인 프로바에게 기도에 대한 실천을 가르치기 위해 주님의 기도에 대해서 언급했다. “우리가 다른 어떤 말로 기도를 드리면서, 이 주님의 기도에 이미 포함되지 않은 것을 표현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만약 성경에 들어 있는 기도들의 모든 말들로 기도한다고 해도, 나의 생각으로는 주님의 기도에 포함되고 요약되지 않은 어느 하나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초기 교회에서부터 주님의 기도는 기도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1세기 말엽에서 2세기 중엽 사이에 쓰인 디다케는 마태오복음에 나오는 기도문을 인용하면서 유다인들의 기도관습에 따라 “여러분은 하루에 세 번 이렇게 기도하시오”(8장)라고 권고한다.

이러한 권고를 실행하기에는 삼시 세끼에 맞추어 바치면 가장 좋았을 것이고, 또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는 주님의 기도 부분의 역할도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일용할 양식은 물질적인 양식만을 의미하지 않고 영혼의 양식도 의미한다. 그러기에 연옥에 있는 영혼들 역시 일용할 양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천주교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수도원을 중심으로 연옥영혼들을 위한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기 위해서 식사 후 기도에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라는 위령기도문을 봉헌한 것이다. 어찌보면 위령기도와 관련하여 식사 후 기도는 천주교회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짧은 연도라고 할 수 있다.


윤종식·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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